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나는 오늘도 일기에 써.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한 명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없다고. 그런데 언니, 나는 또 다른 걸 알고 있어. 한명의 노력으로 모든 것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걸. 그 가능성마저 져버리기엔, 나는 그럼에도 정말 어쩔 수 없는 대한민국의 경찰관이라는 걸. 나의 이야기가, 지금도 무수한 현장에서 나와 같은 마음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경찰관의 외침이, 마냥 흩어지기만 하는 것은아니라는 걸. 민들레 홀씨가 날아가듯 바람에 의해 이리저리 흔들리겠지만, 결국 어딘가에는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이 이야기를 더욱 퍼뜨릴 수 있을 거라는가능성을 나는 굳게 믿고 있다고.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우며 법이 문지방을 넘기엔 현실의 벽이 너무 높지만, 인과응보 따위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나쁜 사람일수록 더욱 잘 먹고 잘사는 세상이 되었지만, 정직하게 땀 흘리는 노동이 보잘것없는 것으로 치부되지만, 믿음·소망·사랑 그중에제일은 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줍고 정의롭지 않은 일을 고발하기 위해 많은 걸 잃으면서까지 투쟁하는 한 명의 정의를,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선한 영향력까지 무시하기엔 세상이 너무도 아름답기 때문에. 그 아름다운 세상을 모두와 나누고 뒷 세대에 온전히 물려주어야 하기 때문에. 나는, 경찰관은, 국민들은 행동해야 한다고, 내 일기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문장으로 끝내기엔 남은 페이지가 셀 수 없이 많다고.
경찰을 대표하는 캐릭터인 포순이, 포돌이는 큰눈과 큰 귀가 특징이야. 큰 눈으론 모든 범죄를 빠짐없이 보고, 큰 귀로는 국민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겠다는 의미로 만들었다고 해. 동기가 해준 말인데 진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 말을 믿기로 했어. 그것이 ‘짭새’ 이기 이전에 ‘거리의 판사‘ 역할을 맡은 경찰관이 해야 할 일이므로, 사실 굉장히 부끄러운 말이지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언니에게 고백했으니까,
언니가 이 이야기를 기억해두었다가 나에게 종종 말해줘. 내가 이 마음을 잃지 않도록. 부디, 오래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