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는 억울해! - 토끼와 거북이 그 후 이야기
아그네스 바흐동 지음, 카산드르 몬토리올 그림, 김영신 옮김 / 푸른나무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빠른 다리만 믿고 거북이와의 달리기 경주중에 들판을 돌아다니고, 풀을 뜯어 먹고, 산들산들 부는 바람을 맞으며 낮잠을 자기도 하며 해찰을 부리던 토끼가 거북이에게 진 라퐁텐의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웃음거리가 돼버린 토끼의 이야기 때문에 숲 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하는 궁금증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실 이 책에 등장하는 토끼는 거북이와 경주를 했던 당사자는 아니다.
그저 라퐁텐 우화의 등장하는 토끼이야기 때문에 느림보 거북이에게 진 초고속 토끼라느니, 생각 없이 당근만 먹어대는 토끼라느니 하며 놀림을 받으며 힘들어하는 토끼다.

친구도 많고 매사에 즐거운 토끼는 며칠 전부터 예전과는 전혀 다르게 시무룩하고 매사에 의욕도 없다.
라퐁텐의 <토끼와 거북이>이야기가 온 숲 속에 퍼지고부터 어디를 가든 놀림감이 돼 버렸으니 힘들만도 하다.
가까이 지내는 친구 두더지와 고슴도치가 찾아와도 재미가 없고, 토끼를 항상 미소 짓게 만들 수 있었던 고슴도치 아들 마니옥이 와도 우울한 기분은 풀리지 않는다.
친구들은 토끼의 기분전환도 해줄 겸 숲 속에서 열리는 “봄의 축제”에 함께 간다.
즐겁기만 하던 축제에서도 토끼는 한순간 놀림감으로 전략해버리고 더 화가 나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런데 축제가 끝나고 마니옥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리고 숲 속은 왈칵 뒤집히고 만다.
숲의 동물들이 총동원되어 찾아보지만 어디에서도 마니옥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일주일 동안 숲 전체를 샅샅이 뒤지던 동물들 중 사슴이 늑대네 집을 지목하고 모두들 공포에 떤다.
늑대네 집을 살피러 갔던 까마귀마저 붙잡히는 일이 발생하자 공포는 극대화 되고 동물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피한다.
특히나 토끼를 가장 많이 놀렸던 거북이는 “내가 경주에서 이기는 건 그냥 이야기 속에서나 있는 일일 뿐이야. 그래서 난 갈 수 없어”하고 물러난다.
숲속 동물들은 하나둘 자리를 떠나고 그때 토끼가 ‘마니옥 구출 작전’의 계획을 말한다.
물론 토끼는 무사히 마니옥을 구출하고 숲 속의 영웅이 된다.
신문이나 잡지 표지 모델, 텔레비전 출연 등으로 친구들과 함께 할 시간도 없을 만큼 바빠진 토끼는 이대로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는 것일까?

우리가 재미있게 읽고 거북이처럼 느리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빠르다고 먼저 해야 할 일을 망각하는 토끼보다는 백배 났다는 교훈을 얻은 이야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토끼가 있었다니.......
자신이 직접 경주를 하지 않았음에도 놀림감이 된 토끼는 그런 엉터리 이야기를 지은 라퐁텐을 원망하기도 한다.
친구들이 ‘토끼와 거북이’가 조롱하려고 했던 건 토끼가 아니라 자신을 너무 믿고 허풍만 떠는 사람들이라고 위로하지만 토끼는 전혀 위안이 되지 않는 다.
당사자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고통이기에 어느 어떤 위로도 토끼에게 힘이 되지 못한다.
<토끼와 거북이>속편 격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친구를 구해준 덕에 영웅이 된 토끼의 행보도 멋지다.
스타가 되어 숲 속 동물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살 수 있었던 토끼는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평화로운 숲 속에서 친구들과 즐거운 생활을 하며 자신을 가장 필요로 하는 마니옥을 돌보며 동물 이야기가 아닌 사람들 이야기를 집필한다고 하니 그 내용이 기대된다.
지금쯤은 ‘토끼와 늑대의 경주’라는 책이 숲의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았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