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아이 그림이 있는 책방 1
카타지나 코토프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 보림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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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자와 남자가 사랑을 해 결혼을 하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게 자식이다.

별 다른 준비도 없이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된 우리 부부에게 가장 힘들었던 건 모든 시계가 아이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임신입니다’는 말을 듣는 순간 그 좋아하던 커피도 멀리해야 했고, 친구를 만나는 것도 영화를 보는 것도 자유롭지가 못했다.

아이가 태어나고는 밥을 먹다가도 아이의 울음소리에 달려가야 했고, 자다가도 울음소리에 일어나야만 하는 상황들이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둘째를 낳았던 것 아이가 있어 얻은 게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온전히 나만 바라보는 생명이 있다는 게 무거운 짐이 되기도 했지만 웃는 것, 화내는 것, 우는 것 모두가 아이로부터 시작되니 아이는 나에게 세상의 전부고 작은 우주였다.


여기 한 여자와 남자가 사랑을 해 결혼을 하고 생활에 모든 것은 미래에 태어날 아이를 위해 준비하고 아이를 기다린다.

하지만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아이는 오지 않고 세상은 빛을 잃어간다.

부부는 아이가 아주 먼 곳에 사는 다른 가족의 품에 태어났다는 걸 알고  여왕님의 어린이집으로 아이를 찾아간다.

가시투성이 고슴도치 아이는 엄마 아빠의 집으로 오지만 여전히 가시를 세우며 마음을 열지 못한다.

아이는 어느 날 ‘엄마가 나를 낳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라는 물음에 “그래, 나도 그러고 싶었단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너를 낳을 수 없었어. 그런데 정말 고맙게도 엄마 대신 다른 엄마가 너를 낳아 주셨단다. 덕분에 네가 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고, 우리가 이렇게 함께할 수 있는 거야. 아가야. 엄마는 너를 정말 사랑한단다.”라는 답은 눈물이 핑 돌게 한다.


몇 해 전 사촌 오빠가 집안 어른들 앞에서 입양이야기를 꺼냈을 때 다 거두어도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는 말씀과 제 자식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나이도 젊은 것들이 무슨 입양이냐고 모두들 반대했었다.

그때 오빠는 예쁜 딸 하나가 있었고 집안 어른들은 아들을 기다리고 있던 차에 나온 말이라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빠네의 굳은 신념은 누구에 말도 끼어들 틈이 없었고 잘 생긴 아들을 데려왔었다.

가족이 모이면 아무렇지 않은 듯 이야기하고 웃었지만 맨 먼저 묻는 안부가 아들 안부였고 딸애와는 다른 눈빛으로 보는 어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오빠는 가족 모임에 한두 번씩 빠지기 시작하더니 아이가 말을 알아들을 무렵에는 거의 만나질 못했다.

내 아이와 다른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는 잘못된 아이라는 편견 때문에 우리가 무수한 고슴도치 아이를 만들어내는 게 아닌가 싶다.

 

나는 내 아이들만으로도 인생이 벅차 다른 아이를 입양하는 일은 꿈도 꿔 본적 없다.

연예인들의 공개입양도 박수 받아 마땅한 좋은 일이지만 뒤에 뭔가가 숨은 잇속이 있을 것이라는 못된 생각도 했었다.

오랜만에 오빠와 통화를 했다.

언제나처럼 묻는 조카의 안부에 제 누나를 꼭 닮았다는 말과 아들에게 자신이 입양아란 사실을 말하지 않았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한숨 섞인 이야기를 했다.

가슴으로 안은 내 아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입양아라는 꼬리표를 단 아이로만 비칠 것을 염려하는 오빠의 마음이 너무 절절해 가슴이 먹먹해 왔다.

내가 가진 다른 눈이 다른 가정에는 비수가 되어 꽂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책을 집어 들었다.

내 뱃속에 열 달 담아 낳은 내 자식만 소중했었다.

내 뱃속의 열 달보다 더 기다리고 준비하고 아이를 품은 입양아부모의 모습에서 존경심마저 일어났다.

