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과 유진 푸른도서관 9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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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991년 [김부남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살인사건이 있었다.

9살 어린 나이에 이웃집 아저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던 여자가 20년이 지나 자신을 성폭행한 가해자를 살해했던 사건은 그 당시 세상을 들끓게 했다.

그때는 <성폭력>이라는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던 시절이라 피해여성들은 운 나쁜 여자거나 행실이 바르지 못한 여성들이라는  생각들이 팽배했던 시기였다.

“나는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라 짐승을 죽였다”라는 말에 대중들은 경악했고 그 사건을 통해 어린이 성폭력이 피해자의 일생을 얼마나 깊은 수렁으로 빠뜨릴 수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사실 요즘은 모든 사람들이 성범죄에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처음 보는 사람으로부터 부지불식간에 당하는 성폭행, 아니면 평소에 교류가 있던 소이 친한 사람들로부터 당하는 지속적인 성폭력이 있다.

어떤 성폭력이  피해자에게 더 깊은 상처를 입히는 지는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평상시 믿고 따르던 사람으로부터 받은 성폭력은 그 믿음만큼이나 깊은 상처를 낼 것이다.

특히나 어린 시절 믿고 따르던 주변사람들로부터 입은 상처의 깊이는 당사자가 아니면 쉽게 가늠할 수조차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성범죄지만 아직까지도 입에 올리기를 꺼려하는 현실에서 “성장소설‘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이 책은 성범죄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어린 시절 유치원 원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같은 이름의 두 유진은 사건을 어떻게 대처하는 가에 따라 아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정해지는 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큰 유진은 사건 당시의 기억을 평소보다 더 많이 안아주고 배려해주는 부모 덕분에 자신이 가장 사랑받았던 시기로 기억하는 반면 작은 유진은 목욕타월로 자신을 몸을 거칠게 미는 엄마와 우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절규하는 엄마의 모습만을 어렴풋이 기억할 뿐이었다.

큰 유진의 의해 자신이 잊고 있었던 기억을 찾아낸 작은 유진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찾아내고 방황하게 된다.

다행인 건 함께 아픔을 경험했던 큰 유진과의 여행을 통해 자신들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찾아온 엄마와의 여행을 통해 새로 거듭나게 된다는 것이다.


말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는 중학교 2학년이 된 두 소녀의 입을 통해 어둡게도 밝게도 진행된다.

큰 유진과 작은 유진이의 입을 통해 어린시절에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는 부모를 둔 큰 유진과 주위 어른들에게 깨진 그릇이라는 말과 그 일을 입에 올리면 너 죽고 나죽는 다는 엄마의 말을 들으며 자란 작은 유진은 꿈 많고 밝기만 한 시절을 아픔과 문득 문득 느끼는 절망감으로 보낸다.

어찌 그 절망의 상처가 아이만이 짊어져야할 상처겠는가?

현실에서의 부모는 큰 유진의 엄마처럼 담대하게 아이의 상처를 바라보며 어루만져줄 수만은 없을 것이다.

모두에게 거는 주문처럼 “아무 일도 아니다.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돌아서서는 피눈물을 쏟으며 작은 유진의 엄마가 되어 딸이 가져가야할 상처를 기억에서 도려내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피해자를 도울 수는 있었지만 정작 내 아들의 여자친구가 될 때는 “그런 일을 당한 애“라는 낙인과 함께 문제가 예고된 애쯤으로 취급하는 건우엄마의 이중적인 행동에도 마냥 야유를 보낼 수만은 없었다.


책 속의 두 아이의 모습을 보며 어른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의 작은 가닥이 잡히는 듯했다.

특히 작은 유진의 외할머니가 손녀에게 해 주었던 말은 가슴에 오래도록 남았다.

