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정체성도 결국에는 그런 것이 아닐까. 하나의 확 고한 상을 만들어 거기에 스스로를 결박하는 순간 ‘나‘라는 존재의 색채는 퇴색해 버린다. 변화와 진보의 가능성은 줄어들고,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 사이의 불필요한 충돌만 늘어난다.
얇고 정체되어 있으며 쉽게 상처받는 인간이 되고 만다. 연극 속 배우가 다양한 역할을 기꺼이 받아들이듯, 삶이라는 연극에 출연하는 개인 또한 자신을 나타내는 다양한 모습들을 긍정할 수 있다면 어떨까. 지적이고, 멍청하고, 아름답고, 추하고, 강하고, 유약하고, 성급하고, 여유롭고, 대담하고, 소심한 수없이 다양한 ‘초상‘들. 이 모든 모습들이 그냥 ‘나‘라는 개념 으로 덤덤히 수렴할 때, 개인의 존재는 훨씬 더 두텁고 풍성하며 성숙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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