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법 이야기 신문이 보이고 뉴스가 들리는 재미있는 이야기 3
가나출판사 편집부 엮음, 서영 그림, 법무무 보호과 법교육팀 감수 / 가나출판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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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사람들이 혼자가 아닌 여럿이 어울려 살아가려면 꼭 필요한 약속이지만 왠지 어렵고 무섭게 느껴진다.

가정을 시작으로 사회, 국가와 같은 공동체 안에서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사는 우리에게 법이 없다면 힘이 지배하는 동물 세계와 같은 사회가 돼버릴 것이다.

법을 생활 속에서 꼭 지켜야한다면 변호사나 판사, 검사와 같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법의 기본을 안다면 좀더 정의롭고 정정당당한 사회를 꾸려나가는 데 일조를 하지 않을 가 싶다.


먼저 ‘재미있는 법이야기’에서 가장 눈에 뛰는 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법을 풀어 나간다는 것이다.

총 6장의 구성된 책은 만화로 표현된 일상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시킨다.

나 어릴 적에는 만화를 보고 있으면 어른들은 책이 아닌 공부에 방해되는 몹쓸 것으로 생각하시고 절대 보면 안돼는 것이라 말씀하셨지만 사실 흥미를 일으키기는 최상의 장르는 바로 만화가 아닌가 싶다.


제 1장에서는 법이 무엇이며, 누가 만들었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궁금증을 해결해 봐요~”코너에서는 우리가 익히 들어오던  함부라비 법전을 비롯해 나폴레옹 법전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법전등을 만나 볼 수 있다.

제 2장에서는 법을 지켜야 할 이유와 우리 생활 주변에 있는 법률관계를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관심이 가지게 되는 어린이와  관련된 법은 3장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제 4장에는 어린이들에게도 꼭 알려줘야 할 사이버 공간에서 필요한 법과 일상생활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법등을 알기 쉽게 이야기해 준다.

제 5장은 법을 만들고 지키는 국가 기관 등이 소개되어 어렵기만 한 기관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인터넷 주소가 함께 나와 있어 법 기관을 탐방해 보기도 편리하다.


어려워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무서워 멀리하기만 했던 법이 한 순간 쉽게 다가 올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꾸 접하다보면 좀 더 편하게 다가올 것은 확실하다.

처음에 내는 용기가 어렵지 우리 생활 속 어디든지 있는 존재이기에 두려운 것이 아닌 꼭 지켜야 할 약속으로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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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5-09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같아선 법이 꼭 우리가 지켜야 할 약속인지 의문스러워요. -.-;;
 
자꾸자꾸 초인종이 울리네 I LOVE 그림책
팻 허친스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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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다른 사람과 나눈다는 게 항상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 것도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이라면 아무리 친한 친구일지라도 망설여질게 분명하다.

할머니 과자처럼 맛있어 보이고 냄새도 좋아 보이는 엄마가 만든 과자 열두 개를 놓고 빅토리아와 샘은 둘이 똑 같이 나눈다.

먹으려는 순간 초인종은 울리고, 친구 둘이 들이닥치고 아이들의 몫은 여섯 개에서 세 개로 줄어든다.

아직까지는 아이들이 자신의 몫에 만족하는 듯하다.

하지만 매번 먹으려는 찰나 자꾸자꾸 초인종이 울리고 아이들은 열둘로 늘어나고 자신들에 차지할 과자도 하나로 줄어든다.

각자의 접시에 담아 막 먹으려는 순간 초인종은 다시 자꾸자꾸 울린다.

과연 아이들은 자신들 몫인 된 그 하나마저도 먹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수학 그림책”으로 분류되는 책이지만 전혀 수학냄새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나눗셈을 배우지 않은 아이에게는 친구와 사이좋게 나눠 먹는 건 좋은 일이라는 걸 먼저 알려준다.

거기다 자꾸 자꾸 반복되는 상황과 그에 따라 달라지는 숨어 있는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부엌은 커다란 식탁이 있고, 접시를 놓아두는 장식장과 냄비와 주전자가 얹어있는 가스렌지, 싱크대 그리고 의자가 놓여 있다.

