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대학교에서 미국 저널리즘을 공부했다는 저자는 공포증과 광기에 대해 한 줄로 요약하고 있다.📚특정 대상을 피하려고 하는 강박이 공포증이라면, 광기는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강박이다.(p13)여러 매체에서 문학담당 기자로 일한 저자의 글은 쉽고 재미있다.[공포와 광기에 관한 사전] ‘99가지 강박으로 보는 인간 내면의 풍경’이라는 부제가 붙은 저서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크고 작은 공포와 광기에 관해 설명한다.책은 서문과 덧붙이는 말을 포함 각 별주별 8부로 공포증과 광기를 묶어 설명하고 있다.30페이지가 넘는 참고문헌 소개글을 보면 저자가 이 한 권의 책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저자의 글은 한마디로 친절하고 재미있다.공포의 기원이 된 신화나 유래는 물론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대접받는 존재들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많은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거미는 아프리카 일부와 카리브해 지역의 거미는 별미 대접을 받기도 한단다.또한 실제 공포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치료 방법과 그 예후까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내가 느끼는 공포와 광기가 일상적일 수 있다는 위안을 얻을 수 있다.실제로 나는 ‘발표 공포증’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에 앞에 나서는 걸 극도로 꺼려하는데 실용적인 조언을 읽으며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다시 한 번 상기해 본다.♥️천천히 말하세요.♥️심호흡을 해 보세요.♥️잠시 멈추세요.♥️관객 중 한 사람의 얼굴만 쳐다보세요.3부 “물건에 대한 이유 모를 공포” 의 사례로 든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잡스 ‘단추공포증’에서 기인한 것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터틀렉 스웨터라고 한다.또 아이폰의 터치 스크린 역시 버튼식 키패드를 싫어한 잡스의 성향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얘기가 이따금 떠돈다니 공포증이 가끔은 혁식적인 뭔가를 창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책은 제목 그대로 사전 형식을 하고 있어 어디서부터 읽어도 상관없다.순서대로 차례차례 읽어도 상관없고 독자가 겪고 있는 비슷한 공포와 광기를 찾아읽어보는 것도 재미있다.전혀 모르고 있던 공포증과 광기에 대해 알 수도 있고 알고 있는 공포증의 기원을 찾아볼 수도 있다.📚 “모든 공포증 가운데 유전 가능성이 가장 큰 공포증을 꼽으라면 혈액-주사-상처공포증일 것이다.”(p82)이 공포증은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고 있고 나 역시 기절까지는 아니지만 주사기 앞에서 작아지는데 어쩐지 아들들 역시 비슷한 성향이라 용감하지 못하다고 했는데 그 것은 엄마인 나에게서 유전됐을 가능성을 있으니 용감하고는 상관없는 걸로.🎁한겨레출판 하니포터6기로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미마 다로”는 5년 전 미스터리 작가의 등용문인 [아케치 고고로] 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하지만 본격적인 전업작가가 된 뒤 이렇다할 대표작을 발표하지 못하고 잡지에 소설을 연재하며 생활한다.그러던 중 취재 차 들렀던 돌아가신 아버지의 친가인 ‘하야부사‘지구의 매력에 빠져 도쿄의 생활을 정리하고 ’벚꽃 저택‘으로 이사를 온다.아버지의 고향이라 어린 시절 몇 번 오가긴 했지만 다로에게는 낯설기만 한 마을의 어른들은 다로와 아버지를 기억하고 있다.어느 날 마을의 자치회에 참석했다 뒷풀이 술자리에서 여러 사람의 권유로 마을의 소방단에 가입하게 된다.물론 소방서가 있지만 마을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탓에 지역 소방단이 존재하고 소방단은 소소한 봉사활동은 물론 소화 활동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과연 불이 날까 싶은 평화로운 마을에 연쇄 방화가 일어나고 마을의 청년이 사고인지 살인인지 모를 주검으로 발견된다.마을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다로는 마을 여기저기에 생긴 태양광 발전기와 화재의 연관성을 의심하기 시작한다.사건의 진실에 가까이 가는 순간 다로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으려했던 사람이 화재 현장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의 이면에 무시무시한 존재가 있음을 직감한다.