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만화 교과서 고사성어편 - 초등학교 선생님이 직접 쓴 똑똑한 만화 교과서
고성욱 지음, 우지현 그림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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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아이가 유치원만 다녀도 기본적인 한자 몇 가지는 알게 된다.

특별히 유치원에서 수업을 듣지 않더라도 만화로도 만날 수도 있고, 학습지로도 만날 수 있는 게 한자다.

우리 아이들도 어려서부터 한자를 보아온 터라 어려운 글자라는 느낌보다는 그림글자로 느끼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곧잘 읽기도 하고 쓰는 것도 그림을 그리듯 뚝딱 써내기도 한다.

내가 한자를 처음 배웠던 건 중학교에 들어가서였고, 지금처럼 쉽고 재미있는 교재도 없었다.

수업은 연세가 꽤 있으신 할아버지 한문선생님께서 칠판에 빼곡하게 한자를 써 놓고 음과 뜻을 달아주는 게 전부였다.

한자를 왜 배워야하는 지도 모르고, 어디에 사용할 수 있는지도 모른 채 그저 마지못해 받던 수업이니 재미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도 가끔씩 듣던 사자성어 이야기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옛날 중국에”라고 운을 떼시면 졸리던 눈도 초롱초롱해지고 어느 수업시간보다도 말똥해지곤 했었다.


‘고사성어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윤기 있게 하고 언어 표현을 풍부하게 해 주는 언어의 보물창고입니다.’라는 머리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사 성어는 한자의 음과 뜻을 아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실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직접 쓴 똑똑한 만화 교과서 고사성어편> 역시 속담편과 마찬가지로 아홉 개의 마당으로 각각 나누어져 있고, 모두 200여개의 고사성어가 수록되어 있다.

각 고사성어에 관련 교과도 따로 표시되어 있고 짧은 풀이와 함께 우리 생활에서 사용되는 구체적인 예를 만화로 꾸며 놓았다.

거기에 “선생님이 들려주는 고사성어 이야기” 코너는 할아버지 선생님이 옛날 옛날로 시작하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든다.

똑똑한 한자 풀이에서는 뜻과 음은 물론 부수와 획수까지 표시되어 옥편에서 찾아보기에도 편리하다.

한자 이야기와 비슷한 고사성어, 함께 알아둘 고사성어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거기에 재미있는 옛 이야기가  나와 있어 전래동화 한편을 읽는 것 같다.

인물 이야기와 상식 이야기도 재미있다.

<속담편>과 마찬가지로 각 마당이 끝나면 ‘숙제를 도와주는 고사성어’들이 나와 좀 더 많은 고사성어들을 만나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나만의 논술 노하우>에서는 고사 성어를 이용한 글쓰기의 예도 나와 있다.


일요일 낮에 아들과 늙은 어미 새에게 먹이를 물어다주는 까마귀와 관련된 반포지효(反哺之孝)편을 읽어보았다.

부쩍 말썽을 부리는 아이가 말을 잘 들었으면 하는 특별한 목적을 두고 읽기 시작했다.

먼저 아이가 만화를 읽고 다음으로 까마귀에 효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함께 알아 둘 고사성어’편의 풍수지탄(風樹之嘆)의 뜻을 알아보고 춘추전국시대 노나라 ‘노래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아이의 얼굴을 살폈다.

딱히 뭐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오후 내내 말썽 부리는 강도가 약해진 걸 보면 고사성어의 효과(?)를 본 것도 같다.

사실 길고 긴 학창시절에 고사성어를 다른 사람보다 먼저 알고, 많이 안다고 해서 좋아할 것도 으스댈 것도 없을 것이다.

아무리 고사성어를 많이 안다고 해도 그 숨은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바른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상상안상(牀上安牀)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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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3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록콩 2006-02-13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님도 고르세용~~~
 
똑똑한 만화 교과서 속담편 - 초등학교 선생님이 직접 쓴 똑똑한 만화 교과서
문향숙 지음, 유남영 그림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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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목에 교과서라는 말이 들어있거나 학년이 표시된 책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린이 책에는 대놓고 뭔가를 가르치려하는 책이 있고, 재미있어서 읽다보면 뭔가를 배우게 되는 책들이 있는데 후자의 책들을 선호하다보니 제목부터 대놓고 가르치는 걸 티내는 책은 이 책 읽고 공부해라하는 소리 같아 잘 고르질 않는 다.

하지만 아이의 학년이 올라가면서는 무시할 수 없는 게 학과공부고 기왕이면 재미있는 책 도 읽고, 더불어 뭔가 배우는 게 일석이조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게 되었다.

