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1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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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는 그렇게까지 완벽하게 미남은 아니다. 양쪽 크기가 다른 쌍꺼풀 속 눈동자와 지나치게 육감적인 입술이 언밸런스하게 배치되어 있다. 그 절묘한 위화감과 여인의 춤처럼 부드럽게 변하는 표정이 다소 섬뜩할 정도의 섹시함을 풍긴다.
게다가 항상 꽃 속의 꿀 같은 향기가 감돌고,묘하게 달콤한 목소리도 고막을 자극한다.나미코시 도쿠지로(일본의 전설적인 지압 전문가)는 아니지만 누르기만 하면 페로몬이 샘물처럼 솟구칠 것만 같은 남자다. (p29~30)

고령자 맨션의 1층에 자리한 텐더니스 모지항 고가네무라점은 팬클럽이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점장 시바와 여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편의점이지만 그 곳을 오가는 손님과 직원들의 이야기는 편의점의 물건만큼이나 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소설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편의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기만점의 점장 시바를 비롯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자 고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이자 만화를 그리는 미쓰리 씨, 편의점의 단골 ‘무엇이든 맨’ 쓰기 씨, 모지항의 괴짜 빨강 할아버지 쇼헤이 등 특별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텐더니스 고가네무라점을 중심으로 한 연작소설은 매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각자의 목소리로 이야기하지만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들이다.
만화를 그리는 엄마 이야기와 그런 엄마를 이해 못하고 엄마의 불륜을 의심했던 아들은 엄마의 꿈을 이해하고 응원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실의에 빠져 고향으로 돌아간 남자는 ‘무엇이든 맨’ 쓰기 씨와 미쓰리의 도움으로 진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시작하게 된다.

소설 속 등장인물 대부분 착하다.
악인이라고 해 봐야 친구를 은근히 왕따시키고 조정하려드는 여학생정도이다.
정년 퇴직을 하고 나이가 들고 꿈을 포기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부모가 이혼을 하고 할머니랑 살아도 씩씩하고 행복하다.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이야기끝에는 서로의 오해를 풀고 행복해진다.
과연 이런 세상이 있을까 싶다가도 다음엔 어떤 사연이 펼쳐질까 책을 덮을 수가 없다.

오랜만에 읽어보는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이야기는 이미 2권이 출간되었다니 얼른 번역되길 기대해 본다.
페로몬을 꽃가루처럼 흩날리는 시바가 있을 것 같아 소설을 읽는 중간 중간 모지항을 검색해 보았다.
화려하지 않은 더 친밀한 도시었다.
2편에서는 시바 형제와 빨간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더 많이 등장하길 기대하며 ‘주에루’의 새로운 이야기와 건의왕 ‘니세코’의 정체가 드러날지 기대해 본다.

🎁간만에 제대로 힐링되는 행복한 이야기에 흠뻑 빠질 수 있었습니다.
좋은 책 보내주신 모모출판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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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날아 차 - 작심삼일 다이어터에서 중년의 핵주먹으로! 20년 차 심리학자의 태권도 수련기
고선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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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태권도를 배울때는 초등학교 입학전에 다니기 시작해 중학교 올라가면 학업때문에 도저히 시간을 뺄 수 없어 자연히 그만두는 게 태권도였다.
그런 태권도를 40이 넘은 아줌마가 배우러 다닌다니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자살 사별자를 가장 많이,깊게 만나는 임상심리학박사이자 임상심리전문가‘다.
글을 읽기전엔 얼마나 정신적으로 힘들었으면 적지않은 나이에 육체를 혹사시키는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을까 싶었다.

40을 지나 50을 향해 가는 저자는 우량한 아이로 태어나 평생을 우량하게 살고 계신다.
수많은 운동을 거쳐 마침내 태권도에 정착한 작가가 친구따라 강남가듯 배우기 시작한 태권도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 글을 읽는내내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수련에 갔을 때 블랙벨트의 유단자가 다가와 웃으면서 “저도 흰 띠부터 시작했어요”라며 환영해주었다.(p59)

누구든 어떤 분야의 일정한 경지에 오른 사람도 햇병아리 시절, 처음은 있었고 그 시절을 잘 견디고 노력했기에 지금에 위치에 있는 것이라는 인생의 정답을 “저도 흰 띠부터 시작했어요”라는 말에서 찾게 된다.

