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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밤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83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평점 :
오랜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동화책을 읽다가 먹먹해졌습니다. 코뿔소 노든, 앙가부와 펭귄 치코, 윔보 그리고 이름없는 펭귄의 여정은 긴긴밤철럼 아득하기만 했습니다. 이야기도 무척 아름답지만 글을 읽다가 마주하는 그림은 눈을 시큰거리게 만들었지요. 내가 나로 사는 것과 우리가 함께 사는 것을 동시에 생각하게 만드는 동화입니다.
사실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것을 몰랐을 때는 해외동화책인 지 알았습니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신 루리작가님의 원화전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눈이 멀어 이곳에 오는 애도 있고, 절뚝거리며 이곳에 오는 애도 있고, 귀 한쪽이 잘린 채 이곳으로 오는 애도 있어. 눈이 보이지 않으면 눈이 보이는 코끼리와 살을 맞대고 걸으면 되고, 다리가 불편하면 다리가 튼튼한 코끼리에게 기대서 걸으면 돼. 같이있으면 그런 건 큰 문제가 아니야. 코가 자라지 않는 것도 별문제는 아니지. 코가 긴 코끼리는 많으니까. 우리 옆에 있으면 돼. 그게 순리야."
"훌륭한 코끼리는 후회를 많이 하지. 덕분에 다음 날은 전날보다 더 나은 코끼리가 될 수 있는 거야. 나도 예전 일들을 수없이 돌이켜 보고는 해. 그러면 후회스러운 일들이 떠오르지. 하지만 말이야, 내가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것들도 있어. 그때 바깥세상으로 나온 것도 후회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일들 중 하나야."
"날 믿어. 이름을 가져서 좋을 거 하나도 없어. 나도 이름이 없었을 때가 훨씬 행복했어. 게다가 코뿔소가 키운 펭귄인데, 내가너를 찾아내지 못할 리가 없지. 이름이 없어도 네 냄새, 말투, 걸음걸이만으로도 너를 충분히 알 수 있으니까 걱정 마." "정말 내 냄새, 말투, 걸음걸이만으로도 나를 알아볼 수 있어요?" "그렇다니까." "다른 펭귄들도 노든처럼 나를 알아봐 줄까요?" "누구든 너를 좋아하게 되면, 네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어. 아마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너를 관찰하겠지. 하지만 점점 너를좋아하게 되어서 너를 눈여겨보게 되고, 네가 가까이 있을 때는어떤 냄새가 나는지 알게 될 거고, 네가 걸을 때는 어떤 소리가나는지에도 귀 기울이게 될 거야. 그게 바로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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