그리고 시 한편을 가슴으로 읽어본다.


괜찮아

          한강 시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 버릴까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젠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시도 때도 없이 울었던 아이에게 왜 그러냐고 화를 내던 내가 진정한 엄마가 됐던 건 ‘엄마 여기 있네, 괜찮아’라고 아이를 안았을 때였다.

처음부터 가시가 있어도 괜찮아라고 아이를 품었던 엄마에 말로 제대로 된 엄마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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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01-04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변에 실제로 입양을 한 가족 분이 계셨군요.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주인공이 되고 싶어 그림책 보물창고 10
토미 드 파올라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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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게 두렵다.

올해 야심 차게 시작한 일이 아이 학교의 ‘독서사랑회’ 모임이었다.

아이들 독서에 관심이 많은 모임의 엄마들은 나이도 비슷비슷했고, 아이들의 학년이 같은 엄마들도 여럿 있었다.

그런데  매주 만나다시피 했던 엄마들이었지만 독서토론을 하는 날이면 아침부터 불안했고 토론회 자리에 가서는 하고 싶은 말은 못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해도 목소리가 떨리고 얼굴이 붉어지기 일쑤였다.

그런 나에게 1학기가 끝나갈 무렵 2학년 한 학급의 1시간 수업을 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고 난 1시간 수업을 위해 피나는 연습을 했었다.

그.런.데......그 날 나는 나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난 그날 내가 들어간 아들반 아이들 앞에서 1시간 내내 버벅거리며 진땀을 흘렸다.

단지 그림책 한권을 읽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뿐이었는데....

그리고 결심했었다. 다시는, 다시는 앞에 나서지 않겠다고.


엄마를 닮아서인지 큰아이는 죽어도 나서는 걸 싫어한다.

몇 개월 동안 준비한 재롱잔치에서도 신나하거나 열정적인 모습이 아닌 그저 시켜서 마지못해 따라하는 수준인 아들을 둔 엄마인지라 주인공이 되고 싶은 토미는 부러울 뿐이다.

전교생 앞에서 하는 유치부 학예회연극이 ‘피터 래빗’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토미는 제목을 듣는 순간 자신이 주인공에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지 못한 토미는 선생님께 여러 번 지적을 받게 되고 그 벌로 대사 한마디 없는 여자 토끼 ‘맙시’역을 맡게 된다.

드디어 연극이 시작되고 토미는 주인공 피터가 하는 대로 따라하기 시작한다.

모든 시선은 토미에게 쏠리고 주인공보다도 더 큰 박수를 받게 된다.

연극이 끝나고 엄마는 토미에게 ‘피터 래빗’의 주인공은 피터이지 맙시가 아니라며 선생님과 피터역을 맡은 조니에게 사과하라고 한다.

피터는 엄마 말씀대로 사과는 하지만 자신을 보며 즐거워했던 사람들과 박수소리를 잊을 수가 없었고 다시 주인공으로 무대에 서고 싶다.


인생을 흔히 연극에 비유한다.

누구든 자신의 인생연극에서 엑스트라가 아닌 모든 이들에게 환호와 함께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주인공이고 싶어 한다.

엄마의 눈으로 읽은 토미의 이야기는 아이가 항상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는 나에게 한 박자 쉬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토미처럼 연극의 조연을 맡은 내 아이가 다른 배우의 박수를 다 빼앗을 만큼 무대에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 목에 힘이 들어가고 아이가 기특해 보이기만 할 것 같다.

그런데 토미엄마는 달랐다.

아이의 잘못이 무엇인지 집어주었고 사과해야 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아이에게 꼭 주인공이 돼야한다는 강요가 아이에게는 독이 될지도 모르겠다.

인생이라는 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도 않을뿐더러 조연도 나름의 위치가 있고 세상 삶들이 모두 주연으로 꽉 찰 수는 없다.

