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 스스로 비겁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편하다는 이유로 그 비겁함에 스스로를 가두어 버릴 때가 있다. (창피하게도 나는 그러한 부류의 대표적인 인간이다.)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으니 없다고 치고, 고개를 쭉 빼면 바로 보일 텐데 그냥 뒤돌아 서고 만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불편한 존재를 인정하면 몸과 마음이 성가시고 상대방의 기분을 해칠 수도 있으니 말이다.몇일전 TV에서 북한에 남게 된 국군포로들에 대한 다큐를 보게 되었다. 자연히 오래전에 읽은 이 책이 떠올랐다. (보다 보니 이 책을 모티브 로 만들어진 다큐였다.) 책을 읽으면서 속이 상하고 억울했지만 책을 덮고 나서는 잊고 말았다. 비겁하게 말이다. 하지만 TV화면으로나마 그들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니 그들을 잊고 지내던 시간도, 그들을 아예 모르고 있던 시간이 부끄러워졌다. 그 중 “우리가 거기에 없었다는 그 말을 믿었답니까?˝라며 눈물을 글썽이던 노인의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 조금만 살펴 보았다면 바로 알 수 있었을 텐데 아무도 알아 보지 않았고 그들을 데리러 가지 않았다.비단 그들 뿐 아니라 지금도 우리 주위에서 안보이는 척 하며 지나친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가끔은 어차피 내가 도울 수 없으니 그냥 지나치는 게 마음 편하지만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다면 조금 더 목을 빼고 살피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