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것도 부른다면 - 박보나 미술 에세이
박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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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글에서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한 미술을 소개해주었다면 이번에는 그 영역을 확장하여 환경과 동물까지 시선을 넓혀 준 작가님의 글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문명의 한없이 이용하면서 지구를 걱정하고, 공장식 축산으로 키워진 고기를 먹으면서 동화책속의 의인화된 동물을 귀여워하는 이율배반적인 삶에 자극이 되는 글이었습니다.
책을 읽은 날 마침 ‘툰드라’지역의 유목민에 대한 다큐를 한편 보았습니다. 툰드라지역에 매장된 천연가스개발을 위해 그 넓은 유목민의 땅에 갖가지 시설이 즐비하게 되었더군요. 때문에 유목민들은 여러 장애물을 넘어 이동해야하고 순록들은 시야를 가리는 시설물 때문에 갈피를 잡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런 와중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 역시 유목민들이 감수해야 하는 짐이 되었습니다. 정작 그들은 천연가스를 이용하지도 않고 지구온난화에 전혀 보탬이 되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그러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보면서도 뒤돌아 서서는 배달음식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고 있는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보프 신부의 생태학 관점에 따르면, 우리가 겪는 전 지구적인 환경 위기는 자연보호를 외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나무를 더 심거나 보호구역으로 공표하는 온건한 제스처만으로는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브라질의 아마존열대림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하다. 물질만능주의와 사회의 폭력적인 구조부터 무너뜨려야 비로소 숲을 그릴수 있다. 다시 말해, 열대림을 불태우고 아보카도를 더심어서 돈 벌 생각만 하는 자본가들의 벌건 탐욕을 비판해야 한다. 환경을 해치는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야 겨우먹고살 수 있는 가난한 농부들의 불평등한 상황에 분노해야 한다. 계급과 착취의 문제를 무시하고 아보카도를 더 싸게 사기만을 원하는 우리의 무책임함과 무관심을반성해야 한다. 이를 바꾸려고 할 때, 숲도 우리의 삶도모두 지킬 수 있다.

돼지는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가르쳐주려고 이 세상에 온 거 같다는 나의 한탄에, 조은지 작가는 "돼지는 그냥 잘 살려고 태어났지, 인간을 위해 뭘 하러 온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부끄럽게도 나는 여전히 인간 중심의 잘못된 교훈을 읊조리고 있었다. 맞다. 돼지는 당연히 우리를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하나의 생명으로서 흠뻑 살면서 행복을 느끼기 위해태어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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