도시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집필에 매진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작가를 마을 사람들은 그냥 두지 않는다.누군가 불쑥 나타나 마을의 일에 함께 참가하기를 권하고 술자리에 불러내기도 한다.시골 마을의 특성 상 조용히 있기는 거의 불가능해지고 여러 축제는 물론 소방 기술 대회 준비와 실종자 수색에 까지 참여하게 된다.마을의 일에 참석할 수록 점점 방화 사건에 진실에 다가가게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다로 역시 마을주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든다.작은 인구에 마을은 다로는 모르지만 대부분 다로의 아버지를 기억하고 한 다리 건너 친척인 경우가 많아 사건 해결에 많은 도움을 받는다.7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은 다로가 고향에 돌아온 일년동안 벌어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추리.미스터리 소설이다.분명 추리.미스터리 소설로 구분해야 마땅하겠지만 소설은 도시와 멀리 떨어진 시골에서의 생활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계절의 변화는 물론 마을 축제 준비 과정, 도시에서 찾아온 지인과의 낚시와 멧돼지 사냥의 뒷풀이까지 눈에 그려지듯 선명하게 소개하고 있다.특히 자충우돌 친구 간스케와의 케미는 시골 생활의 즐거움을 더해준다.맛깔난 안주가 풍성하고 과음을 해도 집까지 안전하게 모셔다주는 친절한 마스터가 있는 ‘세모’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책을 덮는다.🎁소미미디어의 소미랑2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저는 어렸을 적 십리가 넘는 길을 걸어서 학교에 다녀야했던 깡촌에 살았어요.포장되지 않은 신작로를 걸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온갖 해찰을 해서 학교에 갈때보다 시간이 배는 더 걸리곤 했습니다.이맘때면 찔레나무 새순을 꺽어 먹고 아카시아 줄기로 파마를 하고 동네가 멀리 보이는 커다란 소나무 아래 공터에서 동글동글한 돌로 공기놀이도 했습니다.그러고도 부족해 마루에 가방을 던져두고 고무줄 놀이,숨바꼭질에 핀 따먹기, 땅 따먹기를 하다 어둑어둑해져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면 그때야 집으로 돌아갔습니다.아버지가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들어오시면 엄마는 눈을 흘기고 잔소리를 했지만 저는 아버지가 주머니에 넣어온 아카시아껌, 이브껌에 온통 정신이 팔렸었죠.껌을 소리내서 “딱딱” 씹으면 그것도 기특해하시며 “두부장수” “떡장수”놀이를 해주셨어요.아버지 허리 쯤에 저를 가로로 짊어지시고는 “두부 사세요,두부, 따끈따끈한 두부사세요.”하면 엄마는 시끄럽다고 잔소리를 하시고 할머니는 비틀비틀 불안한 아버지가 저를 놓칠세라 얼른 사가셨지요.밤코 작가님이 그림을 그린 “독 독 꼬마 독 사세요!” 속의 독장수 놀이는 제가 기억하는 두부 장수 놀이인 것 같습니다.표지의 그림만으로도 등장인물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독 독 고추장 독 간장 독 독 독 장난 가득 꼬마 독놀자,놀자!내가 독장수 할게!신나! 신나! 그럼 난 꼬마 독”독장수가 오십 원에 꼬마 독을 팔러갑니다.할아버지는 독이 설 익어 안 사갑니다.누나도 형아도…….요 귀여운 꼬마 독을 누가 사갈까요?요리보고 조리봐도 밤코님 그림임을 단번에 알아보게 되는 그림과 어울려 읽을 수록 재미난 김정희 작가님의 글이 자꾸만 소리내 읽게 합니다.예전에 우리는 친구와 함께 한 공간에서 같은 놀이를 하며 “함께 논다”고 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한 공간에서 각자의 놀이를 해도 “함께 논다”라고 하더군요.독장수 놀이는 함께 노는 재미를 알려주는 그림책입니다.반복되는 독장수의 외침과 온갖 트집을 잡는 손님들의 대구가 그림과 글자의 모양과 크기와 배치의 변화로 즐거움을 배가시킵니다.이제는 잊혀진 전래 놀이 독장수 놀이를 읽다보니 나는 꼬마 독이 되고 아버지는 독장수가 되어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독을 팔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집니다.그러면 엄마도 웃으며 독을 살 것이고 할머니도 오빠도 언니도 모두 꼬마 독을 서로 사려고 할 것 같습니다.🎁사계절출판사 서평단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어쩌다보니 제 흥에 겨워 책이야기보다 제 어린 시절이야기를 더 많이 해 버렸네요.흠!!!!각설하고 일단 한 번 귀여운 꼬마독 하나씩 들여놓으세요.