아이가 나중 인생에서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고 실망하여 주저앉거나 아니면 비열한 방법으로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을 때 다른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말은 토미 엄마가 토미에게 했던 이야기에 정답이 있지 않을 까 싶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 말로 진짜로 제대로 된 인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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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보 이불 - 제3회 푸른문학상 수상집 작은도서관 20
최지현 외 지음, 이상현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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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전문 출판사 <푸른책들>이 개최하는 ‘푸른문학상’ 에 당선된 4편의 이야기가 한권의 책으로 나온 ‘조각보 이불’은 가족의 이야기이다.

몇 해 전만 해도 가족은 크게 대가족과 핵가족으로 나뉘었다.

하지만 요즘의 가족은 부모의 이혼 등으로 조손(祖孫)가정과 한 부모 가정 등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등장하고 있다.


<조각보 이불>--최지현

보통 새로운 가족이라면 재혼이나 입양 등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조각보 이불의 가족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혈연이나 혼인 관계에서 오는 가족이 아닌  새로운 가족이 등장한다.

엄마와 딸들로만 이루어진 두 가정이 모여 한 가정을 이루며 일어나는 일상을 그린 이야기는 우리 집과 다른 가정은 항상 다른 색깔의 안경을 쓰고 보아 온 내 시각에도 변화를 주었다.

경제활동을 하는 한 엄마와 집안일을 돌보는 또 다른 엄마의 모습을 보며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도 싶지만 어쩜 한 부모 가정에게는 새로운 길을 제시해 주기도 하는 것 같다.

전혀 다른 두 가정이 만나 한 가족이 되는 데는 많은 갈등이 있을 것이다.

특히나 일반적이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는 시선에 아이들은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가정에도 갈등은 있지만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 위험에 빠지면 더 단단한 결속력을 보이는 게 바로 가족의 참모습일 것이다.

조각조각 떨어져 있던 천 조각들이 한데 모여 따뜻한 이불이 되었듯이 처음 시작은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두 가정이었지만 아이들이 자라며 서로 부딪히면서 멋진 보통의 가정으로 자리 잡을 것 같아 안심이 된다.


<우리 할머니 시집간대요>--이용포

TV에서 어느 노부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다음 세상에는 젊어서 속 썩이던 할아버지와 절대 다시 살고 싶지 않다는 할머니와 다음 생에도 꼭 할머니와 다시 살겠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이었다.

그때 짐짓 등 돌리고 게시던 할머니께 “그럼 자식들하고 살고 싶으세요” 라는 질문에는 아무리 자식이 좋다고 해도 그래도 등 긁어주는 영감이 최고라고 하셨던 할머니 말씀은 오래도록 잊을 수가 없다.

다행이 시댁이나 친정 부모 모두 건강하셔서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노인의 재혼 문제를 다룬 이야기다.

시골에서 사시던 할머니가 도시의 아들집에 올라와서 사시면서 느끼는 외로움과 허전함을 젊은 사람들이 가늠할 수는 없다.

진정으로 할머니에게 필요했던 건 남편이 아니라 함께 인생의 황혼기를 보낼 친구였을 것이다.


<슈퍼맨과 스파이더맨이 싸운다면>--정은숙

부부 사이에 냉기가 흐르면 아이들의 행동부터 달라진다.

슬금슬금 눈치를 보고 괜히 바쁜 척하며 허둥댄다.

아빠가 선 보증이 잘못되어 이혼얘기까지 오가게 되자 현우는 오줌을 싸기도 하며 불안해  한다.

이혼은 항상 어른들만의 이야기로 의논되지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 아이들이다.

옛날 우리 부모들이 자식 때문에 참고 살았다는 말이 요즘에는 어리석게도 들리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이혼을 생각하는 부부에게는 깊이 생각해 볼 말이다.

엄마가 가지무침을 아빠 앞으로 슬그머니 밀어 놓았을 때 느꼈을 현우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이혼보다는 어려워도 함께 해쳐나갈 미래를 택할 것이다.


<최소리네 집>--윤소영

청각장애자인 엄마와 사는 최소리는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다.

그 모습이 더 마음을 짠하게 했다.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열심히 사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소리네야 말로 아름다운 가정이 아닐까 싶다.


현대의 가정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나와 다른 가정을 다른 눈이 아닌 그 모습 그대로 봐 주는 것이야 말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할 것이다.

