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Marclellino사장님께사장님은 저를 기억하지 못하시겠지요. 2년전 초여름 아침 저는 그 카페에 갔었어요. 남편과 함께 한 여행이었지만 그날 아침은 저 혼자였어요. (그 여행 내내 아침마다 저는 혼자 카페에 갔었답니다.)그 여행은 남편이 1년여를 준비했던 여행이고 둘이 도저히 휴가를 맞출 수 없었기에 남편은 열흘 먼저 출발해서 여행을 하고 있다가 전날 니스의 공항에서 만나 칸으로 왔답니다. 칸국제영화제가 끝난 지 1주일 뒤라 아직 여기저기 영화제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그 영화제에서 우리나라 영화가 큰 상을 받았기에 저도 약간 기분이 좋았지요. 남편은 원래 외출준비가 길기 때문에 저 먼저 서둘러 밖으로 나와 호텔근처의 카페에 간 것 이었어요. 자리를 안내 받고 메뉴를 고르던 중에 대가족이 들어와 사장님의 혼을 쏙 빼놓더라구요. 그러는 중에 저는 좀 밀려버렸어요. 저는 겨우 커피 한잔을 마시려던 것인데 좀 오래 기다리게 되었지요. 하지만 저는 그마저도 좋았답니다. 곳곳에 이곳은 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종려나무 표지판이 있고 저는 아침햇살을 받으며 앉아 있었고 다른 무엇보다 여행 1일차의 기대감이 충만한 시간이었거든요. 마침내 사장님은 저에게 커피한잔을 가져다 주시며 무언가 말하고 어깨를 으쓱하셔서 저는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인줄만 알고 괜찮다는 표정을 지었지요. 커피맛도 좋았어요. 느긋하게 1일차 여행자의 마음을 누리고 계산하려하자 사장님은 “내가 너에게 늦게 서빙했으니 커피는 무료로 주고싶다”고 해주었어요. 저는 정말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어요. 사실 커피값은 우리나라 카페보다 훨씬 쌌었거든요. 하지만 여행자에게 베풀어지는 예상치 못한 친절은 정말 큰 선물이잖아요. 사장님의 그 친절 덕분에 저의 여행첫날은 물론이고 모든 날이 즐거웠답니다. 다른 곳에서 만난 친절역시 감사했지만 처음이라는 건 다르잖아요.오늘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여행자에서 생각난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듯 써내려간 책을 읽었어요. 그 책에서도 제가 가보았던 몇몇의 여행지가 등장했지만 읽자마자 바로 cafe Marclellino의 사장님이 생각났어요. 그래서 저도 이렇게 부치지 못할, 보여지지 못할 편지를 써보고 싶었고요. 작년부터 해외여행이란 건 적어도 2주이상의 휴가를 받을 여유가 있어야 하거나 돌림병따위는 무서워 하지 않을 깡다구가 있어야만 가능해졌어요. 저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둘다 갖추지 못했기에 비행기타고 가는 여행은 마치 우주선을 타고 가야하는 것 만큼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어요. 이런 세계적인 혼란속에 cafe Marclellino는안녕한가요? 사장님께서도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 언젠가 다시 그곳에 가는 날 다시 만나길 바래요.—————————————————————너한테만 하는 이야기인데, 나는 오늘 하루가 앞으로의 우리 결혼 생활 같지 않을까 생각했어. 비가 내리겠지. 억수같이. 햇볕도 내리쬐겠지. 때론 따뜻하게, 때론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오빠가 대학원생이고 내가 회사원이라는 것에 대해서사람들은 말을 많이 하겠지. 자기들 마음대로, 무지개가 뜰지도 모르지만 그게 언제 뜰지는 몰라. 바람이 많이 불 거고, 제대로 된 식사를 차릴 여유는 잘 없을지도 몰라. 싸우기도하겠지. 서로 미워도 하겠지. 그러다가 또 해가 뜨겠지. 겨울인가 싶었는데 또 갑자기 여름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