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과학은 파괴의 과학 앞에서 어찌 할 줄 몰랐다.
팔다리가 절단된 사람들과 달리, 얼굴 특징이 훼손된 이들은 영웅 대접을 받지 못할 때도 있었다. 한쪽 다리를 잃은 사람은 연민과 존경심을 불러일으킬지 모르지만, 얼굴이 훼손된 사람은 거부감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감정이나 의도를 담는 그릇으로써 얼굴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우리 언어에서도 알아볼 수 있다. 우리는 <면목이 있다>나<면목이 없다> 같은 표현을 쓰기도 한다. 누군가가 믿음직하다면, <얼굴값>을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거짓말쟁이는 <철면피>, <뻔뻔한 얼굴>, <두 얼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누워서 침 뱉기의 영어 표현은 <제 코를 잘라 자기 얼굴을 망가뜨리기cut off hisnose to spite his face〉인데 현실과 비유, 양쪽 차원에서 걸맞은 말이다.
처음부터 길리스는 병사의 얼굴 손상을 꿰뚫어 보는 탁월한 능력을 드러냈다. 그를 아는 이들은 그가 환자들을 그저 군번 숫자로만 보지 않는 <훌륭한 마음씨와 강철 같은 신경을 지닌 사람>이라고 평했다. 33 올더숏에서 길리스의 치료를 받은 병사의 형제인 D. M. 콜더컷 스미스는 그 의사가 <친절한 인간적인 면모로가득하다고 기억했다. 34 레지널드 에번스 중사도 <평범한 병사가장교 못지않게 간호를 받았다>고 놀라워했다. 그는 길리스가 <내 상처에 직접 붕대를 감았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내가 괜찮은지 밤에 보러 왔다>고 썼다. 에번스는 훗날 자신이 비교적 정상적인 삶을 살게 된 것은 길리스의 재건 치료가 성공한 덕분이라고 했다. <내 행복의 많은 부분은 그 덕분이다.>
그러나 길리스가 그렇게 깊은 감정을 드러내는 일은 드물었다. 병원에서 회복 중인 병사들의 호감을 얻은 것은 그의 개구쟁이 같고 장난을 좋아하는 성격 덕분이었다. 그곳에 환자로 있었던 한 사람은 이렇게 회고했다. <길리스 소령 자신이 《소년 중 한명》이었다. 그는 그들의 언어로 말했고, 그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갔다. > 길리스는 환자들이 몇 달, 몇 년을 병원에서 지내는 동안 사기를 잃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했다. 병사의 얼굴을 재건하는 일은 어려웠지만 부상으로 생긴 심리적 손상을 치료하는 일은 더욱 어려웠다. <신체 손상이 잠재의식에 입히는 손상은 언제나 치료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시도하지 않은 것은아니었다.
성형 수술의 기본 원리가 옳았음을보여 준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사라진 조직을 채우는 첫단계는 정상적인 위치에서 정상적인 상태가 유지되도록 하는것이었다>라고 썼다. <벨 사병의 사례에서는………… 조직을 원래의 정상 위치로 돌려보내어 그 자리를 지키도록 하는 것이었다.>그는 이것이 낯선 신기술의 주춧돌이라고 믿었다.
길리스는 이렇게 썼다. <좋은 양식을갖추면 다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수술 양식은 손가락의 움직임을 통해 드러나는 성격과 훈련의 표현이다. 능숙함과 부드러움의 지표다.> 해럴드 길리스가 시드컵에서 계속하여 보여 주었듯이 그 성형외과 의사는 단지 유능한 장인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예술가였다.
<재건 수술은 정상으로 되돌리려는 시도이고, 미용 수술은 정상을 넘어서려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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