“니가 그 일을 기억 못 해서, 느이 식구들을 영영 그러길 바랬지만 나는 내내 걱정이었다. 늙어서 노망난 것도 아닌데 파릇파릇하니 자라는 것이 지가 겪은 일을 기억 못해서는 안 된다구 생각했단다. 다 알구, 그러구선 이겨내야지. 나무의 옹이가 뭐더냐? 몸둥이에 난 생채기가 아문 흉터여. 그런 옹이를 가슴에 안구 사는 한이 있어두 다 기억해야 한다구 생각했단다.”

하물며 우리 몸에 난 상처도 꽁꽁 싸매어 덧나게 하는 것보다는 조금 아프고 쓰리더라도 바람이 잘 들게 하고 약도 말라야 낫는 것을 마음에 입은 상처 또한 덮어두고 묻어두기보다는 사랑으로 감싸 안아야 한다는 진리를 일깨워주시는 것 같았다.


결혼해서 아들 둘을 키우면서 나는 언제나 성폭력의 문제에서는 방관자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밀양 여중생 성폭력 사건>을 보며 내 자신 더 이상 성범죄에 안심할 수 없는 현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고 어느 순간 내 아이들이 자신의 일생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에 일생에 나락으로 빠뜨릴 수 있는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일었다.

이제는 개인의 일이 아닌 사회구성원 모두의 일이 되어 버린 성폭력이라는 조금은 껄끄러운 문제를 햇살 밝은 곳으로 끄집어내어 우리 모두의 힘으로 그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하고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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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10-25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두빛나무님, 축하드려요..! 좋은서평 이벤트 2등이네요..^^

울보 2005-10-26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두빛나무님 서평읽고 참좋았는데
축하드려요,,

초록콩 2005-10-27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울보님...축하 감사드립니다.^^*
 
화가 이응노 - 붓으로 평화를 그리다 예술가 이야기 2
김학량 지음 / 나무숲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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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이응노>란 이름은 낯설다.

그분의 이름이 낯 설은 거야 작가와 그 작가의 작품을 매치시켜 알아볼 만큼 미술에 조회가 깊지 않는 나이기에 뭐 특별한 일도 아니지만 미술학도였던 이 글의 작가마저도 이응노란 분을 그분이 돌아가신 해에야 알았다니 의아하기까지 했다.

외국에서는 그분의 그림에 대단한 찬사를 보냈고 또 수많은 제자를 길러낸데 반해 정작 자신의 조국에서는 버림받은 예술가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그분의 일생을 읽으며 알게 되었고 읽는 내내 그 시대의 아픔이 그대로 전해오는 듯 했다.


전형적인 위인전을 읽고 자란 세대인 덕에 위인적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기운에 싸여 태어나고 자라면서도 특별한 행동을 한다는 이야기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이응노>는 특별할 것 없는 충청도의 시골마을에서 태어났다.

아주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본격적인 그림 공부는 열아홉 살이 되던 해 <김규진>의 제자가 되어 전통 문인화와 서예를 두루 익히게 된다.

스승의 집을 나와 ‘간판점 개척사’를 열고 더욱 그림에 정진하게 된다.

스물여덟 살이 되던 해 우연히 비바람이 몰아치는 대무 숲을 보고 실물이 아닌 머릿속에서 꾸민 그림을 그려온 자신을 발견하고 진정으로 자신의 눈과 마음으로 세상을 관찰하여 보고 느낀 것을 그리기 시작한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그린 대나무 그림은 조선미술전람회에서 특선상을 받게 되고 화가로서 명성을 얻게 된다.

하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은 <이응노>는 서른이 넘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일본화와 서양화를 배운다.

해방이 되고 전쟁이 일어나는 중에도 그는 끊임없이 작품 활동하며 사물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자유롭게 풀어 그린 ‘반추상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그의 나이 55세에 프랑스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게 된다.

그 곳에서 그는 가난이라는 어려움에 부딪히게 되고  쓰레기통을 뒤져 구한 신문과 잡지로 만든 작품으로 콜라주전을 연다.

그림밖에 모르던 그에게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으로 억울하게 간첩으로 몰리게 되고 1년 8개월에 걸친 옥살이를 하게 된다.

