[전자책] 세계의 주인 각본집
윤가은 / 안온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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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고속버스를 타고 먼 길을 내려가던 중에 차안의 화면에 대사의 소리도 없이 자막만 나오는 드라마의 한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보는 드라마라 줄거리는 알 수 없었지만
나중에 찾아 본 그 드라마의 제목은 ‘아너스’ 이며 대사는 이러했습니다.

‘제가 20년전 피해자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제가 피해자를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해 왔다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동시에 그 일을 극복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해 왔습니다. 제가 겪은 일이 제 남은 인생을 전부 갉아 먹지 않도록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제 20년의 고통은 살인의 동기가 아니라 제가 왜 살인을 할수 없는 지에 대한 가장 강력한 증거입니다. 제겐 결코 피해자를 살해할 마음이 없었습니다. 어 렵게 지켜 낸 제 삶을 제 손으로 무너트릴 수는 없으니까요. 필사적으로 살아야 했던 제 시간들을 부디 고작 복수라는 말로 더럽히지 말아 주시 길 부탁드립니다.‘

이 대사를 보니 바로 ’주인‘이 생각났습니다. 우리의 기쁨도 행복한 순간도 금방 휘발되고 우리의 인생을 크게 흔들어 놓지 않는 것처럼 불운한 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물며 그러한 일은 빨리 잊기 위해 더욱 노력하니 더욱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 있겠지요. 나는 슬픔으로만 이루어진 사람이 아니듯이 한 사건으로만 기억되지 않을 것입니다.

주인
"어릴 때 일이고, 그땐 진짜 힘들긴 했는데요.
어쨌든 지나갔고, 그게 제 인생의 전부도 아니에요.
보다시피 저 나름 열심히 잘 살고 있고.....
(수호에게) 내 인생 아직 망가지지 않았어.
그러니까 함부로 얘기하지 말아줘.
부탁할게."

이주인. 미안해.
나는 그냥 진실이 알고 싶었어.
사실 나도 너랑 같아. 나도 어릴 때 그런 일을 겪었어.
그런데 나는 너랑 달라. 나는 지금도 그런 일을 겪고 있어.
너를 지켜보면서 나는 문득 궁금해졌어.
나도 진실을 말하면 어떻게 될지.
나도 너처럼 진짜로 살아갈 수 있을까?
난 이제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됐어.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내 얘기를 해보려고 해.
너는 내가 누군지 영영 모르겠지만,
나는 너를 영원히 기억할 거야.
고마워. 이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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