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인간보다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로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그는 주장했다.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프로노보스트는 <모든병원에서 환자들이 서열 때문에 죽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관행을 바꾼다는 것은 점검 목록의 확인란에 체크 표시를 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행동과 상호작용에 관한 사회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양한 분야와 직급의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이 질책당하거나 무시당할 두려움 없이 문제와 실수를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의료행위가 갖는 고위험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환자의 안전을 개선하는 일에 전념하려면 의료 기관은 진정한 협업을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자원이 투입되어야 한다즉 적절한 시간과공간, 직원이 필요하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며 주어진 업무조차 겨우겨우 해나가는 직원은 협업에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것이다.) 아울러 헌신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 위에서부터 비판을 장려하고,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으며, 서열과 이기주의를 타파하는 모범을 보여야한다.
진단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의료계의 문화를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뿐 아니라 우리를생각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싱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변화는 <진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영웅적인행동을 보이기보다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과 관련 있다. ‘의료계 종사자들만큼 지적으로 겸손하지 못한 사람도 드물다. 또한 의사들만큼 불확실성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없다.
기존의 시스템에서는 다른 의견을 듣기 위해 동료 의사와 함께 환자의 사례를 검토하거나,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전화하여 더 저렴한 초음파 검사로 충분할지 논의하는 행위는 전혀 돈이 되지 않는다. 진료가 끝난 뒤에 더 명확한 정보를 이끌어 낼 목적으로 환자에게 따로 전화를 거는 행위에대해서도 전혀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보상에 관한 이야기는 의사들이 돈만밝힌다는 고정관•념을 강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이런 일들은 아무런 보상이 없다면 해내기가 정말 어려운 일들이다.
비록 <실수>를 저지른 것은 인간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실수를 가능하게 만든 무수한 시스템의 실패가 존재한다.
수많은 기술적 혁신에도 불구하고 의료는 여전히 지극히 인간적인 분야로 남아 있다. 즉 질병을 앓는 것도 인간이며 질병을 치료하는 것도 인간이다. 우리 인간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졌지만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동시에 서로 소통하고 듣는 능력도 갖췄다. 물론 우리는 다른 사람과소통하거나 치료하는 부분에서 결코 완벽할 수 없다. 아무리모든 사람을 공정하고 성실하게 대하겠노라 다짐해도 항상부족할 때가 있다. 그런데도 시간을 할애해서 진심으로 다른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면, 적어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불완전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기회를 얻고 가능한 최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 실질적으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될 수는 없어도 슬며시 그들옆에 앉아서 그들의 시선을 따라갈 수는 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노력해서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을 보려고 할 수도 있다. 이런 노력은 비록 첨단 기술은 아니지만 의료 서비스를 위협하는 뿌리 깊은 편견을 잘라내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도구가될 수 있을 것이다.
의료 실수를 둘러싼 덴마크의 전반적인 접근법은 내게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들은 모든 면에서 덴마크인답게 매우냉철하고, 매우 합리적이며, 매우 철저한 듯 보였다. 「덴마크식 접근법이 성공한 것은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기 때문입니다.」라뵐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서로를 고소하지 않습니다. 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요. 비리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세금이 잘 사용될 것을 알기에 흔쾌히 세금을 냅니다.」
내가 아는 것은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와 그 가족들의 다양한 반응을 내 생각에는, 마땅히 용인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질병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스트레스 요인이다. 공황과 무력감, 걱정과 고통은 병원에서 일상적으로 볼수 있는 문제들이며 아무리 침착한 사람이라도 미치광이처럼 폭주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보고 있는것이 폭주하는 미치광이가 아니라 지독한 공포와 극한의 취약성임을 안다 또는 알아야 한다. 어떤 분야에서는 자신이 담당할 고객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의료진은 자신이 그들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모든 환자와 그 가족들을 돌보아야 한다. 의료란 그런 직업이다.
진단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대화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환자와 의료진의 대화는 단 하나뿐인 가장 중요한 진단 도구이기 때문에 환자는 대화가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 의사가 진료 시간 내내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확인란을 채우고 있을때 환자가 정중하게 이 부분을 지적하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권리다. 환자는 아마도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이 모든 것을 컴퓨터에 기록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1분만 내게 온전히 집중해 준다면 최대한 간단명료하게 중요한내용을 말할게요.」 환자는 의사와 세세하고 진지한 대화를나누고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증상이 적절히 탐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타라와 멀리사, 낸시가 몸소 보여 주었듯이 의료 실수에 대처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론상으로는 해야 할 일들이 명백히 보임에도 현실은 느리고 고통스러우며 좀처럼만족스럽지 않다. 게다가 시인과 사과, 때에 따라서는 금전적인 보상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의료 실수 자체는 돌이킬 수없다. 그로 인한 육체적, 정서적 피해는 안타깝게도 영원히남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우리 의료인들이 책임져야 하는 어떤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의료 행위가 때때로 위해를 초래하는 현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데도 위해를 최소화하고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지만일이 잘못되었을 때는 마땅히 환자들의 호된 심판을 감수해야한다.
의료는 팀 스포츠이며, 그 팀에는 의사와 간호사뿐 아니라 환자와 가족, 지인들도 포함된다. 너무나 많은 경우에 우리는 반대 팀처럼 또는 같은 팀이지만 반대되는 생각을 하는팀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사실상 우리의 목표는 단 하나다. 환자를 도와서 회복하게 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환자의 회복을 돕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기계 장치가 존재하지만 그 모든 기계 장치를 제대로 작동하게 만들 책임은결국 인간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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