그동안 그는 감옥에서 구할 수 있는 밥알에 헌 신문지를 개어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다시 프랑스로 돌아간 그에게 조국은 다시 한번 철저하게 그에게 등을 돌렸고 빨갱이, 간첩화가로 낙인이 찍히고 만다.

먼 타국에서 ‘광주민주화운동‘ 소식을 들은 그는 그의 작품을 통해 자유와 평화를 쉼 없이 그린다.

그는 마지막까지 조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작품만이 조국에 돌아와 성대한 전시회가 열리던 그날 파리의 작업실에서 향년 86세로 세상을 떠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거의 모든 경우에 해당되겠지만 나에게 있어 특히 예술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절대적인 명언이다.

만약 이응노라는 작가를 알지 못하고 <군상>을 봤다면  단순한 형태의 사람들의 무리인줄 알았을 것이다.

치열한 80년 광주를 함께 보내진 않았지만 광주의 그날의 일이 아직까지도 5월이면 가슴 아픈 현실인 지금 그림 속에 수많은 군상들이 단순한 사람들이 모임이 아닌 함께 어울려 평화롭게 하나 되는 세상을 염원하는 모습임을 글을 읽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것이다.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흑인인지 백인인지, 뚱뚱한지 홀쭉한지, 키가 큰지 작은지, 건강한사람인지 약한 사람인지, 돈 많은 사람인지 가난한 사람인지, 회사원인지 노동자인지.....>알 수 없는 군상들 속에서 서로를 위하고  감싸고 서로 존중하는 사랑하는 사회를 꿈꾸는 노화가의 간절한 바람 또한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일제시대와 6.25를 겪고 억울한 옥살이에 만신창이가 될 만도 한데  그림을 시작하고는 평생을 붓을 놓지 않고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강인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시골에서 가난한 농부에 자식으로 자라며 가장 아쉬웠던 건 예술에 대한 목마름이었다.

사실 그 목마름도 그 당시의 절절한 목마름이 아닌 어른이 된 후에 느끼는 내 무지에 대한 부끄러움을 이기기 위한  억지 목마름이겠지만 그때 그림이라고는 미술책에서 보는 빛바랜 명화들이 전부였고 내가 제대로 된 화집을 보게 된 것도 성인이 되어 대처로 나 온 뒤였다.

흔히 우스갯소리로 하는 까만 건 글자고 하얀 건 종이다라는 말처럼 나에게 그림은 인물화나 풍경화 같은 사실화가 아니고서는 나도 그릴 수 있는 낙서(?)쯤으로 생각하는 무식함을 과시했었다.

그래서인지 내 자식만은 예술을 제대로 느끼며 그 안에서 평안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아직은 시작인 우리 아이의 미술이야기에 중심을 차지하게 된 <고암 이응노>선생의 이야기는 글을 쓴 작가의 시점에서 뿐만이 아니라 이응노 선생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하는 구성 또한 신선한 재미를 선사해 준다.

미술이 어렵고 우리 일상과 동떨어진 게  결코 아니다라는 것을 그분이 출감하면서 했던 말에서 찾아본다.


<화가는 그저 벽에 걸어 놓고 보기 좋을 그림만 그릴 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사회에 어떤 모순이 있는가를 알아야 되고,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하지.>


우리의 전통 그림을 현대화하고 세계화하는 일에 힘쓰시고도 이념이라는 족쇄 때문에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그가 이제는 그가 꿈에도 그렸을 고국에서 그의 작품이 제대로 평가받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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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숲의 딱따구리
황보연 지음, 김재환 그림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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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숲속을 날으며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었던게 언제였던가?

가장 최근에 봤던 새가 아파트마당을 종종거리던 까치였다.

어린 시절이맘때면 논밭에 허수아비가 서 있고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습관처럼 논으로 나가 참새를 쫓았다.

