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행동학에 따르면, 우리는 침팬지혹은 코끼리의 사고방식과 감정을 인간의 특질을 기준으로 평가해온 관행을 재고해야 마땅하다. 마찬가지로 침팬지와 코끼리의행동 양식을 기준으로 다른 모든 동물을 판가름하려는 시도 또한재고되어야 한다. 염소의 생각과 감정도 생각과 감정이다.

그렇다면 닭의 슬픔은 염소의 슬픔이 아니다. 닭의 슬픔은침팬지의 슬픔도 아니며, 코끼리의 슬픔도, 인간의 슬픔도 아니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그런데 종과 종 사이의 차이 못지않게 같은종 안에서 나타나는 개체 간 차이 또한 중요할지 모른다. 20세기동물행동학이 얻은 위대한 교훈은, 인간을 인간이라 할 수 있는 이치는 하나가 아니라는 진리가 침팬지나 염소, 닭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타라는 벨라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타라는 무덤으로부터 90미터 정도 떨어진, 그리 멀지 않은 나무 몇 그루 뒤에 있었다. 하지만 끝내 오지는 않았다. 타라는 이미 작별 인사를 한 게분명했다. 이 장례식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행사였던 것이다. …다음 날 직원들은 타라가 한밤중에, 아니면 새벽에 벨라의 무덤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곤 가슴 아파했다. 벨라의 무덤근처에 오래되지 않은 코끼리 배설물과 곧장 벨라의 무덤으로향한 듯한 코끼리 발자국이 있었던 것이다.

공물의 우울증, 자해, 자살문제가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가운데, 우리는 두 가지 서로 연관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첫째는,
우리 종이 이 문제의 일부이며 해결책의 일부도 돼야 한다는 것이다. 연민 어린 마음은 콘월에서 좌초한 돌고래 10여 마리의 목숨을 구했고, 코끼리 상아 밀렵에 맞서 싸우는 활동가들을 단단히 뒷받침한다. 연민 의식은 현재 어딘가에 갇혀 살아가고 있는 코끼리,고등 유인원, 돌고래를 포함한 많은 동물이 야생 보호 구역까지는아니더라도 최소한 생추어리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아무리 좋은 의도에서 운영되는 동물원이라 해도 이 동물들에게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제공해줄 수는없다. 더불어 담즙 농장은 곰들을 감금하고 어마어마한 해악을 가하는 곳으로, 세상에서 아예 사라져야 마땅하다.
둘째는, 동물의 슬픔과 관련지어 말하자면, 우리 인간이 동물의 슬픔 현상을 연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동물들에게 슬픔을 안기고 있다는 것이다. 야생동물이건 포획된 동물이건 동물들을 스스로와 다른 개체들의 고통을 절감하고 슬픔에 빠질 수밖에 없는 현실로 밀어넣은 것은 우리다. 중국의 담즙농장에서 어미 곰이 벽에 몸을 부딪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이든지 간에, 결국 어미 곰을 살해한 것은 인간의 탐욕과 동물의 고통에 무감각한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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