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신이 내려온다
장자샹 지음, 김태성 옮김 / 민음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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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사람이 성장하기 전에 천성적으로 약간씩은 주문과 법술, 무술을 알고 있으며, 영험한 순간을 경험한 다고 믿었다. 그게 얼마나 황당한 생각인지도 몰랐다. 어 느 날 정말로 유치원에 가고 싶지 않았던 일이 생각난다.
나는 엄마에게 그날 미리 선생님한테 얘기해서 유치원에 가지 않게 해 달라고 졸랐지만, 당연히 엄마는 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엄마는 그날을 한 번 더 살 수 있다면 유치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울분을 느끼면서 양치질을 하고 신발을 신고 가방과 물통 을 메고서 구멍가게 앞 나무 의자에 앉았다. 지금도 분명 히 기억하지만,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린 상태였다. 손이 바 지에 닿지도 않았다. 반바지였기 때문이다. 마음속으로는 계속 묵상을 하면서 하루를 다시 살 수 있게 되기를, 제발 하루의 시간을 다시 한 번 보낼 수 있게 되기를 기도했다.
갑자기 내 손바닥이 무릎을 지나더니 몸이 어떤 걸쭉한 상태의 공간을 관통하는 듯했다. 다시 눈을 떠보니 방 안 천장이 보였다. 침대 위에서 깨어난 나는 신발도 신 지 않고 옷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 양치질도 하지 않았다.
...... 그래도 유치원에 가야 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나는 갖가지 신화, 전설과 요정, 귀신 에 깊이 심취하게 되었다. 특히 때로는 어린아이들이 타고 난 무술사(巫術師)나 법사, 마술사일 수도 있다고 굳게 믿 었다. 전설의 이야기 속에 살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어떤 부분은 아직이 세상에 살아 있다고 믿는다. ‘귀‘로 불리는 ‘신‘으로불리든, ‘공마(公媽)‘나 ‘불조(佛祖),‘ ‘선(仙)‘으로 불리든 간에 이 모든 말들은 타이완의 장례 예식에 귀속된다. 이런명칭들은 망자를 가리키는 일종의 정의)이지만, 나는차라리 천하에 가득한 이 귀신과 불조와 신선들을 ‘기지(基持)‘라고 지칭하고 싶다. 표준어로 읽으면 ‘기억(記憶)‘이 되고 타이완어로 읽으면 ‘기지‘가 된다. 나는 이 두글자의 조합이 만들어 내는, 문자가 주는 인상을 무척 좋아한다. 기지, 즉 기억을 지키고 유지한다는 뜻이다. 기억을 갖고 있으면 자신을 일깨울 수 있다. 추억은 유지하는것이지, 한쪽 구석에 모셔 두면서 평생 지키고 있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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