봄이면 강남 갔던 제비가 잊지 않고 찾아와 처마 밑으로 못자리 흙과 짚을 물고와 둥지를 틀기 시작하면 아버지는 완성되지 않은 제비집 밑에 널따란 널빤지를 대주셨다.

보리밭을 지나다보면 인기척에 놀란 꿩이나 종달새가 푸드덕거리며 날아오르기도 했다.

동구 밖 높다란 느티나무에서도 고샅마다 서 있던 나지막한 감나무에서도 새집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새집이 보이면 아이들은 그 나무에 어김없이 올라가 새알을 찾아내기도 하고 솜털이 보송보송한 새끼 새를 잡아와 벌레를 잡아주며 키우기도 했었다.


지금에 우리 아이들에게 새소리는 TV의 다큐멘터리 프로나 동물원에 찾아가야만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소리가 돼버렸다.

하지만 그때는 아침이면 마당을 종종거리며 떨어진 곡식알을 쪼던 참새소리에 잠이 깨어 새소리 가득한 산으로 들로 쏘다니다가 밤이면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뒷산에서 우는 소쩍새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곤 했다.

너무 흔하게 항상 가까이에서 나던 익숙한 소리였던 새소리가 이제는 기억 저편의 추억을 끄집어내야지만 생각나는 아련한 소리가 돼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


<우리 숲의 딱따구리>를 읽기 전에 나는 우리 주위에서 사라져버린 새들을 잊고 있었다.

시골에도 더 이상 허수아비나 새 쫒는 아이들을 볼 수 없고 그전에 귀한 대접을 받았던 까치와 비둘기만이 이제는 사람들에게 골칫거리가 되어 우리 곁에  머물 뿐이다.

새를 좋아하는 아빠와 아들이 내가 잊고 지냈던 그 숲으로 우리를 안내해준다.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준 딱따구리의 생태와 사실적인 그림도 눈을 사로잡지만 이 책의 최고의 매력은 글을 읽는 주체가 되는 어린이의 눈을 통한 관찰 이야기라는 것이다.

어른의 길고 지루한 설명을 듣는 듯한  도감류에서 느꼈던 지루하고 따분한 느낌이 아닌 내 친구가 써 놓은 재미난 관찰일지를 들여다보는 듯하다. 


자상한 아빠와 단 둘이 산을 간다는 것만으로도 아들에게는 가슴 설레는 일인데 새를 좋아하는 부자가 귀한 딱따구리를 만나 탐구에 들어간다면 그 기쁨이 어떠했으리라는 것은 짐작이 간다.

아이의 관찰일지는 2월 14일부터 시작된다.

처음 만난 큰오색딱따구리의 나무 쪼는 소리와 쇠딱따구리의 나무 쪼는 소리가 각기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고 나무속에 있는 벌레를 잡아먹는 딱따구리들을 보게 된다.

봄이 시작될 즈음에는 딱따구리 구멍에 살기 시작하는 동고비의 집단장하는 모습과 딱따구리를 만날 수 있는 방법과  새들마다 나는 법이 각기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된다.

봄이 깊어지면 큰오색딱따구리 부부는 번갈아가며 단단한 나무를 하루에 8000번에서 1만2000번씩 2주에 걸쳐 쪼아 둥지를 만들고 그 안에 달걀보다 더 동그랗고 하얀 알을 낳는 다.

여름 내내 벌레를 잡아와 새끼를 키우던 딱따구리부부는 가을과 함께 장성한 새끼들을 떠나보낸다.

자식을 키우는 어미 된 입장에서 제 새끼를 위해 부부가 쉴 새 없이 벌레를 잡아주고 엄마 없이 새끼를 키우는 청딱따구리를 보며  가슴이 찡해 지는 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새만도 못한 일을 저지르는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오는 가슴 아픔인가보다.


내가 읽는 책은 가슴 절절한 감동을 느끼면 최고의 책이라고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내 아이가 읽는 책에선 아이가  뭔가를 배웠으면 하는 마음은 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히 창작동화가 아닌 자연이나 과학 서적이라면 특히나 그 마음이 더 할 것이다.