솔직한 마음은 비유나 은유가 많은 속담을 많이 알아 나중에 국어 점수를 많이 받게 하고 싶은 욕심에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직접 쓴 똑똑한 만화교과서 속담편]이라는 긴 제목을 단 이 책을 살펴보자면 재미를 원하는 어린이와 뭔가를 가르치고 싶은 부모의 욕심을 둘 다 충족시켜줄만하다.

수많은 속담들을 “태도와 마음가짐에 관련된 속담들” “말과 배우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속담들”등 아홉 마당으로 분류해서 정리되어 있다.

본문은 한 가지 속담을 각각 두 페이지를 할애해 소개하고 있고 첫 페이지에는 토끼와 돼지 등의 귀여운 캐릭터의 동물이 등장하는 만화가 나온다.

만화는 그 속담의 상황에 맞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다.

또 간혹 등장하는 숨은 그림 찾기 또한 인기 만점이다.

그렇다고 다음 페이지의 이야기가 재미없다거나 어렵거나 하지는 않는 다.

속담마다 공통적으로 ‘똑똑한 속담이야기’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코너는 앞 페이지의 속담에 대해 시사이야기로 풀이해 주기도 하고 옛이야기를 통해서 설명해 주기도 한다.

거기에 우리 속담과 북한의 속담을 비교해서 설명해 주기도 하고 비슷한 속담과 영어 속담과 세계의 여러 나라의 속담이 소개되기도 있다.

덤으로 속담의 관련 교과까지 표시되어 정말 친절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특히나 과학과 연결시켜 설명해 준 속담을 읽는 것도 재미있다.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속담은 임시방편으로 일을 처리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데 사실 과학적으로도 언 발에 오줌을 두면 처음엔 체온과 같은 36.5도의 오줌이 잠깐 언 발을 녹이겠지만 나중에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의 열전달 때문에 발은 더더욱 시리게 되고 종내는 동상에 걸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들어 확실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아홉 마당의 속담 이야기 뒤에는 “숙제를 도와주는 속담”편이 나오는 데 ‘동물에 빗댄 속담’ ‘화폐와 관련된 속담’ ‘열두 띠 동물에 관한 속담’ ‘도깨비와 관련된 속담들’ 등 제목만으로도 흥미를 끌만한 속담들이 한 꾸러미씩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고학년 어린이에게 유용할 만한 속담을 이용한 글쓰기 요령이 나와 있어 속담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실례를 들어주기도 한다.


사실 이 책은 처음 페이지부터 차례로 읽을 것을 강요할 필요가 없는 책이다.

일상생활에서 쓰고 싶은 속담을 ‘찾아보기’에서 확인하고 읽어보는 것도 좋고, 눈 감고 아무 페이지나 순서 없이 찾아 읽어도 재미있다.

일선에서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시는 선생님이 쓰신 글답게 수업을 듣는 듯한 말글도 편하고 좋다.

이 책을 읽고 아이는 더 자주 일상에서 속담을 사용하고 있다.

제 동생이 떼를 쓰고 성가시게 하면 어른스럽게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고 의젓하게 나무라기도 하고 수학 문제를 풀다가도 “식은 죽 먹기”라고도 한다.

속담은 힘들게 일일이 외울 필요도 없고, 일상생활에 억지로 사용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짧은 문장을 알고 이해하면서 좀 더 깊은 생각과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 같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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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 루디, 치과는 정말 싫어 시공주니어 문고 1단계 14
잉그리트 위베 글, 마리아 비스만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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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가장 가기 싫은 곳을 꼽으라면 아마도 병원일 것이다.

특히 치과는 그 중에서도 최고로 가기 싫은 곳일 게다.

나 역시 치과는 죽기보다 싫어 진짜로 이가 너무 너무 아파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때야 할 수 없이 가는 곳이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 순간부터 목이 바짝바짝 마르고 순서가 되어 이름이 불려지고 길고 차가운 의자에 눕는 순간 손에 땀이 나고 눈을 뜨기 힘든 밝은 빛과 귀를 괴롭히는 기계음 소리는 아무리 자주 다녀도 익숙해지지 않는 다.

아이들에게만은 튼튼한 치아를 갖게 해주고 싶어  정기적으로 치과에 데리고 다니지만 그때마다 의자에 눕히기도 힘들고 눕혔다 쳐도 입 벌리게 하기가 어려워 살살 달래기도 하고 무섭게 협박도 한다.

이가 오복(五福)중 하나라고 하지만 정말 치과 가기는 괴롭다.


밤 12시면 학교 수업이 끝나고 아침이 밝아오면 잠을 자야 하는 흡혈귀 루디도 우리 인간만큼이나 치과를 무서워한다.

