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프키 두프키의 아주 멋진 날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58
윌리엄 스타이그 지음, 김경미 옮김 / 마루벌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그림만 보고도 작가가 누군지 단박에 알 수 있는 윌리엄 스타이그의 이야기다.

육십이 넘은 늦은 나이에 그림책 작가로 데뷔했지만 그는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그림과 함께 신기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한때 만화를 그려 생계를 유지했던 탓에 그의 그림은 이야기만큼 자유롭고 꾸밈이 없다.

번뜩이는 재치와 웃음이 있고, 신기한 마술이 곳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는 특별한 주인공들을 등장시켜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아름다운 공주와 왕자가 등장하지 않는 공주 이야기 <슈렉>을 비롯해 신기한 연금술이 등장하는 <장난감 형>과 <못이 된 솔로몬>,<당나귀 실버스타와 요술 조약돌>과 같이 자신과 전혀 다른 물건으로 변신하는 등의 우스꽝스럽고도 정형화되지 않은 이야기이기에 어린 독자들이 더 열광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런 작가의 다른 이야기 ‘티푸키 두프키의 아주 멋진 날’에서 어떤 신기한 이야기가 펼쳐질까 궁금해진다.

멋지게 차려입고 쓰레기통에 손을 얹은 채로 뭔가 꿈을 꾸듯 행복한 표정으로 지그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는 분(?)이 바로 쓰레기 청소부 티프키 두프키씨다.

더러운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하면서도 항상 행복한 티프키는 오늘 일과가 끝나면 ‘엉토당토않은’ 모임에서 주관하는 소풍을 가야하는데 날씨도 좋고 일도 시간 맞춰 끝날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하다.

오늘 같은 날에는 특별한 일이 생길 것 같아 점쟁이 오리 부인에게 오늘의 운수를 점쳐 보게 된다.

그런데 나온 점괘는 오늘 해가 떨어지기 전에 결혼할 아가씨를 만나서 사랑에 빠질 거란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은 티프키는 더 열심히 쓰레기를 치우고 그러다 에메랄드 목걸이를 줍게 된다.

세상에 좋은 일들만으로 채워질 수는 없다는 진리를 증명이라도 하듯 방해꾼이 나타난다.

오리 부인을 몹시도 싫어하는 나쁜 마녀인 늙은 암탉을 만나게 되고 암탉은 오리 부인의 점괘를 틀리게 할 심사로 티프키를 공경에 빠뜨린다.

허수아비를 아가씨로 착각해 쫓아가게도 하고, 고양이를 만나기도 하고, 절벽에 떨어지기도 한다.

보통의 그림책에서라면 주인공인 티프키는 어려운 일이 생길수록 더 강해지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위험에서 빠져 나갈 것이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자신을 미치광이라고 하는 남자의 등장으로 새로운 위험에 빠질 것 같았던 티프키는 늙은 암탉이 알을 낳으러 가야해서 거짓말처럼 마술에서 풀려 현실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점점 해는 기울고 오리 부인의 점괘는 이렇게 틀리고 마는지.........


마법이 등장하면서도 전혀 마법 같지 않은 현실 같은 이야기 속에 주인공은 평범한 삶을 살고 있고 악당이라고 등장하는 늙은 암탉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알을 낳는데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마법을 접는 다니 귀엽기까지 하다.

날은 저물어가고 아들들은 온통 티프키가 만날 운명에 연인에 정신이 빼앗기고 티프키의 최대 위기인 보아 뱀 등장에서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손에 땀을 쥐기도 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즐거웠던 건 닭살 돋는 두 연인의 대화를 듣는 것이었다.

티프키가 주운 목걸이의 주인이 바로 자신이 기다리던 여인임을 알고 얼마나 떨리고 긴장했으면 “오늘, 트레기를 쓰럭으로 비우다가, 거기서”라고 넋을 빼놓은 듯 엉터리로 말해 웃음바다를 만들기도 한다.

첫눈에 반해 ‘너는 내 운명’이 되는 걸 보며 사랑에 빠지는 게 시간이 경과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게 작가의  인생관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특별한 교훈을 남기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티프키의 하루를 따라가다 보면 한 번도 경험할 수 없는 우스꽝스럽고 신비로운 일들과의 대면이 역시 그답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평범한 일상에서의 일탈이야말로  윌리엄 스타이그의 작품의 미덕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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