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언제 오나요 (CD 2장 + 악보집) - 이원수 동시에 붙인 노래들
이원수 노랫말, 백창우 작곡, 김병호 그림 / 보림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며칠 후면 추석이다.

의례 그렇듯이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면 시댁에 모인 형제들은 반주 한잔에 기분이 좋아지고 덩달아 아이들까지 기분이 좋아 노래도 부르고 자기의 장기를 한껏 뽐낼 것이다.

아이들은 대부분 유행가를 부를 것이고 아이들이 귀여운 어른들은 모두 흥겨워하실 것이다.

이 모습은 우리 집만의 모습이 아닌 대부분에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일 것이다.

 

나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좋은 음악도 들려주었고, 자장가도 불러주었고, 어린 시절 내가 불렀던 동요도 불러 주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무심히 틀어놓은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가요를 듣고 따로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흘러나오는 노래를 아이들은 따라 부르곤 한다.

음악이란 본디 귀에 익어야 그때부터 참 맛을 알 수 있다.

사실 이 음반을 받고는 의식적으로 틀어 놓았다.

식사를 할 때도, 놀 때도, 잠들기 전에도.........

며칠이 지나고 아이들은 내가 틀어주기 전에 먼저 CD를 찾았고 흥얼거리기도 했다.

백창우님은 <백창우인테넷소굴개밥그릇>이라는 사이트를 통해서 알고 있었지만 CD를 따로 산적이 없어서 제대로 들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원수선생님의 동요를 부르면 마음이 환해지고, 마음이 따뜻해지고, 마음이 착해져 버린다는 작곡가의 말처럼 우리는 이원수선생님의 동요를 부르며 커왔고 우리 아이들도 그분의 노래를 부르며 커가길 바랄 뿐이다.

 

<봄은 언제 오나요.>라는 제목으로 나온 두 장의 음반은 땅속에서부터 연ent빛 새싹들이 올라오고 있는 듯한 느낌들에 노래가 가득하다.

아이들의 꾸미지 않은 목소리와 서양악기와 구성진 우리 악기들이 이원수선생님의 동시 잘 어울려 마음이 저절로 차분해진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급행열차>이다.

제대로 된 기차여행을 해보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새롭고도 신선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김밥이나 사이다 있어요. 삶은 달걀 있어요. 오징어, 땅콩" 하는 소리는 기차 안의 풍경이 떠올라 저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아버지>를 들을 때면 연세 많은 친정아버지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젠 나도 자라서 기운 센 아이

아버지를 위해선 앞에도 뒤에도 설 수 있건만

아버지는 멀리 산에 만 산에 만 계시네............

 

시골에서 자란 나에게는 <삘기>라는 노래도 추억에 잠기게 한다.

간식이 많지 않았던 시절 봄이면 삐비(우리 동네에선 삘기를 삐비라고 했다)나 찔레 순을 따먹던 봄날의 하루가 눈에 선하다.

.........겉옷을 벗기면은 연두빛 속옷

연두속의 하얀 어린 삘기는

버들피리 불던 쓰디쓴 입에

나른히 젖 맛처럼 향기로 와요.........

 

동요를 학교 수업 시간에나 배우는 노래쯤으로 생각하는 요즘 마음이 넉넉해지고 차분해진다.

어른인 나는 옛 기억의 아련함에 가슴이 절절하고 내 아이는 너무 먼 이야기지만 엄마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어 기뻐한다.

기회가 된다면 고무신을 즐겨 신고 맨발로 노래하기를 좋아한다는 고무신 아저씨에 노래를 직접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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