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장에 꼽아 둔지 한참 되었지만 일부러 시간을 두었다 읽었습니다. 남편은 2일전 여행을 떠났고 저는 일주일 후 떠날 계획을 세워 두었기 때문이지요. 여행을 자주 다니지는 못하지만 늘 어딘가로의 여행을 꿈꾸고 있고 이번 여행은 남편이 오랫동안 준비한 여행입니다. 남편이 미리 떠난 이시간에 여행의 설레임을 느껴 보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기 전에는 그저 작가님의 여행기인지 알았는데 이 책은 작가님의 여행觀이었습니다. 예상을 빗나갔지만 책을 읽으면서 여행이 더욱 기다려졌습니다.
일주일 후면 니스의 공항에서 남편을 만날 것이고 우리는 그동안 주도면밀하게 (?) 세운 계획안에서도 예상치 못한 일을 겪으며 즐거워하기도 당황하기도 하겠지요. 그리고 결국엔 집으로 돌아와 일상을 계속할 것이고 또 다른 여행을 꿈꿀 것입니다.

인생과 여행은 그래서 신비롭다. 설령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겪는다 해도, 우리가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행복을 누리며 깊은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인류가 한 배에 탄 승객이라는 것을 알기 위해 우주선을타고 달의 뒤편까지 갈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생의 축소판인 여행을 통해, 환대와 신뢰의 순환을 거듭하여 경험함으로써, 우리 인류가 적대와 경쟁을 통해서만 번성해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달의 표면으로 떠오르는 지구의 모습이 그토록 아름답게 보였던 것과 그 푸른 구슬에서 시인이 바로 인류애를 떠올린 것은 지구라는 행성 의 승객인 우리 모두가 오랜 세월 서로에게 보여준 신뢰와 환대 덕분이었을 것이다.

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 그것은 독자가 왜 매번 새로운 소설을 찾아 읽는가와 비슷할 것이다. 여행은 고되고, 위험하며, 비용도 든다. 가만히 자기 집 소파에 드러누워 감자칩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게 돈도 안 들고 안전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안전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거기서 우리 몸은 세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고, 경험들은 연결되고 통합되며, 우리의 정신은 한껏 고양된다. 그렇게 고양된 정신으로 다시 어지러운 일상으로복귀한다. 아니,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게 된다, 라고도 말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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