아마도 오랫동안 비가 오다 잠깐 날이 갠 모양이다.

마침 집안에서 노는 게 지루해졌던 아이들은 하나둘 밖으로 나왔고, 빅토리아와 샘의 엄마는 솜씨를 부려 과자를 만들었고, 그 맛있는 냄새는 온 동네에 퍼지게 되자 참을 수 없었던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든 게 아닌가 짐작해 본다.

그림 속에서 가장 먼저 눈에 뛰는 건 까만 고양이이다.

엄마 다리에 기대 가르릉거리고 있던 고양이는 샘의 품에서 의자 옆으로 다른 친구의 무릎으로 자꾸 자꾸 옮겨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스렌지 위의 주전자와 냄비에서는 김이 쉴 새 없이 나오고, 아이들이 늘어가면서 부엌 바닥은 신발 자국으로 지저분해진다.

거기다 의자와 싱크대 한쪽을 차지하는 친구들 물건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어른도 누군가와 뭔가를 나눈다는 게 즐거운 일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나눌수록 자신의 몫이 현저하게 줄어든다면 따로 자신의 몫을 먼저 떼어놓고 싶어진다.

하물며 아이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먼저 식탁에 앉아있던 아이들의 표정은 자신들의 몫이 줄어드는 걸 보며 죽을상이 되어가고 새로 들어오는 아이들은 맛있는 과자를 먹을 생각에 마냥 행복한 얼굴이다.

그림만으로도 충분하게 즐거워지고 덤으로 나눗셈의 맛을 보여주고 싶은 엄마 욕심까지 채워준다.

어떤 교과서, 어떤 문제집에서 12나누기 2의 몫이 6임을 이렇게 재미있게 알려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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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는 억울해! - 토끼와 거북이 그 후 이야기
아그네스 바흐동 지음, 카산드르 몬토리올 그림, 김영신 옮김 / 푸른나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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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다리만 믿고 거북이와의 달리기 경주중에 들판을 돌아다니고, 풀을 뜯어 먹고, 산들산들 부는 바람을 맞으며 낮잠을 자기도 하며 해찰을 부리던 토끼가 거북이에게 진 라퐁텐의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웃음거리가 돼버린 토끼의 이야기 때문에 숲 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하는 궁금증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실 이 책에 등장하는 토끼는 거북이와 경주를 했던 당사자는 아니다.
그저 라퐁텐 우화의 등장하는 토끼이야기 때문에 느림보 거북이에게 진 초고속 토끼라느니, 생각 없이 당근만 먹어대는 토끼라느니 하며 놀림을 받으며 힘들어하는 토끼다.

친구도 많고 매사에 즐거운 토끼는 며칠 전부터 예전과는 전혀 다르게 시무룩하고 매사에 의욕도 없다.
라퐁텐의 <토끼와 거북이>이야기가 온 숲 속에 퍼지고부터 어디를 가든 놀림감이 돼 버렸으니 힘들만도 하다.
가까이 지내는 친구 두더지와 고슴도치가 찾아와도 재미가 없고, 토끼를 항상 미소 짓게 만들 수 있었던 고슴도치 아들 마니옥이 와도 우울한 기분은 풀리지 않는다.
친구들은 토끼의 기분전환도 해줄 겸 숲 속에서 열리는 “봄의 축제”에 함께 간다.
즐겁기만 하던 축제에서도 토끼는 한순간 놀림감으로 전략해버리고 더 화가 나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런데 축제가 끝나고 마니옥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리고 숲 속은 왈칵 뒤집히고 만다.
숲의 동물들이 총동원되어 찾아보지만 어디에서도 마니옥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일주일 동안 숲 전체를 샅샅이 뒤지던 동물들 중 사슴이 늑대네 집을 지목하고 모두들 공포에 떤다.
늑대네 집을 살피러 갔던 까마귀마저 붙잡히는 일이 발생하자 공포는 극대화 되고 동물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피한다.
특히나 토끼를 가장 많이 놀렸던 거북이는 “내가 경주에서 이기는 건 그냥 이야기 속에서나 있는 일일 뿐이야. 그래서 난 갈 수 없어”하고 물러난다.
숲속 동물들은 하나둘 자리를 떠나고 그때 토끼가 ‘마니옥 구출 작전’의 계획을 말한다.
물론 토끼는 무사히 마니옥을 구출하고 숲 속의 영웅이 된다.
신문이나 잡지 표지 모델, 텔레비전 출연 등으로 친구들과 함께 할 시간도 없을 만큼 바빠진 토끼는 이대로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는 것일까?