아침을 먹다 송곳니가 아파 딱딱한 아몬드를 제대로 먹을 수 없었던 루디는 학교에 가서도 이가 아파 수업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수업이 끝나고 친구 이기트의 삼촌인 치과의사 벤노 나뚤어 박사를 찾아간다.

하지만 처음 가본 치과는 순순히 치료를 받을 수 없을 만큼 무서웠다.

박쥐로 변해 위기를 모면해 보기도 하지만 나뚤어 박사 역시 박쥐로 변신하게 되고 둘은  아침이 오는 걸 알아채지 못하고  거꾸로 매달려 그네타기를 한다.

다행히 이기트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린 환자와 의사는 무사히 치료를 마치고 평안한 밤(인간세계에서는 아침)을 맞이한다.


사실 이야기의 교훈(?)은 간단하다.

“이가 아프면 망설이지 말고 치과에 가자”이다.

하지만 그 것보다 더 흥미를 끄는 건 우리와는 너무 다른 흡혈귀의 생활이다.

우리가 저녁을 먹는 시간에 그들은 아침을 먹고, 우리가 곤하게 자는 시간에 흡혈귀는 학교에 간다.

우리가 우유 한잔으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흡혈귀는 우유는 맹탕이어서 아무 맛도 안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무서워하면서도 관심을 갖는 건 괴물이나 요괴, 귀신 등 우리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이다.

흡혈귀 루디가 아닌 평범한 아이 루디가 등장해 이가 아파 아침을 못 먹고, 학교에서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없고, 쉬는 시간에도 놀 수 없고,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도 먹을 수 없었다면  너무 평범한 일상이라 주의를 끌지 못했을 것이다.

혐오스러운 피가 나오고, 아이들이 볼 수 없는 새벽이면 활동을 하는 흡혈귀의 이야기가 새롭기만 하다.

나와 다른 흡혈귀도 이가 아프면 힘들어하고 치과를 두려워한다는 것이 흥미와 더불어 더 큰 무게의 가르침을 던져 주는 것 같다.

그리고 누구든 이가 아플 때는 치과에 가서 치료 받는 것 말고는 다른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는 다는 걸 스스로 깨우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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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II 로마 이야기 1 - 로마의 탄생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토마스 불핀치 원작, 정명숙 글, 조재호 그림, 허승일 감수 / 가나출판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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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의 2부 격인 로마 이야기가 만화로 탄생했다.

1400년 동안 유럽을 지배한 대제국인 로마를 모르고서는 유럽 문화를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단순한 로마의 역사가 아닌 시간 여행이라는 SF적 요소를 가미에 흥미를 끈다.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가람이 앞에 황금 늑대가 나타나고 그를 계기로 닥터 제로와 함께 로마로의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알바 롱가의 공주와 전쟁의 신 마르스 사이에 태어난 쌍둥이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아물리우스왕의 의해 죽을 뻔 하지만 늑대의 의해 목숨을 구하게 된다.

양치기의 자식으로 자란 두 쌍둥이는 훗날 자신들을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었던 아물리우스왕을 물리치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게 된다.

그러나 하늘에 태양이 둘 일수는 없듯이 로물루스의 손에 레무스는 죽게 되고 로물루스는 로마를 세우게 된다.

로물루스왕은 왕위의 세습이 아닌 선출로 뽑을 것을 건의하고 민회와 원로원과 함께 강한 로마를 만들어 가기 시작한다.

사비니족의 여인들과의 강제결혼으로 로마는 사비니족과 대대적인 전쟁을 치루지만 여인들의 지혜로 평화로운 시대를 맞게 된다.

로믈루스왕이 죽고 새로운 왕의 탄생을 기약하며 1권의 이야기는 끝을 맺는 다

처음엔 왕이 되기를 거부했던 누마왕 이야기와 헝클어진 역사를 바로 잡고 가람이가 무사히 현대로 돌아올 수 있을 지 기대가 된다.


“로마의 역사를 이해하기 쉽고, 무엇보다도 특히 재미있고 정확하게 그려, 여러분의 삶을 지혜롭고 활기차게 하는 데 크게 기여하리라 확신합니다.”라는 감수를 맞으신 허승일님의 여는 말씀 그대로 처음 시작한 마음 계획한 대로 끝까지 유지하여 재미있고 정확한 로마 이야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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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씨구 절씨구 풍년이 왔네 - 제1권 홍성찬 할아버지와 함께 떠나는 민속.풍물화 기행 1
원동은 지음 / 재미마주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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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결코 서두르지 않고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띤 재미마주출판사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출판사중 하나이다.

그런 재미마주에서 새로운 책이 나왔다.

바로 우리나라 1세대 일러스트레이터인 홍성찬 할아버지와 함께 떠나는 민속.풍물화 기행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인 “얼씨구 절씨구 풍년이 왔네”이다.