‘예쁜 발이 아니라 건강하고 강한 발’(p200)을 만들고 싶어 돌본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다.
젊었을때는 날씬해지기 위해 운동을 했다면 지금은 건강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처럼 남에게 보이기 위한 발이 아닌 내 몸을 오롯이 지탱하는 ‘나의 발’의 건강을 위한다는 마음이 어떤 의미인지 이 나이가 돼 보니 알것 같다.

작가님의 따라 당장 태권도 도장에 등록하지는 않겠지만 배우는데는 늦은 나이가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부디 작가님의 바람대로 검정 띠를 두번 휘감아 길게 늘어뜨릴 수 있기를 응원한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6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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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핏 쇼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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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으로 배치된 거대한 돌, 환상열석에서 잔인한 살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다.
피해자의 신체는 심하게 훼손된 체 불 탔고 언론에선 범인을 ‘이멀레이션 맨’이라고 칭한다.
앞의 두 사건에 참여하지 않았던 중범죄분석섹션의 틸리 브래드쇼가 세번째 피해자의 사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몸에 “워싱턴 포”라는 이름과 숫자 “5”가 새겨진 사실을 발견한다.
수사국은 불미스러운 일로 정직상태인 “워싱턴 포”가 다섯 번째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업무에 복귀시킨다.

사건 현장 가까운 호텔에 수사 본부가 꾸려지고 포, 브래드쇼, 플린과 현지 경찰이자 포의 오랜 친구 리드가 함께 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형사는 단독으로 수사활동을 하지 않고 항상 동료와 함께 한다.
“퍼핏 쇼” 역시 전혀 다른 성격의 콤비가 등장하는 수사물이다.

살인범의 권리와 피해자의 권리 앞에서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탓에 경찰이라면 하지말아야 할 일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뛰어난 수사 실력을 갖춘 중년의 수사관인 ‘포’와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 났지만 세상 물정을 모르는 온실 속 화초같은 천재 분석관 ‘브레드쇼’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며 큰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작가가 살고 있는 영국 북서부의 컴브리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범죄가 일어나는 장소를 눈에 그리듯 묘사하고 있다.
복잡한 듯 보이던 수사는 포가 중심이 되어 범인에게 서서히 다가가게 되고 왜 이런 범죄가 일어났는가 밝혀지는 순간 범인을 동정하게 된다.

돈과 추악한 욕망이 결합된 범죄는 오랜 시간 준비한 복수로 단죄되지만 그 역시 통쾌하기보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착취당하는 약자들이 존재하는 현실이 생각나 가슴이 답답해 진다.
퍼핏쇼는 우리말로 풀이하면 꼭두각시놀음인데 소설을 끝까지 읽는다면 제목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독자는 꼭두각시 조종자의 안전을 기원하게 될 것이다.

오랜만에 무시무시한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는 소설을 읽었다.
잔인하고 거칠지만 그 비극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범인을 동조하게 된다.
포와 프레드쇼의 수사 과정은 스펙터클하고 앞으로 둘 사이의 관계의 진전을 기대하게 된다.
이미 5편까지 시리즈가 출간되었다고 하니 부디 그들의 뒷이야기를 계속 읽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위즈덤하우스 출판사 사전서평단에 선정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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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꿈 웅진 세계그림책 241
밀랴 프라흐만 지음, 최진영 옮김 / 웅진주니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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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굴 속,
나뭇잎 침대 위에서
곰과 두더지가 아주 곤히,
서로의 옆에 몸을 누이고 자고 있어요.