아이가 안 먹는 재료를 살짝 넣어 만든 반찬을 맛있게 먹듯 아이가 책을 읽으며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 새로운 사실을 배워간다면 그 책이 부모가 꼽는 최고의 책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후한 점수를 줄만하다.


아이의 눈길을 따라간 숲에서는 딱따구리뿐만이 아닌 숲에 사는 여러 새들을 만날 수 있다.

즐겨먹는 먹이마다 다르게 생긴 새들의 부리이야기라든지 서식지별로 다른 발가락 모양도 흥미롭다.

흔히 벌레 잡는 딱따구리를 숲의 의사라고 하는 데 가을이 되면 벌레뿐만이 아니라 열매와 씨앗까지 먹는 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된다.

아이가 본 숲은 딱따구리뿐만이 아닌 살아있는 모든 생물의 천국이다.

쇠딱따구리가 밤송이를 쪼는 모습을 보며 따갑지 않을 까 염려하고 딱따구리 둥지를 차지한 동고비를 보고도 얄밉다는 생각보다는 나무를 잘 쪼는 딱따구리가 양보해주기를 바라는 아이의 천진스러운 눈길도 볼 수 있다.


아이와 나란히 앉아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새소리를 원 없이 듣고 자란 엄마는 아이와 함께 새의 생태를 읽으며 추억에 젖어드는 데 새 소리를 듣지 못하고 새의 생태만을 아는 우리 아이는 훗날 제 아이와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생각을 할까?

자유롭게 날개 짓하며 마음껏 노래하던 새가 아닌 그림책에 머물러 있는 새를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어쩜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서 빼앗은 것은 새소리만이 아닌 먼 훗날의 추억까지도 없애고 있는 게 아니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 온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 ‘자연은 보호하자’는 말이 오늘은 왠지 내 아이의 소중한 추억을 지켜주자는 구호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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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10-12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리뷰 당선되신것 축하드려요,,

초록콩 2005-10-12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고마워요~~

아영엄마 2005-10-12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저도 축하드립니다~~ 좋은 리뷰가 당선되는 것은 당연지사~~ ^^
 
봄은 언제 오나요 (CD 2장 + 악보집) - 이원수 동시에 붙인 노래들
이원수 노랫말, 백창우 작곡, 김병호 그림 / 보림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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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면 추석이다.

의례 그렇듯이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면 시댁에 모인 형제들은 반주 한잔에 기분이 좋아지고 덩달아 아이들까지 기분이 좋아 노래도 부르고 자기의 장기를 한껏 뽐낼 것이다.

아이들은 대부분 유행가를 부를 것이고 아이들이 귀여운 어른들은 모두 흥겨워하실 것이다.

이 모습은 우리 집만의 모습이 아닌 대부분에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일 것이다.

 

나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좋은 음악도 들려주었고, 자장가도 불러주었고, 어린 시절 내가 불렀던 동요도 불러 주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무심히 틀어놓은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가요를 듣고 따로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흘러나오는 노래를 아이들은 따라 부르곤 한다.

음악이란 본디 귀에 익어야 그때부터 참 맛을 알 수 있다.

사실 이 음반을 받고는 의식적으로 틀어 놓았다.

식사를 할 때도, 놀 때도, 잠들기 전에도.........

며칠이 지나고 아이들은 내가 틀어주기 전에 먼저 CD를 찾았고 흥얼거리기도 했다.

백창우님은 <백창우인테넷소굴개밥그릇>이라는 사이트를 통해서 알고 있었지만 CD를 따로 산적이 없어서 제대로 들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원수선생님의 동요를 부르면 마음이 환해지고, 마음이 따뜻해지고, 마음이 착해져 버린다는 작곡가의 말처럼 우리는 이원수선생님의 동요를 부르며 커왔고 우리 아이들도 그분의 노래를 부르며 커가길 바랄 뿐이다.

