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목소리는 투명하게 울렸고 눈가와 볼에서 소년의 맑음이 느껴졌다. 메이지는 일본어로 말하는 이은의 입을 바라보면서 사람의 땅 위에서 왕자 노릇 하는 일의 슬픔을 느꼈다. 이은이 말을 마치고 고개를 숙였다. 가마가 선명했고, 가마 주변의머리카락이 고왔다. ·영리해 뵈는구나. 라는 말이 너무 무례해서 메이지는 발설하지 않았다. 메이지는말했다.
일파가 흔들리니 만파가 일어선다. 산촌에서 고함치면 어촌에서 화답한다.
돈 가진 자들은 세계정세에 관심 없다는 입장을 한유한 선비의 풍류처럼말했다. 동북아와 구미열강의 현실을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면서, 안중근에게 허황된 사업을 도모하지 말고 조선으로 돌아가 시골에 작은 학교라도 차려서 교육으로 백 년 앞을 준비하라고 충고하는 자들도 있었다. 충고는 간곡했다. 안중근은 지금 당장과 연결되지 않는 백 년 앞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토는 전국의 한국군 지방 병력을 해산시키라고 각 도의 경찰관서에 지시했다. 여러 고을의 연병장에서 한국군 병력이 총검을 내려놓고 맨손체조를 하는 동안에 경관들이 무기를 수거했다.
-자네는 왜 나를 따라나서는가? 왜 이토를 쏘려고 하는가. -그런 것은 말할 필요 없다. 앞으로도 말하지 말자. 거기까지 말하고 나니까 말을 이어가기가 쉬워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