우리가 재미있게 읽고 거북이처럼 느리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빠르다고 먼저 해야 할 일을 망각하는 토끼보다는 백배 났다는 교훈을 얻은 이야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토끼가 있었다니.......
자신이 직접 경주를 하지 않았음에도 놀림감이 된 토끼는 그런 엉터리 이야기를 지은 라퐁텐을 원망하기도 한다.
친구들이 ‘토끼와 거북이’가 조롱하려고 했던 건 토끼가 아니라 자신을 너무 믿고 허풍만 떠는 사람들이라고 위로하지만 토끼는 전혀 위안이 되지 않는 다.
당사자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고통이기에 어느 어떤 위로도 토끼에게 힘이 되지 못한다.
<토끼와 거북이>속편 격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친구를 구해준 덕에 영웅이 된 토끼의 행보도 멋지다.
스타가 되어 숲 속 동물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살 수 있었던 토끼는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평화로운 숲 속에서 친구들과 즐거운 생활을 하며 자신을 가장 필요로 하는 마니옥을 돌보며 동물 이야기가 아닌 사람들 이야기를 집필한다고 하니 그 내용이 기대된다.
지금쯤은 ‘토끼와 늑대의 경주’라는 책이 숲의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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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도 괜찮아 책읽는 가족 49
명창순 지음,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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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조용한 집안에 관리실에서 하는 안내방송이 쨍쨍 울린다.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고 거실로 나오니 제차 확인 방송이 나온다.
5월 1일 월요일로 예정되었던 아이들의 학교 운동회가 황사로 5월 3일로 연기되었다는 방송이었다.
아이들과 남편은 세상모르고 자고 있고 시계를 보니 아직 여덟시가 안 됐다.
일요일만은 느긋하게 늦잠도 자고, 마음껏 게으름을 피우다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는 데 다시 잠은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침대로 들어가기도 뭐하고 해서 TV를 볼까하다가 집어든 책이다.
불안에 떠는 듯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손엔 힘이 잔뜩 들어가 난간을 꼭 잡고 있는 소년의 그림이 왠지 가슴에 휘잉 바람을 일으킨다.

잘 있어라, 나무야.
잘 있어라, 그네야.
잘 있어라, 지금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아.
나는 이제 울지 않아.
나는 이제 울고 싶지 않아.
이제 그만, 모두들, 안녕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있는 소년, 그것도 아직은 어리기만 한 5학년 소년에게 얼마나 힘들 일이 있기에 세상의 나무, 그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게 쓸쓸한 안녕을 고할까 싶었다.

평범하던 준서 네는 아버지가 허리를 다쳐 힘든 일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부모는 자주 싸우게 되고 어느 날 엄마는 가출을 한다.
엄마의 가출 뒤 아버지는 준서에게도 폭력을 휘두르고 며칠씩 집을 비우기도 한다.
그럴 때면 준서는 학교 급식과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학교 준비물 같은 것은 챙겨갈 엄두를 못 낸다.
아버지를 기다리며 동네의 떠돌이 개 도돌이와 친구가 되기도 하고, 중국집에서 배달 일을 하는 번개 형에게 도움을 받기도 한다.