무해한 사람들의 무해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이주란의 ‘수면 아래’를 읽어보기를 권한다.그들은 삶은 치열하지도 않고 다투지도 않고 그냥 살아간다.나(해인)를 중심으로 느린 영화처럼 이어지는 이야기는 악인도 없고 지나친 선인도 등장하지 않는다.월요일 하루만 문을 닫는 해동중고에 다니는 나는 사십 분 가량 버스를 타고 출근해 “전화를 받고 들어온 물품들을 세척하고 전시된 물품들을 판다”(p12)나의 일상은 해동중고와 해동중고에 오는 아이 환희와 우경,장미,유진,우재,성규를 만나고 이모 미용실에 해피를 보러가는 것이 전부다.소설은 큰 사건도 없고 주인공의 일탈도 없다.전 남편인 우경과도 친구처럼 지낸다.그들의 결혼 생활이 베트남에서 아이를 잃고 끝났음을 알 수있지만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선 한 마디 설명도 없다.소설은 드라마의 장면을 이야기하듯 이어지고 이어진다.한 마디로 심심하고 심심한 일상이 이어진다.그러나 읽는내내 어떤 알 수 없는 위로를 받았고 그것은 어떤 의도도 갖지않은 사람들이 함께 하기때문이 아닌가 싶다.치열하게 사는 삶이 지칠때 나(해인)의 이야기 속을 거닐다보면 세상 그냥 이렇게 사는 것도 해롭지않다는 생각이 든다.소설을 덮으며 이 마음을 다 적을 수 없어 안타깝다.작가의 소설을 몇 권 더 읽을 것 같다.
📚희미해져가는 물건, 사람, 사건을 수집하는 사람,그리고 주로 글을 쓰는 사람이다……지금은 프리랜서 글쟁이로 오만 가지 글을 쓰고 있다.책 날개의 작가 소개글도 재밌다.그의 유튜브 영화 채널 <무비건조>를 본 탓에 말솜씨,해박한 지식과 다양한 식견은 이미 알고 있다.그런데 이렇게 글까지 재미나게 쓰다니 스물 여덟명의 이야기를 읽었다는 느낌보다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다.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제목인 낯선 사람에 대해 길게 설명하고 있다.누군가에겐 익숙한 인물이 낯선 사람으로 소개됨을 염려하고 있지만 다행히 나는 소개된 스물 여덟명 대부분을 몰랐고 알고 있더라도 자세히는 모르고 있으니 맞춤한 제목이라 하겠다.침팬지를 연구한 제인 구달과 동년배로 고릴라를 연구했던 ‘다이앤 포시’의 이야기는 같은 시기에 영장류를 연구한 두 여성 중 한 명은 오랜 세월 존경받는 인물이지만 또 다른 한 명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할 뿐 아니라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나는 이 글을 읽기전까지 ‘다이앤 포시’라는 인물을 알지 못했다.누구의 입에도 올리기 쉽지 않은 패션계의 볼드모트 ‘테리 리처드슨’에 대해 읽으며 실제 우리나라에도 유명인이 성범죄를 저질러 사람들의 지탄을 받고 그의 과거의 업적까지 깡그리 무시되는 경우가 있으니 외국의 유명한 사진작가의 가십이 아닌 우리에게도 남겨진 고민이니 가볍게 읽고 지나칠 수 없었다.저자가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미성년자 성폭행범이라고 확신하지만 그의 영화를 보고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감흥을 느꼈다니 내가 우리나라 어느 시인의 시집을 차마 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마음을 이해해 줄 것만 같다.스물 여덟명이라는 인물이 인류에게 끼친 영향의 크기는 천차만별이지만 작가의 글 속의 그들은 모두 거기에서 그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인물들로 읽혀진다.처음 읽은 저자의 글은 재미있다.예를 들어 헤비메탈에 빠지는 순간을 이렇게 적고 있다.📚어렵쇼?그런데 그런게 좋아졌다. 전기 기타를 파괴하듯이 긁어대는 게 공사장 소음 같기만 하더니 어느 순간 천사의 하프 소리처럼 영롱하게 들리기 시작했다.지구의 종말을 맞이한 다미선교회 신자들이 교회 바닥을 두드리듯이 때리는 드럼 소리는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베이스 소리는 좌심실 우심실의 흐름을 바꿨다.무엇보다도 보컬인 제임스 헷필드의 목소리가 좋았다.(p111)책 속의 인물들은 몇 번의 검색으로 그들의 생은 물론 활동 모습까지 더 자세히 볼 수 있다.나 역시 여러 곡의 음악을 검색해 들었고 세기의 모델이라는 스텔라 테넌트의 런웨이를 감상했다.작가는 인물에 대한 사실과 함께 인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절히 쓰고 있다.그렇다고 저자가 느끼는 인물평을 독자에게 강요하지도 않는다.그저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적었고 그 생각을 동조하느냐 마느냐는 독자의 몫일 뿐이다.수록된 인물들은 이미 생을 마감했거나 한때의 영광을 위안 삼아살고 있거나 잊혀졌거나 여전히 왕성하게 자신의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그들이 살아왔던 궤적을 따라 걸으며 왜 무엇이 그들을 거기에 서 있게 했는지 생각하다보면 독자는 더 즐거운 경험하게 될 것이다.각설하고 “김도훈”의 글을 재미있다.🎁한겨레출판의 하니포터6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