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사람들의 무해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이주란의 ‘수면 아래’를 읽어보기를 권한다.그들은 삶은 치열하지도 않고 다투지도 않고 그냥 살아간다.나(해인)를 중심으로 느린 영화처럼 이어지는 이야기는 악인도 없고 지나친 선인도 등장하지 않는다.월요일 하루만 문을 닫는 해동중고에 다니는 나는 사십 분 가량 버스를 타고 출근해 “전화를 받고 들어온 물품들을 세척하고 전시된 물품들을 판다”(p12)나의 일상은 해동중고와 해동중고에 오는 아이 환희와 우경,장미,유진,우재,성규를 만나고 이모 미용실에 해피를 보러가는 것이 전부다.소설은 큰 사건도 없고 주인공의 일탈도 없다.전 남편인 우경과도 친구처럼 지낸다.그들의 결혼 생활이 베트남에서 아이를 잃고 끝났음을 알 수있지만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선 한 마디 설명도 없다.소설은 드라마의 장면을 이야기하듯 이어지고 이어진다.한 마디로 심심하고 심심한 일상이 이어진다.그러나 읽는내내 어떤 알 수 없는 위로를 받았고 그것은 어떤 의도도 갖지않은 사람들이 함께 하기때문이 아닌가 싶다.치열하게 사는 삶이 지칠때 나(해인)의 이야기 속을 거닐다보면 세상 그냥 이렇게 사는 것도 해롭지않다는 생각이 든다.소설을 덮으며 이 마음을 다 적을 수 없어 안타깝다.작가의 소설을 몇 권 더 읽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