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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 - 4천만 부가 팔린 사전을 만든 사람들
사사키 겐이치 지음, 송태욱 옮김 / 뮤진트리 / 2019년 4월
평점 :
사전이라는 것은 단어의 뜻을 적어 모아 둔 것이고 그 뜻이라는 것은 절대적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단어란 탄생과 소멸이 있으며 그 사이에는 성장과 퇴화도 있고 그런 시기에 따라서,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의미가 바뀌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도 누군가와 대화를 할때 ‘너는 내가 하는 말을 못알아 듣는구나’ 또는 ‘넌 왜 내말을 그렇게 받아들이니? 하고 다투기도 하면서 왜 그동안 단어의 뜻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이 살았던 걸까요?
이 책에서 거론된 ‘배를 엮다’라는 책도 읽었고 우리나라 영화인 ‘말모이’도 보았지만 허구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임을 전제로 보다 보니 사전을 만드는 일을 재미로만 또는 애국으로만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여기 사전에 인생을 바친 두사람을 알게 되니 정말 놀랍습니다. 누군가에게 올바른 의미를 전달해야 겠다는 생각보다는 현재 쓰고 있는 단어들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사전이 저자의 생각을 담을 수 있고 서로에게 편지쓰듯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부드럽지만 고집스럽고 엉뚱하기도한 야마다 선생님의 사전이 더 관심있지만 고지식하고 대쪽같은 겐보선생이 아니었다면 두 사전 모두 만들어지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어사전도 한번 찾아보고 싶어집니다.
연애(愛) 특정한 이성에게 특별한 애정을 품고 둘만이 함께 있고싶으며 가능하다면 합체하고 싶은 생각을 갖지만 평소에는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무척 마음이 괴로운 (또는 가끔 이루어져 환희하는) 상태. - 『신메이카이 국어사전』 제3판
동물원(動物園) 생태를 대중에서 보여주는 한편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잡아온 많은 조수(鳥獸)·어충(魚) 등에게 좁은 공간에서 생활할 것을 강요하며 죽을 때까지 기르는 인간 중심의 시설. - 『신메이카이 국어사전』 제4판
공약(公約) 정부·정당 등 공적인 위치에 있는 자가 세상 사람들에게약속하는 일. 또한 그 약속. [금방 깨지는 것에 비유된다] - 『신메이카이 국어사전』 초판
외우(畏友) 존경하는 벗. - 『산세이도 국어사전』 제3판
은인(恩人) 재난에서 구해주거나 물심양면에 걸쳐 지원의 손길을 뻗어주거나 분발할 기회를 주는 등, 그 사람이 그 후 무사하고 안온하게 살아가는 데 크게 이바지한 사람. -『신메이카이 국어사전』 제5판
~려 하다 "우리 일동은 현대어 사전의 규범이 되려는 포부를 갖고 이 책을 엮었다. 바라건대 독자여, 진심을 헤아려주기를. - 『신메이카이 국어사전』 초판
좋지 못한 사정. 사고의 또 한 가지 의미로서 신메이카이 국어사전』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시바타 다케시 선생은 야마다에게 직접 "겐보에게 사고가 있어" 란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나는 사고가 교통사고나 병 같은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건 거짓말이고 과장이라며 깜짝 놀랐지만, 야마다 선생은 사고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 다른 의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확실히 메이지 시대의 용법에 있기는 합니다. 할 수없다‘, ‘지장이 있으니까‘라는 의미로 넣었다고 했습니다." 원래 현대어가 아니라 고전 전문가인 야마다에게 사고에는 오래된 용법으로 좋지 못한 사정‘이라는 또 하나의 의미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했다. 바로 그랬기 때문에 『신메이카이 국어사전』을 편찬할 때까지의 복잡한 ‘사정‘을 사고라는 말로 치환했다.
같은 ‘말‘이어도 문맥이나 상황에 따라 ‘의미‘는 간단히변해버린다. 우리 인간은 그렇게 부자유스러운 전달 수단인 ‘말‘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인간의 숙명임을아는 야마다 선생이 실었던 용례인 것이다.
약 20만 년 전에 말을 획득한 인류는 전 세계로 흩어져 7천 개에서 8천 개나 되는 언어를 발전시켰는데, 여기에 말을 둘러싼 수수께끼와 아이러니가 존재한다고 마크 파겔은 말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어를 갖고 있는 지역은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입니다."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같은 하나의 말로 이야기하는 것이 편리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람이 모이면 모일수록 말은 다양화하고 의사소통이 곤란해진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말은 커뮤니케이션의 도구이면서, 집단의 정보나 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는 것으로도 진화한 듯하다. 다시 말해 ‘말‘에는 원래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전한다‘ 는 요소뿐만 아니라 일부러 ‘전해지지 않도록 하는’ 요소도포함되어 있으며 다양하게 변화해간다는 이율배반의 요소도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겐보 선생은 "말은 소리도 없이 변한다"고 말했다. 야마다 선생은 "말은 부자유스러운 전달 수단"이라고 말했다. 사전에 인생을 바친 두 편찬자는 ‘말‘의 본질을 훌륭하게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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