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 - 뒤흔들거나 균열을 내거나
김도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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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해져가는 물건, 사람, 사건을 수집하는 사람,그리고 주로 글을 쓰는 사람이다……지금은 프리랜서 글쟁이로 오만 가지 글을 쓰고 있다.

책 날개의 작가 소개글도 재밌다.
그의 유튜브 영화 채널 <무비건조>를 본 탓에 말솜씨,해박한 지식과 다양한 식견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글까지 재미나게 쓰다니 스물 여덟명의 이야기를 읽었다는 느낌보다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제목인 낯선 사람에 대해 길게 설명하고 있다.
누군가에겐 익숙한 인물이 낯선 사람으로 소개됨을 염려하고 있지만 다행히 나는 소개된 스물 여덟명 대부분을 몰랐고 알고 있더라도 자세히는 모르고 있으니 맞춤한 제목이라 하겠다.

침팬지를 연구한 제인 구달과 동년배로 고릴라를 연구했던 ‘다이앤 포시’의 이야기는 같은 시기에 영장류를 연구한 두 여성 중 한 명은 오랜 세월 존경받는 인물이지만 또 다른 한 명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할 뿐 아니라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나는 이 글을 읽기전까지 ‘다이앤 포시’라는 인물을 알지 못했다.

누구의 입에도 올리기 쉽지 않은 패션계의 볼드모트 ‘테리 리처드슨’에 대해 읽으며 실제 우리나라에도 유명인이 성범죄를 저질러 사람들의 지탄을 받고 그의 과거의 업적까지 깡그리 무시되는 경우가 있으니 외국의 유명한 사진작가의 가십이 아닌 우리에게도 남겨진 고민이니 가볍게 읽고 지나칠 수 없었다.
저자가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미성년자 성폭행범이라고 확신하지만 그의 영화를 보고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감흥을 느꼈다니 내가 우리나라 어느 시인의 시집을 차마 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마음을 이해해 줄 것만 같다.

스물 여덟명이라는 인물이 인류에게 끼친 영향의 크기는 천차만별이지만 작가의 글 속의 그들은 모두 거기에서 그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인물들로 읽혀진다.
처음 읽은 저자의 글은 재미있다.
예를 들어 헤비메탈에 빠지는 순간을 이렇게 적고 있다.

📚어렵쇼?그런데 그런게 좋아졌다. 전기 기타를 파괴하듯이 긁어대는 게 공사장 소음 같기만 하더니 어느 순간 천사의 하프 소리처럼 영롱하게 들리기 시작했다.지구의 종말을 맞이한 다미선교회 신자들이 교회 바닥을 두드리듯이 때리는 드럼 소리는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베이스 소리는 좌심실 우심실의 흐름을 바꿨다.무엇보다도 보컬인 제임스 헷필드의 목소리가 좋았다.(p111)

책 속의 인물들은 몇 번의 검색으로 그들의 생은 물론 활동 모습까지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나 역시 여러 곡의 음악을 검색해 들었고 세기의 모델이라는 스텔라 테넌트의 런웨이를 감상했다.
작가는 인물에 대한 사실과 함께 인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절히 쓰고 있다.
그렇다고 저자가 느끼는 인물평을 독자에게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저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적었고 그 생각을 동조하느냐 마느냐는 독자의 몫일 뿐이다.

수록된 인물들은 이미 생을 마감했거나 한때의 영광을 위안 삼아살고 있거나 잊혀졌거나 여전히 왕성하게 자신의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들이 살아왔던 궤적을 따라 걸으며 왜 무엇이 그들을 거기에 서 있게 했는지 생각하다보면 독자는 더 즐거운 경험하게 될 것이다.
각설하고 “김도훈”의 글을 재미있다.

🎁한겨레출판의 하니포터6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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