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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5월
평점 :
애덤과 어밀리아의 결혼 생활은 부부 상담사를 찾아갈 정도로 평탄하지 않다.
시나리오 작가인 애덤과 유기견 보호소의 직원인 어밀리아 부부는 크리스마스에 직원 대상 주말여행추첨 행사에 당첨된 여행권으로 스코틀랜드의 오래된 예배당으로 주말여행을 떠난다.
주거지로 리모델링된 예배당은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고 그들 주위에 알 수 없는 존재가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설상가상으로 물과 전기도 쓸 수 없게 되고 밤새 내린 눈으로 부부는 외딴 예배당에 고립되고 만다.
자신의 창작물은 아니지만 시나리오 작가로 성공한 애덤은 안면실인증으로 사람의 얼굴을 구별할 수 없다.
부인인 어밀리아마저도 얼굴이 아니라 향수, 목소리, 손의 감촉만으로 알아본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애덤은 안면실인증으로 자신이 어머니의 교통사고의 목격자지만 범인을 식별할 수 없었다는 죄의식을 오랫동안 갖고 살아간다.
소설은 애덤과 어밀리아, 그리고 애덤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로빈의 입장에서 전개된다.
현시점은 애덤, 어밀리아, 로빈을 통해 풀어가고 과거의 부부의 결혼 생활은 애덤에게 결혼기념일마다 쓴 부치지 못한 편지로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결혼 생활에 권태기를 맞아 여행을 떠난 두 부부 앞에 살인마가 등장할 것 같던 이야기는 휠씬 더 큰 반전으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한다.
작가인 ‘앨리스 피니’는 2017년 데뷔한 후 여섯 권의 소설을 집필했고 ‘가위바위보’는 넷플렛스TV시리즈로 영상화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엔 처음 번역된 그의 소설은 ‘트위스트의 여왕’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여러 번의 숨은 반전으로 독자를 놀라게 한다.
반전이 밝혀지면서 어디서부터 잘못 읽었나 싶어 앞부분을 다시 읽으며 작가가 충분한 힌트를 제공했음을 알게 된다.
너무 익숙해져서 편안한 부부가 겪는 권태기와 남편을 누구보다 사랑했지만 비밀을 숨기고 살 수 밖에 없었던 부인의 이야기는 부부 관계에 대해 그리고 사랑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 보게 한다.
겨울을 배경으로 한 소설은 한여름 더위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고 나의 오랜 책태기를 몰아내는 데도 한몫했다.
부디 작가의 다른 책들도 번역되어 변화무쌍한 전개와 반전 넘치는 스릴러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밝은세상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도서입니다.
별 다섯 개로는 부족한 스릴 넘치는 이야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