등장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어디에서고 흔히 만날 수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고 나와 닮은 모습이라 더 미워졌다.
준서의 엄마는 아빠의 무능과 폭력을 피해 집을 나간다.
자신들이 선택해 결혼을 했고, 준서를 낳아 기르며 행복해 하기도 했을 엄마는 아무 대책도 없이 아이만 남겨두고 현실을 피해 사라져 버린다.
집에 남겨진 아이가 당한 일들을 뻔히 짐작할 수 있었는데도 무책임하게도 자신만 그 구렁텅이에게 빠져 나가 버린다.
그리고 술만 마시면 “우리 부모는 나를 버렸지만 나는 너를 끝까지 키우는데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냐.”며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준서 아빠에게서는 연민이 생겼다.
가난과 함께 대물림되는 폭행들로 인해 일어나는 가족간의 무시무시한 사건 뉴스를 보며 손가락질하기에 바빴는데 어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치료를 해야 하는 사람은 아빠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라는 게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게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니 무작정 아빠를 혼자 두는 것보다는 누구에게도 배울 기회가 없었던 가족을 사랑하는 방법과 귀한 아들을 소중히 여기는 방법을 가르쳐 진정으로 좋은 아빠이자 가장이 되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하지 않을 까하는 한다.

가장 나를 낯 뜨겁게 했던 혜지 엄마는 나와 너무도 닮아 있기에 애써 태연스럽게 읽어 나갔다.
번개 형과 준서와 보낸 비 오는 날 혜지의 일탈로 온 세상이 무너져 내린 듯 착각하는 엄마가 바로 나이기에 도서실안에 선생님과 마주 앉아 있는 부끄러운 얼굴이 내가 된 듯 했다.
하지만 꽃씨를 훔치는 아이들에게 선뜻 동조할 수 없었고, 으뜸 슈퍼의 물건을 훔치는 아이들 틈에 얼떨결에 끼어 있었지만 그 앞을 지날 때면 가슴 졸이며 달음박질을 하고 다친 도돌이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향하는 준서를 보며 아직은 작은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이렇게 준서가 마음에 끈을 놓치지 않은 건 커다란 힘의 큰 도움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도 가난하고 아직 어린 고아지만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먼저 살필 줄 아는 번개 형과 으뜸 슈퍼의 깜깜 할머니의 작은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다행히 엄마가 준서를 찾아와 쉼터로 떠날 수 있게 되었지만 지금도 어딘가에서 수많은 준서와 무관심 속에 방치된 지호 같은 아이들이 있기에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자꾸 귓가에 준서의 말이 맴돈다.
‘엄마가 언제까지 나를 버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킬지, 아버지는 우리가 바라는 대로 뉘우치고 반성을 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다.나 때문에 한쪽 눈을 잃은 도돌이도 어쩔 수 없이 내 품에 안긴 것처럼, 나는 도돌이를 잘 돌보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다. 어쩌면 내가 도돌이를 돌보는 게 아니라 도돌이가 내게 잘못을 뉘우칠 기회를 주는 걸지도 모른다,’

올 봄 운동회는 “다 함께 참여하는 놀이 한마당”이라는 이름을 걸고 학부모와 함께하는 코너들로 채워졌다.
엄마나 아빠가 아이를 업고 달리기도 해야 하고 쪽지에 적힌 대로 부모님과 함께 달려야하는 코너도 있다.
떠들썩한 축제날 분명 운동장 한쪽에 코가 쑥 빠진 채로 다른 이름의 준서가 앉아 있을 것이다.
아직도 내 아이만을 꼭 품에 안으려는 어미닭 같은 내 마음은 며칠 새 쉬 열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아이가 있다는 걸 인식하는 순간 깜깜 할머니도 번개 형도 내 맘속 한구석에서 고개를 들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에 책장을 덮는 순간 우울하지 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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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5-04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이런 책들은 읽기가 겁이 납니다.
좋은 글이ㅣ네요..
 
티프키 두프키의 아주 멋진 날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58
윌리엄 스타이그 지음, 김경미 옮김 / 마루벌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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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만 보고도 작가가 누군지 단박에 알 수 있는 윌리엄 스타이그의 이야기다.

