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성공을 돌이켜보고 앞으로의 여러 계획을 펼쳐 보이며 머물렀다. 그의 계획이 무엇이었는지 상세한 건 잊었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기억나는데, 그는 연극을 부흥시키는 일로 시작했다가 연극을 붕괴시키는 것으로 삶을 끝낼 예정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그가 사망하면 연극계는 그야말로 모든 걸 잃고 완전히 몰락하여 아무런 가능성이나 희망도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아는 한 재거스 씨의 일 처리 방식 중에서 가장 훌륭한 것은 바로 자기를 아주 높은 존재로 유지하는 것이랍니다. 그는 언제나 아주 높은 곳에 있지요. 한결같은 그 높은 위치는 그의 엄청난 능력과 짝을 이루는 것이랍니다. 저 간수가 재거스 씨에게 사건에 대한 의도가 어떤지 감히 물어보지 못하는 것처럼, 아까 그 대령도 재거스 씨에게 감히 작별 인사 같은 걸 할 생각을 전혀 못 하지요. 그래서 재거스 씨는 자신의 그 높은 위치와 이 사람들 사이에 바로 나 같은 고용인을 끼워 두는 거랍니다. 아시겠어요?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의 심신을 완전히 지배할 수 있는 거지요."
그녀에 대한 내 관계가 지닌 성격 때문에 나는 그녀와 친밀한 사이면서도 그녀의 애정을 받는 위치에는 있지 않았는데, 이것은 내 심리적 고통을 더욱 증대했다. 그녀는 나를 이용하여 다른 구애자들을 애태우게 했으며, 그녀 자신과 나 사이의 친밀함 바로 그 자체를 이용해 그녀에 대한 헌신적인 내 사랑을 끊임없이 경멸해 댔다
난 이제 깃털이 처음 나기 시작한 이래로 온갖 종류의 덫을 피해 온 늙은 새 같은 존재란다. 그래서 난 허수아비 위에 내려앉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단다. 만약 그 허수아비 안에 죽음이 감춰져 있다면, ‘좋다, 있을 테면 있고 나올 테면 나와라, 한번 붙어 보자, 그럼 죽음이 있다는 걸 믿겠다, 하지만 그전까진 안 믿겠다.’라는 배짱이지
아니, 내가 어떤 사람인데, 나한테서 친절하기를 바란단 말이냐
이 책을 읽는 그대 자신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은 어리석은 행동을 작년에, 또는 지난달에, 아니 바로 지난주에 똑같이 범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 이유를 모르지 않았던가?
나는 허버트와 내가 ‘지리학적’ 식당이라고 부르곤 했던 고기 전문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그곳은 식탁보의 50센티미터마다 흑맥주 잔 가장자리의 자국으로 세계지도가 그려져 있었고 나이프마다 하나도 빠짐없이 고기즙으로 해도(海圖)가 그려져 있는 곳이었다.
웨믹의 팔이 슬며시 웨믹 부인의 몸에 감겨들었을 때, 그녀가 더 이상 그 팔을 풀어 내지 않고 벽에 붙은 등받이 높은 의자에 마치 케이스 속에 놓인 첼로처럼 가만히 앉아서는 그 감미로운 악기가 악사의 포옹에 응하듯이 웨믹의 포옹에 순순히 몸을 맡기는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었다.
네가 낯선 사람들 사이에 있을지도 모르고, 또 너와 난 언제나 다정한 친구였으니 이런 순간에 한번 방문하는 것 정도는 네가 그리 싫어하진 않을 거라는 거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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