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는 말이 인사도 되고 걱정도 되는 요즘, 밥맛도 없어 맥주 한잔 따라 두고 책을 펼쳤습니다. 그녀의 글들은 무겁지만 가라앉지 않았고, 가볍지만 붕 떠 있지 않았습니다. 길어도 지루하지 않고 짧을 때도 여운이 길게 남아 있었습니다. 글은 그림보다 선명하게 보이고 그림은 글처럼 보고 또 보아야 그 깊이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야 오금에 고인 땀을 닦았습니다. 약간 어지러웠지만 술때문인지 글때문인지, 아니면 그림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