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현수동 - 내가 살고 싶은 동네를 상상하고, 빠져들고, 마침내 사랑한다 아무튼 시리즈 55
장강명 지음 / 위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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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읽어 온 아무튼 시리즈는 좋아했던 것을 더욱 좋아하게 만들고 몰랐던 것에 대해 호기심을 일으키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제목은 현실에 없는 (앞으로도 없을 것 같은)이야기로군요. 작가의 아쉬움과 바람을 잔뜩 써두었지만 읽는 새 어찌어찌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현대사회가 지금 함부로 대하지 않는 대상, 중 심에 둔 가치는 아마 인권일 것이다. 물론 그것은 더 없이 소중하고 고귀한 가치다. 하지만 인간의 권리 외에도 우리가 공경하고 두려워해야 할 것들이 많다.
우리는 그런 것들을 너무 많이 잃어버렸다.
그게 뭘까. 밤섬은 무엇을 상징할까. 자연의 놀 라운 복원력? 억눌러야 할 인간의 파괴력? 기술문명 과 환경이 유지해야 할 적당한 거리? 20세기 한국에 살았던 약자들의 아픔? 우리가 저지르는 잘못을 후손 들은 바로잡아줄지도 모른다는 희망? 우리 역시 아버지들이 저지른 죄의 대가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것 을 바로잡으려 노력해야 한다는 책임감? 인간의 이해 를 훌쩍 초월한 섭리와 예상치 않은 구원?
밤섬은 그 모든 것의 상징이고, 우리는 자연의 힘을, 우리 안에 있는 파괴적인 욕망과 우리가 소유 하게 된 기술을, 인간의 강함을, 인간의 약함을, 사람 들의 고통을, 과거를, 현재를, 미래를, 시간이 해내는 일들을, 아이러니와 불가사의를, 복잡하고 연약하고 중요한 연결들을, 세계의 질서와 그에 대한 우리의 무지를 무섭게 여겨야 한다는 게 내 대답이다.
그런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고 우리를 엄숙하고
경건하게 만드는 공간이 모든 동네에 한 곳씩 있기 바 란다. 우리는 그런 마을에서 그 공간을 의식하며 살 면서도 동시에 유쾌함을 잃지 않고, 농담을 즐기고, 미신과 유사과학을 배격하고, 체계적인 회의주의와 지적인 도전정신을 추구하는 태도를 배워야 한다. 쉽 지 않은 일이리라.

그래, 나 또 거창해졌다. 아직 방법도 모른다.
하지만 사막 한가운데 높이 5백 미터, 길이 170킬로 미터인 직선 도시를 세우겠다는 빈 살만이나 화성에 백만 명이 거주하는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일론 머 스크보다 내가 더 황당한 소리를 하는 걸까.
내 생각에는 내 소망이 네옵시티나 화성 이주 계획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바람직하다. 아무도 살아 본 적이 없는 땅에 환경에 엄청난 부담을 지우며 거대 한 인공 도시를 지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 그 도시들 이 지속 가능할까? 지금 살고 있는 마을을더 살기 좋게 만드는 게 훨씬 낫지 않은가? 그게 옳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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