     가족은 꽃과 같아요.

     예쁘지 않은 꽃이 없듯이

     예쁘지 않은 가족은 없습니다.

     서로 사랑한다면  

     모두가 예쁜 가족입니다.

소리 엄마가 수화로 이야기한 가족의 정의야 말로 진정한 가족의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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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바위 얼굴 그림책 보물창고 8
게리 D. 슈미트 지음, 이현숙 옮김, 빌 판스워스 그림, 나다니엘 호손 원작 / 보물창고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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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바위 얼굴’을 처음 읽었던 게 벌써 이십년이 훌쩍 지났다.

그 글속에서 특별난 감동을 받았던 기억은 없지만 교실에서 바로 보이던 월출산을 자주 올려다보게 한 계기가 됐던 것 같다.

무심히 보아오던 온통 바위투성인 월출산의 봉우리가 사람의 옆얼굴을 닮을 건 같았고 내 자신 어니스트가 되어 고귀한 인물이 우리 고장에서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그 인물이 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잊고 있었던 국어책 속의 주홍글씨의 작가 나다니엘 호손의 짧은 소설이 이제는 선 굵은 멋진 그림과 함께 우리 앞에 재등장했다.

더 이상 그 순수한 눈으로 월출산을 올려다보던 소녀는 없지만  소녀가 낳은 아이들이 작가를 외우는 수고로움도 필요 없고, 국어시험 같은 것은 아예 떨쳐버린 채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게  멋진 그림과 함께 큰 바위 얼굴이 새롭게 탄생했다.

어른이 되어 읽은 새로운 모습의 책은 변한 모습만큼이나 전혀 다른 감흥을 던진다.


큰 바위 얼굴을 닮은 고귀한 인물이 나오리라는 예언을 믿고 기다리는 마을 사람들 앞에 부을 상징하는 인물인 재력가 ‘개더 골드’와 권력을 상징하는 장군 ‘블러드 앤 썬더’와 명예를 상징하는 웅변가이자 사상가인 ‘올드 스토니 피즈’ 라는 인물이 각각 등장한다.

마을 사람들이 처음에는 모두 세 사람에게 환호하고 열광했듯이 인생의 긴 여정의 중간쯤에 선 나는 마을 사람들이  열광하고 우러러 봤던 돈을 많이 갖고 싶고 권력을 쥐고 싶고 명예를 부러워하고 있다.

진정 마을 사람들이 우러러 봤던 것 세 사람의 성품이 아니었다.

개더 골드가 마을 사람들에게 뿌리던 동전과 거대한 저택,  블러드 앤 썬더 장군의 어깨에 반짝거리는 견장과 올드 스토니 피즈의 명성만을 우러러 봤을 뿐이었다.

많았던 돈도 한 순간에 없어질 수 있고, 영원할 것 같던 권력도 시간 앞에서는 허망함으로 남는다.

아무리 크고 멋진 명예도 그 명예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한다면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마을이 점점 커져가고 많은 영웅들이 고향으로 돌아왔다 허망하게 떠나가는 동안에도 성실한 농부인 어니스트는 더 알찬 수확을 거두기 위해 열심히 일했고,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지었으며, 이웃과 더불어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살았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나 실천할 수 없는 욕심 없고, 자연스럽고 정직한 삶을 살아왔기에 어니스트의 생이 빛나 보이는 것이다.

아직까지 나는 부와 권력, 명예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이름만큼 자신의 삶에 정직했던 어니스트의 빛나는 삶이 모든 일에 서두르기만 하는 나에게 제동을 걸어주었고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아이들에도 최선이 아닌 최고만을 주문했고, 나보다 나은 사람을 부러워하며 스스로를 불행에 밀어 넣기도 했다.

어니스트의 삶은 푸른 강둑을 따라 흐르는 물같이 자연스러웠고, 항상 미소 띤 얼굴은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했듯이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정직하게 사는 삶이야말로 최고의 삶일 것이다.

