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는 양들의 축연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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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뢰성으로 처음 알게 된 작가로 ”덧없는 양들의 축연“은 모두 다섯 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이다.
모든 소설에 “바벨의 모임”이라는 독서 모임이 등장해 연작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각 단편의 이야기는 강한 연관성은 없는 이야기들이다.

무라사토 유히의 수기로 시작하는 ‘집안의 변고가 생겨서’는 오랫동안 성심을 다해 모신 아가씨를 위해 무엇이든 하고자 했던 몸종의 비극적인 최후를 그리고 있다.
‘북관의 죄인’은 부유한 집안의 장남이지만 별채에 위폐된 이복 오빠의 하녀이자 간수가 된 동생의 이야기로 오빠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그림에 남기는 이야기다.

‘산장비문’은 외딴 산속에 별장지기인 여자가 겨울 등반 중 조난당한 남자를 구하게 되지만 어찌된 일인지 남자를 찾으러 온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다마노 이스즈의 명예’는 충성스러운 여종이 우정을 나눈 아가씨를 위해 오싹한 일을 실행에 옮긴다.
마지막 이야기 표제작 ‘덧없는 양들의 축연’은 ‘바벨의 모임’의 회원의 일기로 시작하는 이야기로 모임이 사라질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이 실려있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여성으로 정확한 시대를 알 수는 없지만 몸종이나 하인, 아가씨가 등장하고
등장인물이 읽은 책 중에 요코미조 세이시의 밤산책(1948년)이 있으니 내략 짐작할 수는 있다.
시대 배경탓인지 기담집에서 느끼는 괴이하고 기괴함이 있다.

하인은 주인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하지만 주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하인을 이용하고 목숨까지 앗아가는 모습은 참혹하기만 하다.
하인과 주인이라는 명칭만 사라졌을 뿐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현실이라 옛이야기로만 읽을 수 없어 오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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