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제 2외국어는 일본어였습니다. 문과생은 불어라는 선택지도 있었으나 이과생에게는 오직 일본어였기에 자의가 반도 되지 않고 완전 타의로 시작한 공부였으니 (어떤 공부가 그렇지 않을까합니다만) 성적은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저역시 히라가나, 가타가나는 어느정도 쉽게 넘어갔으나 동사의 활용과 한자에서 막혀버리고 말았지요.대충 그렇게 고등학교수준의 일어를 마치고 졸업후에는 일본어를 접할 일이 전무하였으나 왠걸? 일본문화가 개방되고(네. 제가 고등학교 시절만 하더라도 일본영화는 극장에 걸리지도 못했습니다.) 그 영화들은 너무 재밌고, 도쿄며 교토며 일본의 도시들은 어찌나 매력적이었는지요. 일본어를 알았다면 더 깊이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느껴지긴 했지만 이미 맛본 일본어의 괴로움에 다시 도전하지는 못했습니다.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동창생은 걸려온 전화에 대고 능숙하게 일본어를 구사했습니다. 그친구도 학창시절의 수준은 저와 비슷했으나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선임이 일본어를 모른다며 너무 구박을 해서 냅다 회사를 관두고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와 버린 것이었습니다. 역시 칼을 갈며 도전하니 금새 목표를 이루었고 일본바이어를 상대하는 위치가 되었더라구요. 뭔가 획기적인 동기가 있다면 마스터 할 수도 있을 외국어지만 그 동기를 찾기도 저의 의지를 찾기도 어려운 지경입니다…라고 아쉬워 하면서도 풀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