책을 읽을 때마다 “우리 모두가 큰 바위 얼굴을 갖고 있지요.”라는 부드러운 어니스트의 음성이 가까이에서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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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자를 찾아서 동화 보물창고 12
오미경 지음, 홍선주 그림 / 보물창고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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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분에 ‘금자’가 들어간 제목을 보는 순간 주인공이 금자라는 여동생을 찾아 떠나는  모험이야기인가 했습니다.

뭐 금자라는 여동생은 아니지만 주인공 돌배가 금으로 만든 전설속의 자인 금자를 찾으며 펼치는 모험이야기이니 반은 맞춘 셈이지요.

언제인가 아이와 함께 읽은 옛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신기한 자는 병든 사람의 몸을 재면 병이 낫고 죽은 사람의 몸을 재면 살아난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는 데 그 이야기가 바로 신기한 금자 전설이라니 반갑기까지 했지요.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동생 달래와 사는 돌배는 온 동네가 알아주는 말썽쟁이였대요.

서당에서도 공부보다는 장난에 싸움질이 일상이었고요.

그날도 친구와 싸운 뒤 훈장님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신기한 금자의 전설을 들려주셨답니다.

서당에서도 몰래 빠져 나온 돌배는 또 온갖 말썽을 부리다 집으로 돌아왔는데 글쎄 엄마가 나무를 해오다 쓰러져 의식을 잃은 거예요.

돌배는 엄마가 다친 게 말썽만 부리고 모든 짐을 엄마에게만 짊어지게 했던 자신의 탓인 것 같아 엄마의 병을 낫게 해줄 금자를 찾아 떠나게 됩니다.

돌배는 개 제비와 먼 길을 가다가 산적을 만나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친구 덕구를 만나 큰 도움을 받게 되지요.

다시 길을 떠난 돌배는 우여곡절 끝에 금자를 구하게 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덕구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걸 알게 되지요.


이 대목까지 읽으며 우리 옛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충견인 삽사리 제비에 이야기와 위험에서 주인공을 구하는 덕구와 덕구 어머니, 그리고 꿈에 현몽해 금자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노인과 금자의 위치를 알려준 뱀, 거기다 여럿이 힘을 합쳐 못된 사또를 혼내주고 다시 금자를 찾는 대목은 옛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여러 장면을 한데 모아 놓은 듯 했습니다.

하지만 돌배가 금자를 품고 덕구 집을 다시 찾아 갔을 때 덕구 어머니의 죽음을 알고 고민하는 모습은 아이가 해결하기에는 너무 큰 문제 같아 글을 읽던 제가 돌배가 되어 땀이 삐질삐질 흘렸답니다.

자신을 도와준 덕구 어머니에 은혜를 감게 되면 집에서 사경을 헤매는 어머니를 살릴 수 없고 그렇다고 금자를 한번만 쓰겠다는 약속을 깨뜨릴 수도 없으니.......

누구도 돌배가 금자를 한번만 쓰겠다는 약속을 듣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한 약속이니 안 지킬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돌배의 심정이 어떠했을까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돌배였다면 돌배처럼 덕구 어머니의 몸을 척척 재지는 못했을 거예요.

“”양친 부모 있는 건 뒤주 안의 닭 신세, 한쪽 부모 있는 건 올콩 밭의 비둘기 신세, 양친 부모 없는 건 눈 덮인 산의 꿩 신세“인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데 덕구 어머니를 살리며 기쁨보다는 서러움이 더 컸겠지요.


삼국유사에 단 몇 줄로 기록되어 있는 <금척설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켰다니 작가의 상상력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끔 아이가 옛날이야기를 읽으면 진짜로 있었던 일이냐고 묻곤 하는 데 금자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말해 줄 수 있었어요.

옛날 신라의 보물 금자를 숨겨두기 위해 만들었던 여러 개의 무덤이 지금도 경주에 가면 있다고요.

아이는 돌배가 엄마를 살리겠다는 희망으로 그 먼 여정을 시작했듯이 눈을 반짝이며 저도 꼭 금자를 구해 엄마가 아프면 한 눈 팔지 않고  달려오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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