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시간표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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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훌륭하다. 현실과 환영이 뒤섞이는 환상 괴담.. 정보라는 언제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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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고양이 식당, 추억을 요리합니다 + 고양이 식당, 행복을 요리합니다 - 전2권 고양이 식당
다카하시 유타 지음, 윤은혜 옮김 / 빈페이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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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바닷가의 ‘고양이 식당‘은 세상을 떠난 이를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자리가 여덟 개 밖에 없는 작은 식당은 세상을 떠난 이와의 추억이 깃든 <추억 밥상>을 주문하면 음식이 식기 전까지 그리운 이를 재회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 식당 추억/행복‘에는 모두 8편의 연작단편이 실려있습니다.
각자의 사연과 각자의 추억 음식을 주문하는 이들의 간절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부모님의 자랑이었던 오빠가 자신을 대신해서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고토코는 오빠와의 추억이 가득한 쥐노래미 조림을 예약합니다.
그리고 오빠를 만나 오빠가 전하는 말을 듣고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됩니다.
첫사랑 소녀에게 모진 말로 성처를 줬던 소년은 달걀말이 샌드위치와 호박 수프를 먹으며 소녀에게 전하지 못한 말을 전합니다.
병이 깊은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추억이 있는 땅콩밥을 주문합니다.

오랜 시간 남편을 기다린 고양이 식당의 여주인과 아버지를 그리워한 아들의 음식 ’스키야키 덮밥‘은 음식에 얽힌 사연과 남편을 그리워하는 염원이 사무쳐 고양이 식당의 기적을 만든게 아닌가 싶습니다.
’행복‘편에서는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영업을 재개한 식당에 불치병으로 5년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나기의 추억의 음식인 ’두부 된장 절임‘이 소개됩니다.
나기의 이야기는 진정한 사랑에 대해 꼽씹어보게 합니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건 교통 사고로 아들을 잃고 이혼한 부부가 주문한 ‘어제 먹은 카레’의 사연입니다.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마음을 다 안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부모라면 짐작할 수 있는 감정이라 마음이 아파옵니다.
지바현에 위치한 고양이 식당이라 이야기 시작 전에는 식재료로 사용된 지바현의 특산물이 소개되고 뒷편에는 주문한 음식의 레서피가 실려있습니다.
표지에서 느낄 수 있듯 마음이 따듯해지는 이야기들입니다.
일본 요리는 잘 모르지만 소개된 음식이 어렵지 않아 한 번 시도해 봐도 될 듯합니다

뭔가 다 알고 있는 듯한 귀여운 고양이 ‘꼬마’와 꽃미남 요리사 ‘가이’씨, 친절한 아르바이트생 ‘고토고’가 있는 고양이 식당에 간다면 저는 할머니가 해 주신 고구마줄기를 듬뿍 넣은 짭쪼롬한 붕어찜을 주문하고 싶네요.
아무말도 할 필요없이 할머니를 한 번만 만날 수 있다면 저는 그것으로 족합니다.
저는 주부가 된 지 꽤 오래되었지만 칭찬에 인색한 남편과 식욕이 별로 없는 아들들 덕분에 별로 요리에 신경쓰지 않고 살았습니다.
문득 내가 이 세상을 떠난 후 아들들이 엄마를 그리워할 음식이 없다는 생각에 듭니다.
지금이라도 엄마만의 레서피로 만든 요리를 만들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고양이 식당 시리즈는 일본에서는 이미 6권까지 출판됐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나머지 이야기도 얼른 번역되길 바라봅니다.
가이와 고토고의 사이는 어떤 변화를 맞게 될 지 그리고 ‘꼬마’는 어떤 이유로 손님이 세상을 떠난 이와 재회할때 함께 할 수 있는 지 궁금증이 풀리길 기대합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특별한 사연이 있는 요리를 보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빈페이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마음이 따듯해지는 책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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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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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과 어밀리아의 결혼 생활은 부부 상담사를 찾아갈 정도로 평탄하지 않다.