육십이 넘은 늦은 나이에 그림책 작가로 데뷔했지만 그는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그림과 함께 신기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한때 만화를 그려 생계를 유지했던 탓에 그의 그림은 이야기만큼 자유롭고 꾸밈이 없다.

번뜩이는 재치와 웃음이 있고, 신기한 마술이 곳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는 특별한 주인공들을 등장시켜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아름다운 공주와 왕자가 등장하지 않는 공주 이야기 <슈렉>을 비롯해 신기한 연금술이 등장하는 <장난감 형>과 <못이 된 솔로몬>,<당나귀 실버스타와 요술 조약돌>과 같이 자신과 전혀 다른 물건으로 변신하는 등의 우스꽝스럽고도 정형화되지 않은 이야기이기에 어린 독자들이 더 열광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런 작가의 다른 이야기 ‘티푸키 두프키의 아주 멋진 날’에서 어떤 신기한 이야기가 펼쳐질까 궁금해진다.

멋지게 차려입고 쓰레기통에 손을 얹은 채로 뭔가 꿈을 꾸듯 행복한 표정으로 지그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는 분(?)이 바로 쓰레기 청소부 티프키 두프키씨다.

더러운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하면서도 항상 행복한 티프키는 오늘 일과가 끝나면 ‘엉토당토않은’ 모임에서 주관하는 소풍을 가야하는데 날씨도 좋고 일도 시간 맞춰 끝날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하다.

오늘 같은 날에는 특별한 일이 생길 것 같아 점쟁이 오리 부인에게 오늘의 운수를 점쳐 보게 된다.

그런데 나온 점괘는 오늘 해가 떨어지기 전에 결혼할 아가씨를 만나서 사랑에 빠질 거란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은 티프키는 더 열심히 쓰레기를 치우고 그러다 에메랄드 목걸이를 줍게 된다.

세상에 좋은 일들만으로 채워질 수는 없다는 진리를 증명이라도 하듯 방해꾼이 나타난다.

오리 부인을 몹시도 싫어하는 나쁜 마녀인 늙은 암탉을 만나게 되고 암탉은 오리 부인의 점괘를 틀리게 할 심사로 티프키를 공경에 빠뜨린다.

허수아비를 아가씨로 착각해 쫓아가게도 하고, 고양이를 만나기도 하고, 절벽에 떨어지기도 한다.

보통의 그림책에서라면 주인공인 티프키는 어려운 일이 생길수록 더 강해지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위험에서 빠져 나갈 것이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자신을 미치광이라고 하는 남자의 등장으로 새로운 위험에 빠질 것 같았던 티프키는 늙은 암탉이 알을 낳으러 가야해서 거짓말처럼 마술에서 풀려 현실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점점 해는 기울고 오리 부인의 점괘는 이렇게 틀리고 마는지.........


마법이 등장하면서도 전혀 마법 같지 않은 현실 같은 이야기 속에 주인공은 평범한 삶을 살고 있고 악당이라고 등장하는 늙은 암탉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알을 낳는데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마법을 접는 다니 귀엽기까지 하다.

날은 저물어가고 아들들은 온통 티프키가 만날 운명에 연인에 정신이 빼앗기고 티프키의 최대 위기인 보아 뱀 등장에서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손에 땀을 쥐기도 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즐거웠던 건 닭살 돋는 두 연인의 대화를 듣는 것이었다.

티프키가 주운 목걸이의 주인이 바로 자신이 기다리던 여인임을 알고 얼마나 떨리고 긴장했으면 “오늘, 트레기를 쓰럭으로 비우다가, 거기서”라고 넋을 빼놓은 듯 엉터리로 말해 웃음바다를 만들기도 한다.

첫눈에 반해 ‘너는 내 운명’이 되는 걸 보며 사랑에 빠지는 게 시간이 경과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게 작가의  인생관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특별한 교훈을 남기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티프키의 하루를 따라가다 보면 한 번도 경험할 수 없는 우스꽝스럽고 신비로운 일들과의 대면이 역시 그답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평범한 일상에서의 일탈이야말로  윌리엄 스타이그의 작품의 미덕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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