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의 의식
미야베 미유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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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중 한 명인 미야베 미유키 여사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sf소설이라는 문구를 보고 먼저 든 생각은 작가의 수많은 이야기 중에 sf적인 소설이 없었나 싶었다.
어쨌든 처음, 최초는 언제나 신선하고 궁금하니 작가의 팬이라면 읽어주는 게 당연하다.
모두 8편의 소설은 이야기의 배경이 된 시대는 메이지 시대를 비롯 현재에서 멀리않은 시간으로 짐작되는 시대다.
작가가 기존에 써 온 괴담류나 미스터리에서도 인간관계의 따뜻함을 느끼는 소설이 많은데 우리가 보통 sf소설의 배경이라 생각하는 광활한 우주나 대단한 과학의 발전 등으로 야기되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우리 주변에서 실재한 일들이 이야기의 소재가 되어 혹시나 하는 두려움에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엄마의 법률>을 읽으며 만약 주위에 학대 받은 피해아동이 있다면 나는 그 아이를 내 아이의 친구로 인정할 수 있을 지 생각해 보며 우리는 생각만큼 피해자에게도 그렇게 관대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수많은 cctv의 존재를 의식하게 하는 <전투원>,여고생이 나와 조우하게 되는 <나와 너>,오랜 생활 함께한 로봇과의 이별을 그린 표제작 <안녕의 의식>,지금도 어딘가에 존재할 수도 있는 형체가 없어 더 무서운 외계 생명체 이야기인 <별의 소원을>,메이지 시대를 배경으로 프랑켄슈타인 공사의 창설을 다룬 <바다신의 후예>는 시대는 맞지 않지만 악랄한 일본의 731부대의 인체 실험이 떠오르는 건 너무 멀리 나간 생각일까?
<성흔>은 살인자인 A를 추앙하는 과정이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순간 등장해 그들은 위로하며 절대적인 존재가 되는 사이비 종교의 발현을 보는 듯해 섬뜩하다.
마지막 <보안관의 내일>은 잔인한 범죄자 아들에 의해 희생되는 이들이 아무리 인공지능을 탑재한 의체라고는 하지만 범죄의 순간을 매번 반복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만약 갱생해 범죄를 저지르지않는 삶을 경험한다고 해도 현실에서 달라지는지 건 없는데 무슨 소용이 있을지 그럴 시간에 피해자의 가족에게 용서를 비는 게 옳을 듯하다.

작가의 애도 시대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현실과 뚝 떨어진 이야기 같지만 그 시대 서로 돕고 함께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어서다.
“안녕의 의식”은 기대보다는 파격적이지않고 슴슴한 sf지만 생각거리를 충분히 던져 준다.
작가가 쭉 써 온 장르가 아닌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는 건 보통의 결심과 노력으로 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것도 한 분야에 대가를 이룬 작가라면 더더욱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으리라 짐작된다.
소설이 재미없었던 것은 아닌데 다른 소설에 비해 꽤나 긴 시간을 할애해 읽었다.
작가님의 sf도 나쁘지 않지만 시대물과 사회파 미스터리에 힘 써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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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잡는 얼굴들 - 마침내 나이 들 자유를 얻은 생추어리 동물들의 초상
이사 레슈코 지음, 김민주 옮김 / 가망서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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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기 전까지 시골에서 살았지만 한 번도 나이든 동물을 본적이 없었다.
아버지는 외양간에 소도 키웠고 돼지도 키웠고 닭도 키웠지만 팔기 위해 기른 동물들은 늙기전에 팔리고 강아지도 성체가 되면 팔려 나간 탓에 동물이 나이든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살았다.

저자인 ‘이사 레슈코’는 동물권, 노화, 죽음에 관한 주제로 작업하는 작가로 수록된 사진은 동물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플래시를 끄고 오로지 자연광만을 사용한 10년이 걸린 작업물들이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 [생추어리]라는 단어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생추어리에는 다양한 상황에 처해 있던 동물들이 온다.어떤 동물은 도살장행 트럭에서 탈출에 거리를 헤메다가 발견된다. 어떤 동물들은 통제 불능 상태의 호더나 뒷마당에서 동물을 사육해 바로 도축하는 푸줏간으로부터 구조된다.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농장에서 사룟값을 감당하지 못해 버려진 동물도 많다. 드물기는 하지만, 반려인으로부터 더 이상 돌봄을 받지 못하게 된 반려동물도 온다. 대부분의 동물은 끔찍한 환경에 놓여 있었고, 광범위한 치료가 필요한 위중한 상태로 생추어리에 온다. 어떤 동물은 살아남지 못하지만, 살아남는 동물은 여상을 보낼 집을 얻는다.(p22~23)

우리나라에도 대표적으로 새벽이생추어리와 달뜨는보금자리가 있다고 한다.
책은 커다란 판형으로 흑백으로 찍은 나이든 동물 사진들이 가득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동물을 세는 단위로 사람 수를 세는 명(名)과 동음어인 명(命)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마리에 익숙해서 처음엔 어색했지만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한다면 한 명(命),두 명(命) 세는 것도 특별한 것은 아닐 듯 싶다.

내가 한 권의 책으로 대단한 변화를 겪으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당장 육식을 멈추지도 않을 것이고 편안하게 나이들 동물들을 위해 대단한 활동을 할지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가끔씩 농장동물들을 생각할 것이고 편안하게 자신의 수명을 다하는 동물들을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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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 익스프레스 비룡소의 그림동화 316
크리스 반 알스버그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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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우리 아들들이 정말 좋아한 작가분 중 한 분입니다.
폴라 익스프레스는 “북극으로 가는 기차”라는 제목으로 전집에 포함된 작품으로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너무 갖고 싶어 했던 책인데 아이들이 다 커버린 지금에야 비룡소에서 원제인 “폴라 익스프레스”로 출간이 됐습니다.

