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하면 관심이 생긴다. 관심이 생기면 이해하고 싶어진다. 그렇게 내가 존재하는 이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고 싶다.
이제이 런 건 돈 주고 사려고 해도 살 수 없다. 그렇다고 인터넷이나 박물관 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이런 애매한 시기의 물건들이다. 아직까지 사람들이 가치를 두지 않아서 가격 은 싸지만 나는 그 아름다움을 알고 있는 것들 말이다. 이럴 때는 마 치 유적을 발굴하는 듯 신성한 마음이 된다. 그래, 난 단순한 호기 심 변태가 아니라 일종의 고고학자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날아갈 듯했다. 빵을 되찾았다, 하나도 빠 짐없이! 만세! 나는 이겼다. 아니, 인간이 이겼다. 세상은 아직 망하 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누군가는 이 빵 봉투를 보고 이것을 잃어버린 사람의 난감함을 헤아렸을 것이다. 그리고 기사님에게 분실물로 전달했다. 내가 빵 봉투를 되찾는 순간, 기사님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남이 빵을 다시 찾든 말든, 빵을 백 개를 먹든 말든 자신과 는 아무 상관 없고 자기 배가 부르지도 않은데 말이다. 하지만 그렇 게 했다.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도 나의 기쁨에 동조했다. 그 누 구도 빵 하나 나눠 받지 않았는데 다들 흐뭇해 보였다. 되찾은 빵을 먹으며 전의를 불태운다. 누가 뭐 잃어버리기만 해 봐라. 똑같이 돌려줄 테다. 이 기쁨을 분명히 되갚아줄 것이다, 하고.
그냥 스쳐갈 때는 몰랐다. 길가에 앉아 채소 몇 가지를 바구니에 담아 놓고 파는 할머니들을 보면 늘 안타까웠다. 저게 장사가 되나, 집에서 쉬시는 게 차라리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다. 너무 고생 스러운 삶이라고 건방지게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들의 일상에도 지극히 평온하고 즐거운 순간이 있었다. 단지 내가 보지 못했을 뿐이었다. 도시는 넓고 사람은 많다. 매일 밖에 나가 돌아오는 순간까지 수 백, 수천 명의 사람을 스쳐 간다. 그 모두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궤적이 있고,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니. 버겁고 또 벅차기도 하다. 관찰하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다. 이 지구에 사는 사람의 수만큼, 관찰할 세계는 끝없이 많다. 역시 나는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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