그런데 곰이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나 꿈 속에서 본 벌을 찾아나섰어요.
곰은 벌과 함께 아름다운 꽃을 찾아가고 나무를 찾아가고 숲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꿈에 보았던 초록빛 들판에서 벌과 함께 행복했습니다.
바람이 조금씩 서늘해지기 시작하자 곰은 문득 두더지가 그리워졌습니다.
함께 추운 겨울을 보낸 친구 곰이 무작정 꿈을 찾아 떠난 후 남은 두더지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큰 판형의 그림책은 양쪽 페이지를 활용한 그림으로 사계절의 풍경을 담고 있습니다.
그림 속에서 덩치 큰 곰과 함께 하는 작은 벌을 찾아보는 것도 즐겁네요.
파스텔톤의 따뜻한 색감은 곰과 벌이 지나는 봄의 초록빛 들판, 여름의 노란 꽃밭,가을의 낙엽, 그리고 눈 덮힌 겨울 들판을 넓게 보여주어 눈을 시원하게 합니다.

꿈을 찾아 떠나는 그림 속에는 벌과 곰만 등장합니다.
그러나 크게 눈을 뜨고 살펴보면 곰의 곁에는 늘 두더지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두더지의 모습은 보이지않지만 두더지가 지내는 굴은 늘 곰의 주위에 있었습니다.
곰은 벌과 함께 꿈을 찾아 떠나며 두더지를 잊었지만 두더지는 늘 곰을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두더지를 찾아왔을때도 두더지는 곰이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더 큰 동굴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진짜 친구는 바로 두더지처럼 묵묵히 지켜보고 돌아오면 언제나 반겨주는 존재입니다.
언제나 친구의 안위를 걱정하고 친구가 행복하길 바라고 지치고 힘들어져 돌아왔을때 아무말없이 받아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입니다.
지금 쯤 겨울잠에서 깬 곰과 두더지는 초록빛 들판에서 함께 꿈을 찾고 있을 것 같습니다.


🎁웅진주니어 출판사에서 따뜻한 그림책을 보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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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 배달 사고로 읽는 한국형 플랫폼노동
박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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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대면하는 플랫폼 노동자는 배달 노동자일 것있다.
주소를 찍고 주문하면 어디든지 1시간 이내로 도착하는 그들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지만 소음 유발과 신호 위반을 일삼는 사람들이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다.

저자는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의 초대 위원장이자 7년 차 배달라이더이다.
현재도 배달라이더로 활동하는 저자의 글은 배달현장의 어려움과 배달라이더들이 교통법규를 위반하며 목숨을 담보로 도로를 달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생생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1장은 저자가 초보 시절 당한 사고를 바탕으로 초보 노동자들의 사고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사고가 나 병원에 입원했을 경우 발생하는 손해때문에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이 마음 아프다.
2장은 면허 확인 없이도 동네배달대행사에서 근무하는 행태의 문제점을 다루며 배달노동자를 위한 법의 부재를 자세히 다룬다.

3장은 배달앱의 알고리즘이 노동자를 어떤 위험으로 몰고 있는 지 설명하고 있다.
4장은 음식점 점주와 고객,플랫폼 회사 사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배달노동자들의 실상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5장은 좀 더 구체적인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마지막은 배달라이더를 위한 산재보험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 배달노동자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될만하다.

배달한 음식을 손님에게 전달한 뒤 바로 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한참을 잡고 있는 배달라이더와 아파트 단지에서도 속도를 줄이지않고 심야의 정적을 깨고 달리는 오토바이를 보며 눈살은 찌뿌렸지만 왜 그럴 수 밖에 없는 지는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다.
뉴스에 나오는 갑질 사건을 보며 잠깐 흥분하다 잊어버리곤 했는데 일반인들에게 가십거리로 소비되는 일들이 배달노동자에겐 <산재>라는 말을 읽는 순간 마음이 묵직하다.

우리의 일상에 가장 가깝게 자리한 배달노동자이지만 한 번도 제대로 그들의 근로조건이나 근로환경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가족과 행복하게 살기위해 열심히 일하는 누구도 목숨을 담보하는 위험을 감수한 노동을 할 수는 없다.
그들이 왜 그런 위험을 감수하며 일 할 수 밖에 없는 지 생각해 보고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해 법적인 안전장치를 해주고 일한만큼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우리 모두 고민해봐야 할 일이다.



🎁한겨레출판사 하니포터6기로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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