시나리오 작가인 애덤과 유기견 보호소의 직원인 어밀리아 부부는 크리스마스에 직원 대상 주말여행추첨 행사에 당첨된 여행권으로 스코틀랜드의 오래된 예배당으로 주말여행을 떠난다.

주거지로 리모델링된 예배당은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고 그들 주위에 알 수 없는 존재가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설상가상으로 물과 전기도 쓸 수 없게 되고 밤새 내린 눈으로 부부는 외딴 예배당에 고립되고 만다.

 

자신의 창작물은 아니지만 시나리오 작가로 성공한 애덤은 안면실인증으로 사람의 얼굴을 구별할 수 없다.

부인인 어밀리아마저도 얼굴이 아니라 향수, 목소리, 손의 감촉만으로 알아본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애덤은 안면실인증으로 자신이 어머니의 교통사고의 목격자지만 범인을 식별할 수 없었다는 죄의식을 오랫동안 갖고 살아간다.

 

소설은 애덤과 어밀리아, 그리고 애덤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로빈의 입장에서 전개된다.

현시점은 애덤, 어밀리아, 로빈을 통해 풀어가고 과거의 부부의 결혼 생활은 애덤에게 결혼기념일마다 쓴 부치지 못한 편지로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결혼 생활에 권태기를 맞아 여행을 떠난 두 부부 앞에 살인마가 등장할 것 같던 이야기는 휠씬 더 큰 반전으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한다.

 

작가인 앨리스 피니2017년 데뷔한 후 여섯 권의 소설을 집필했고 가위바위보는 넷플렛스TV시리즈로 영상화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엔 처음 번역된 그의 소설은 트위스트의 여왕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여러 번의 숨은 반전으로 독자를 놀라게 한다.

반전이 밝혀지면서 어디서부터 잘못 읽었나 싶어 앞부분을 다시 읽으며 작가가 충분한 힌트를 제공했음을 알게 된다.

너무 익숙해져서 편안한 부부가 겪는 권태기와 남편을 누구보다 사랑했지만 비밀을 숨기고 살 수 밖에 없었던 부인의 이야기는 부부 관계에 대해 그리고 사랑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 보게 한다.

 

겨울을 배경으로 한 소설은 한여름 더위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고 나의 오랜 책태기를 몰아내는 데도 한몫했다.

부디 작가의 다른 책들도 번역되어 변화무쌍한 전개와 반전 넘치는 스릴러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밝은세상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도서입니다.

별 다섯 개로는 부족한 스릴 넘치는 이야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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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스 고스트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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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국어 교사인 ‘단’은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다른 사람의 비말을 통해 ‘선공개 영상’을 볼 수 있는 체질이다.
누군가의 비말이 몸속에 들어오면 그 사람의 미래가 환각과 비슷한 기묘한 영상으로 10초 내지 3분 분량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어느 날 반 학생인 ‘후토 마리코’가 자작 소설이라며 ’단‘선생에게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소설 속에는 5년전 인터넷 생방송으로 고양이를 괴롭히는 ‘고양이 도살자’를 후원한 고지모(고양이를 지옥에 보내는 모임) 회원들을 찾아내 응징하는 2인조 러시안블루와 아메쇼가 등장한다.

그러던 중 반 학생인 ‘사토미’의 열차사고를 선공개 영상으로 보고 간신히 사고 열차에 타는 걸 막게 된다.
그를 계기로 사토미의 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예상치 못한 무시무시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야기는 선공개 영상을 볼 수 있는 ‘단’선생과 고지모 사냥꾼이 등장하는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특히 걱정 많고 비관적인 러시안블루와 낙관적이고 쾌활한 아메쇼(p272)가 소설이 아니라 실제한 인물이라는 설정은 이야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한다.

