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조금씩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텔레비전 따위는 보지 않고도, 사과와 더불어 20년을 살아온 것만으로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아버지 같은 남자들이 대륙에서 무슨 짓을저질렀는지 짐작이 간다. 명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변명은 거짓말이다. 사람들은 온갖 짓을 다 저지르고도 나중에 입을 싹 닦고 잘 살아간다. 인간이란 그런 동물이다.
이를테면 야에코 아버지 일로 괴로워하는 마을 사람은 한명도 없다. 그런 것이다.

사람들은 잘 때마다 쇠약해진다.
그들은 매일 실컷 먹고 마시는데도 오히려 살아갈 힘을잃어간다. 이제 그들에게는 누군가를 몰아붙여 숨통을 끊어놓을 터무니없는 힘조차 없다. 사람들은 죽지 않기 위해살지도 않고, 살기 위해 살지도 않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야에코가 아버지를 잃은 그날에 일어난 그 사건이 가슴속에서 아직도 꼬리를 늘어뜨리고 있다. 하지만 30년에 이르는 그 긴 꼬리도 이제 곧 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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