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순수의 시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8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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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뉴욕은 대도시였고, 대도시 에서 오페라에 일찍 나타나는 건 ‘유행에 어긋나 는‘ 일이었다. 그리고 뉴런드 아처가 살고 있는 뉴 욕에서 무엇이 ‘유행‘인지 아닌지는 수천 년 전 조 상들의 운명을 지배했던 두렵고 불가사의한 미신 만큼이나 중요했다.

뉴런드 아처에게는 ‘안목‘ 없는 처신이야말로 최 악이며, 안목에 비하면 ‘격식‘은 부차적이고 표면 적인 것에 불과했다.

그 말이 너무 재미있어서 아처는 앞서 들은 얘기 가 준 충격을 잊어버렸다. 밴 더 라이든과 친척지 간인 공작을 아둔하다고 생각하고, 감히 그 생각 을 말하는 여성을 만난 건 정말 가슴 설레는 일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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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처는 ‘접잖은‘ 여자들은 대체 몇 살 이 되어야 독자적으로 행동하게 되는지 궁금했다.
‘평생 못 그러겠지. 우리가 그렇게 놓아두질 않 겠지.‘ 그는 이런 생각을 하며 본인이 실러턴 잭슨 씨에게 퍼부었던 말을 떠올렸다. "여자들도 우리 처럼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어요••••.."

"바보 같은 애지!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린 지 그렇게 말했건만. 유부녀에 백작부인으로 행세 할 수 있는데 왜 늙은 엘런 곳으로 살려고 해!"

두 사람은 서로를 보지 않고 길 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없이 앉아 있었다. 이윽고 그녀가 고 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그대로네요."
아처는 ‘변해 있었어요. 당신을 다시 만나기 전 까지는‘이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그냥 벌떡 일 어서서 무덥고 어수선한 공원을 둘러보았다.

"그렇다면 당신은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처가 물었다.
"우리가? 그런 식의 우리는 있을 수 없어요! 우리 는 서로 거리를 유지해야만 같이 있을 수 있거든 요. 그렇게 해야 우리가 우리 자신으로 있을 수 있 어요. 안 그러면 우리는 그저 우리를 믿는 사람들 을 속이면서 행복해지려고 하는 엘런 올렌스카의사촌의 남편인 뉴런드 아처와, 뉴런드 아처의 아 내의 사촌인 엘런 올렌스카일 뿐이에요."
"아, 나는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섰어요." 아처가 신음하듯 말했다.
"아뇨, 그렇지 않아요! 당신은 한 번도 그 단계 를 넘어선 적이 없어요. 나는 넘어봤고, 거기가 어 떤 곳인지 알아요." 부인이 낯선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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