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자꾸 초인종이 울리네 I LOVE 그림책
팻 허친스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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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다른 사람과 나눈다는 게 항상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 것도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이라면 아무리 친한 친구일지라도 망설여질게 분명하다.

할머니 과자처럼 맛있어 보이고 냄새도 좋아 보이는 엄마가 만든 과자 열두 개를 놓고 빅토리아와 샘은 둘이 똑 같이 나눈다.

먹으려는 순간 초인종은 울리고, 친구 둘이 들이닥치고 아이들의 몫은 여섯 개에서 세 개로 줄어든다.

아직까지는 아이들이 자신의 몫에 만족하는 듯하다.

하지만 매번 먹으려는 찰나 자꾸자꾸 초인종이 울리고 아이들은 열둘로 늘어나고 자신들에 차지할 과자도 하나로 줄어든다.

각자의 접시에 담아 막 먹으려는 순간 초인종은 다시 자꾸자꾸 울린다.

과연 아이들은 자신들 몫인 된 그 하나마저도 먹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수학 그림책”으로 분류되는 책이지만 전혀 수학냄새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나눗셈을 배우지 않은 아이에게는 친구와 사이좋게 나눠 먹는 건 좋은 일이라는 걸 먼저 알려준다.

거기다 자꾸 자꾸 반복되는 상황과 그에 따라 달라지는 숨어 있는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부엌은 커다란 식탁이 있고, 접시를 놓아두는 장식장과 냄비와 주전자가 얹어있는 가스렌지, 싱크대 그리고 의자가 놓여 있다.

아마도 오랫동안 비가 오다 잠깐 날이 갠 모양이다.

마침 집안에서 노는 게 지루해졌던 아이들은 하나둘 밖으로 나왔고, 빅토리아와 샘의 엄마는 솜씨를 부려 과자를 만들었고, 그 맛있는 냄새는 온 동네에 퍼지게 되자 참을 수 없었던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든 게 아닌가 짐작해 본다.

그림 속에서 가장 먼저 눈에 뛰는 건 까만 고양이이다.

엄마 다리에 기대 가르릉거리고 있던 고양이는 샘의 품에서 의자 옆으로 다른 친구의 무릎으로 자꾸 자꾸 옮겨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스렌지 위의 주전자와 냄비에서는 김이 쉴 새 없이 나오고, 아이들이 늘어가면서 부엌 바닥은 신발 자국으로 지저분해진다.

거기다 의자와 싱크대 한쪽을 차지하는 친구들 물건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어른도 누군가와 뭔가를 나눈다는 게 즐거운 일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나눌수록 자신의 몫이 현저하게 줄어든다면 따로 자신의 몫을 먼저 떼어놓고 싶어진다.

하물며 아이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먼저 식탁에 앉아있던 아이들의 표정은 자신들의 몫이 줄어드는 걸 보며 죽을상이 되어가고 새로 들어오는 아이들은 맛있는 과자를 먹을 생각에 마냥 행복한 얼굴이다.

그림만으로도 충분하게 즐거워지고 덤으로 나눗셈의 맛을 보여주고 싶은 엄마 욕심까지 채워준다.

어떤 교과서, 어떤 문제집에서 12나누기 2의 몫이 6임을 이렇게 재미있게 알려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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