옛 시골 마을의 정취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수묵화는 화려한 그림에 익숙해져 있는 나에게 포근한 고향의 정취를 그대로 느끼게 해 준다.


70년대 농촌은 동네에 텔레비전이라고는 한두 대가 전부였고, 김일의 레슬링 경기나  박찬희의 권투중계도 전부 온 동네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 봤던 기억이 있다.

가을이면 새로 이엉을 얻은 노란 초가지붕과 회색의 슬레이트 지붕이 공존하던 시대였었고, 새벽종이 울리면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던 시절이었다.

사실 책은 내가 때어나기 훨씬 전의 농촌모습을 담고 있지만 읽는 내내 내가 살던 시절에 어른들이 옷만 다르게 입고 등장한 느낌을 받았다.


농사를 제일로 치던 시절 조상님들은 일 년을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정한 24절기에 맞추어 하루하루를 생활해 나가셨다.

설 쇠고 처음 맞는 절기인 입춘을 시작으로 겨울동안 잘 먹인 황소로 쟁기질을 하는 걸로 한해 농사일을 시작하셨다.

한 겨울 밟아주던 보리는 겨우 내내 보리 국으로 입맛을 돋우었고 봄철 보릿고개를 무사히 넘길 수 있는 보물이었다.

일 잘하고 들꽃같이 튼실한 것을 제일로 쳤던 농촌의 아낙들도 길쌈 하랴, 장 담그랴, 누에 치랴, 한시도 쉴 짬이 없다.


음력 4월이면 부지깽이도 덤빈다는 바쁜 모내기철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이야 이양기가 있어 사람 손이 많이 필요치 않지만 그때는 온 동네가 들썩거리던 시절이었다.

일꾼들의 가족뿐만이 아니라 지나가던 길손까지 불러 새참을 먹었으니 그 때의 인심은 있고 없고 와는 상관이 없었던 듯하다.

내 어린 시절에도 품삯을 받고 일하는 게 아니라 모든 농사일은 품앗이로 이루어지는 게 많아서 모내기한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돼지고기 숭덩숭덩 넣고 끓였던 김치 국이며 무 깔고 지졌던 매콤한 갈치조림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칠십이 넘으셨던 할머니는 호미 한 자루 들고 밭으로 나가 매도, 매도 끝이 없던 김을 매시고는 저녁때면 허리가 꼬부랑해서 들어오셨다.

농사꾼들에게 잡초야 말로 타는 여름에 치러야 할 가장 큰 전쟁이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참외서리며 콩서리로 더위를 잊기도 했다.


가을이 오면 수확에 기쁨에 온 마을이 춤을 추었고 찬바람이 불기 전에 벼 타작이며 수수, 조, 콩, 옥수수등과 대추, 밤, 사과, 배 ,감등의 가을걷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농사일이 얼추 끝나면 아낙들은 김장 때문에 정신이 없었고, 온 집안 식구가 나서 새 창호지를 바르고, 구두질과 매흙질을 하며 겨울채비를 했었다.

지금이야 찾아볼 수 없는 초가집의 새 이엉을 얻고 나면 일  년 내내 일에 혹사한 몸을 쉴 만도 한데 기직자리 매기, 짚신 삼기, 새끼 꼬기로 내년을 기약했다.


책 속에는 쟁기나 똥 장군 같은 옛 농촌의 풍경만이 아니라  따로 개똥삼태기가 있어 첫 새벽에  개똥을  주우러 다녔다는 농부에 근면함을 엿볼 수 있는 재미난 이야기도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 같은 속담을 비롯해 겉모양은 훌륭하고 속에 든 것이 형편없을 때 이르는 말인 “명주 자루에 개똥”이라는 재미있는 속담들도 보너스로 소개한다.

고루하고 재미없는 농업박물관 체험서 같은 책이 아닌 살아있는 조상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지금도 쟁기질 후 새참으로 내간 막걸리를 쭉 들이키시며 한없이 행복한 표정의 담배한대 때우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비가 안 와도 비가 내려도 밤 새 못 주무셨는데 지금은 수로가 생기고 물 걱정 없고 기계 때문에 일손 걱정 없는 농촌이다. 

하지만 그리운 건 누구네 자식이 서리 해 갔는지 짐작하시면서도 큰 소리 내지 않던 어른들이 살아계시던 농촌이다.

가을이면 빗물에 썩고 햇볕에 바란 이엉을 걷어내고, 동네 어른들이 힘을 모아 노랗고 따뜻한 새 이엉을 얻은 그런 일 년에 한 번씩 새로워지는 둥그런 초가집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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