 

<봄은 언제 오나요.>라는 제목으로 나온 두 장의 음반은 땅속에서부터 연ent빛 새싹들이 올라오고 있는 듯한 느낌들에 노래가 가득하다.

아이들의 꾸미지 않은 목소리와 서양악기와 구성진 우리 악기들이 이원수선생님의 동시 잘 어울려 마음이 저절로 차분해진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급행열차>이다.

제대로 된 기차여행을 해보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새롭고도 신선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김밥이나 사이다 있어요. 삶은 달걀 있어요. 오징어, 땅콩" 하는 소리는 기차 안의 풍경이 떠올라 저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아버지>를 들을 때면 연세 많은 친정아버지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젠 나도 자라서 기운 센 아이

아버지를 위해선 앞에도 뒤에도 설 수 있건만

아버지는 멀리 산에 만 산에 만 계시네............

 

시골에서 자란 나에게는 <삘기>라는 노래도 추억에 잠기게 한다.

간식이 많지 않았던 시절 봄이면 삐비(우리 동네에선 삘기를 삐비라고 했다)나 찔레 순을 따먹던 봄날의 하루가 눈에 선하다.

.........겉옷을 벗기면은 연두빛 속옷

연두속의 하얀 어린 삘기는

버들피리 불던 쓰디쓴 입에

나른히 젖 맛처럼 향기로 와요.........

 

동요를 학교 수업 시간에나 배우는 노래쯤으로 생각하는 요즘 마음이 넉넉해지고 차분해진다.

어른인 나는 옛 기억의 아련함에 가슴이 절절하고 내 아이는 너무 먼 이야기지만 엄마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어 기뻐한다.

기회가 된다면 고무신을 즐겨 신고 맨발로 노래하기를 좋아한다는 고무신 아저씨에 노래를 직접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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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강사 이보영과 함께하는 영어만화 Pinocchio (책 + CD 2장) Kelly의 영어만화 72
카를로 콜로디 원작, 차성진 그림 / 가나출판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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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어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나의 소망은 우리 애들만큼은 영어를 겁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어릴 때부터 영어그림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매일 한권씩 꾸준히 읽어주려 노력한 덕분인지 영어를 우리말과 다른 언어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2학년인데 좀 더 공부처럼 영어를 접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고민도 있지만 아이가 어려워하고 재미없어 할까봐 뒤로 미루고 있었다.

그림책처럼 쉽게 볼 수 있고 아이들이 좋아하고 덤으로 영어도 공부할 수 있을만한 책을 수소문하다 만화로 된 책을 접하게 됐다.

유명 강사인 이보영이라는 이름을 건 책이라 일단 믿음이 갔고 영어 실력이 딸리는 나에게 도움을 줄 CD두장이 포함되어 편했다.

우리가 잘 아는 피노키오 이야기를 만화로 만들어 아이들도 별 거부감 없이 들을 수 있다.

한 장의 CD에는 이보영선생의 강의 내용과 본문을 들을 수 있고 나머지 한 장은 본문만을 실어 선택해서 들을 수 있어 좋다.

특히 효과음과 성우들의 연기(?) 실력이 괜찮아 아이들이 들으며 지루해 하지 않는 다.

한 Chapter가 끝나면 여러 가지 게임을 할 수 있는 코너가 준비되어 있어 아이들이 신나한다.

거기에 노래도 4곡 들어 있어 따라 불러도 재미있고 만화다보니 대화형식의 글들이라 더 유용하다.

그리고 부록으로 본문 해설이 되어 있고 어려운 단어 풀이도 되어 있어 학년이  높은 아이나 영어 실력이 좀 되는 아이라면 혼자서 충분히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흠이라면 원작에 충실하려다보니 이야기가 길어져 CD두장을 다 들으려면 1시간 30분이 넘어간다는 것이다.

아이가 어릴 경우 한꺼번에 다 듣기는 무리일 것 같고 한 Chapter씩 나누어 듣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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