누구의 비말에 의한 영상인지 알 수없는 경우도 있고 누구도 쉽게 믿을 수 없는 체질이라 사건 영상을 보고도 경찰에 알려 사건을 해결할 수 없는 ’단‘선생은 고지모 사냥꾼 2인조와 쿵후 영화를 좋아하는 나루미의 도움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특히 사건에는 큰 관심없이 고지모 회원을 찾아나서는 데 사력을 다하는 2인조가 의도치않게 큰 도움을 주는 장면은 조마조마한 중에도 웃음을 준다.

소설 속 소설이라는 장치와 그 소설에 등장하는 고지모 사냥꾼이 내뱉는 대화 속에서 소설임을 인식하는 듯한 이야기와 독자에게 소설이라 가능하지않냐는 뉘앙스의 대사들이 참신하게 읽힌다.
허무맹랑한 선공개 영상이라는 소재가 코로나 시대의 비말이라는 시의적절한 설정이 더해지면서 재미를 준다.

소설 전반에 등장하는 니체의 사상인 <영원회귀>는 그의 사상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인생을 동우회 회원들처럼도 살 수 있고 전혀 다르게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문학소녀였던 고교시절에 무슨 내용인지 이해도 못하고 읽었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제대로 읽어보고 싶게 한다.

📚‘인생을 살며 영원히 떨릴 많은 행복을 한 번이라도 경험했다면, 그때만만이라도 영원한 인생이 필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p482)


🎁소미미디어 소미랑2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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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밝은 검정으로 - 타투로 새긴 삶의 빛과 그림자
류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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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래퍼, 배우, 작가, 무당 등의 직업을 가진 10명의 여성이 자신들의 몸에 새긴 타투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순히 사진집이라고 할 수 없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존재하는 인터뷰사진집(?)이다.
보통 인터뷰집과 다르게 인터뷰이의 대답만으로 이루어진 이유를 작가는 자신의 존재감을 최대한 뒤로 빼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그의 의도는 성공한 듯하다.
읽는내내 사진속 인물이 질문에 답한다기보다 자신의 의지대로 타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사진 속 그들은 모두 다른 이유로 몸에 타투를 새겨 넣었다.
알록달록한 타투를 새긴 래퍼 슬릭은 뮤지션이라는 정체성과 타투가 관련있다고 말하고 타투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규범에 맞지 않는 몸이 되고 싶은 욕구를 타투로 충족시킨 무당 홍칼리의 이야기도 있다.
상담심리사 임부영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저 예뻐서 새겼지만 지금은 타투가 적절한지 아닌지 고민하지않게 아침에 눈떴을때 타투가 사라지면 후련할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몸에 새긴 타투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것들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고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설명한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이는 자신의 몸에도 많은 타투를 새겼고 누군가의 몸에 타투를 새기는 현직 타투이스트 박카로의 말이다.
그는 타투를 해 줄때 손님이 타투때문이 취직을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죄를 짓는 기분이 듣다고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타투는 불법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타투를 하고 또 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언제까지 불법으로 둘 수는 없는 문제다.
수요는 많고 법이 없으니 불법 시술을 부추기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더 이상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되는 타투라면 법안을 마련하고 허가증을 발급해야 할 것이다.

나는 현재 타투가 없고 앞으로도 어떤 타투도 새길 생각이 없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의 몸에 지워지지않는 타투를 새긴 이유를 들으며 조금은 밝은 곳에서 빛나는 타투를 본 듯하다.
마지막으로 타투이스트 박카로의 말을 전해본다.

“인간이 스스로 자기 몸에 상해를 입히려면 각오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뭔가를 절대 잊지 않으려는 각오. 타투를 새기려는 열망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봐달라는 간절함과 맞닿아 있다. 한편, 타투는 성형을 하거나 살을 빼거나 옷 스타일을 바꾸는 행위와 별반 다르지 않기도 하다. 아주 자연스러운 인간의 일면이다. 물론 타투는 지워지지 않으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지만.”
_예쁜 죄를 새기는 의식, 타투이스트 박카로 (p230)



🎁한겨레출판의 하니포터6기로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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