그림책을 원작으로 했던 동명의 에니메이션은 2004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톰 행크스 주연으로 세계 최초로 IMAX DMR 2D로 변환하여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극장을 찾았던 아이들에게 황홀함과 함께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익숙하지않아 다소 공포를 느꼈던 기억이나네요.
우리 아들들은 영화를 보고 DVD까지 구입했으니 얼마나 이 이야기를 좋아했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시즌 그림책인 폴라 익스프레스지만 매년 크리스마스는 찾아오고 두고두고 보자는 생각에 새로운 계절 봄날에 골라봤습니다.

오래전 크리스마스 전날 밤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은 늦은 밤 집 앞에 도착한 북극으로 가는 특급 열차를 탑니다.
기차 안에는 이미 친구들이 많이 타고 있었고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고 눈처럼 하얀 캐러멜이 든 사탕도 먹고 초콜릿 덩어리를 통째로 녹인 것 같은 진한 코코아도 마시네요.

춥고 어두운 숲속으로 들어선 기차는 쉬지않고 달려 북극에 도착합니다.
북극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도시였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만드는 공장으로 가득차 있는 곳이네요.
산타 할아버지는 기차를 타고온 친구들 중 한 사람을 뽑아 첫 번째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답니다.
과연 누가 첫 번째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림책을 보는 내내 20여년전 아들들을 양 옆에 두고 그림책을 읽어주던 날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고소한 팝콘 냄새가 가득하고 행복한 아이들의 웅성거림이 가득하던 극장안의 분위기가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이제는 아이들도 더 이상 방울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 같지만 소중했던 그 시간을 기억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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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작 동화를 둘러싼 40년의 여행 - 걸작이 탄생한 환상의 장소들과 88세 할아버지의 반세기의 기록
이케다 마사요시 지음, 황진희 외 옮김 / ㅁ(미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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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촬영지를 가보거나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을 여행하는 것은 그 작품에 휠씬 가까워지는 방범입니다.
저자 이케다 마사요시는 중소기업론이 전공분야이지만 성인이 되어 아동문학을 탐독하고 독자적으로 연구하다 70년대부터 40년간 세계 갈작들에 영감을 준 장소를 찾아다니며 1만장의 사진을 남겼다고 합니다.

저서는 영국을 무대로 한 작품과 북유럽, 스위스를 무대로 한 작품들의 영감을 준 곳과 실제 배경이 된 곳을 찾아가 찍은 사진들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익히 알고 있는 작품들이 탄생한 곳들은 이야기의 배경만큼이나 풍광이 수려한 곳들이네요.
동화를 알고 있는 독자라면 이야기 속 장면을 기억하게 해 줄 것이고 소개된 동화를 모르는 독자라 할지라도 사진집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차례를 보고 읽었거나 알고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읽어나갔습니다.
너무도 유명한 “곰돌이 푸”의 올빼미 ‘아울’이 살았 을 법한 나무도 보고 작가 가족의 숨겨진 가슴 아픈 이야기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동화의 줄거리를 들려주고 작가에 대한 설명과 배경이 된 장소를 소개합니다.

어딘가로 문득 떠나고 싶은 날, 멋진 풍경을 보며 걱정거리를 덜고 싶은 날, 동화 속 주인공들을 만나고 싶은 날이면 두서없이 펼쳐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사진집을 먼저보고 완역본을 찾아 동화를 읽는 것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했던 이야기들과 읽지않고도 읽은 것 같은 대강의 줄거리만 알고 있는 동화를 다시 읽고 소개된 장소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읽어도 어떻게 보아도 좋은 멋진 세계명작동화와 함께 하는 멋진 사진에세이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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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와의 키스
케이시 지음 / 플랜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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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일시적 주거 후퇴’를 선택한 남자는 현재는 노숙자, 과거엔 헤드헌터였다.
그는 노숙자지만 노숙자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뛰어난 두뇌와 언변으로 사람들을 홀리고 속여 재물을 착취한다.

어느날 도시는 바이러스로 비상사태가 발생하고 그는 폐쇄된 마트를 본거지로 삼아 생활한다.
큰비밀을 간직하고 마트에서 근무하던 여자를 대표로 삼고 남자는 부대표, 카페에 근무하던 콩과 동생 다람쥐,임신한 노숙자가 함께 한다.

여기까지의 남자는 사기성이 짙지만 어려운 형편의 시설이나 사람들을 돕고 바이러스가 창궐해 도시의 기능이 마비되자 약자인 여자들을 보호한다.
스마트함을 갖췄고 언변 또한 뛰어나다.
내뱉는 말이 살짝 느끼하기도 하지만 밑줄을 긋고 싶은 말들도 많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평범한 재난 소설 같았던 이야기는 반전을 맞고 진실은 전혀 다른 국면을 맞는다.
진실을 아는 순간 지금까지 읽은 이야기가 뭔가 싶기도 하지만 되짚어 보면 그가 내뱉은 말 한 마디 한 마디의 아귀가 딱 맞다.

현실에서도 몸과 마음이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는 척 호감을 사 그들의 인생을 망치는 사람이 존재한다.
그런 악인이 누군가의 인생을 끝장내도 어떤 벌도 받지않고 행복하게 살기도 하는데 소설에서라도 그 끝이 통쾌에 속이 다 시원하다.
세상에 사이코는 널렸고 자신을 지키는 건 자신뿐이라는 진리를 다시 되새긴다.

🎁 작가님이 보내주신 도서입니다.
작가님이 미리보기를 권하고 사이코 주인공에 거부반응이 있을까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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