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고양이 인생그림책 9
이덕화 지음 / 길벗어린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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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아무 소리 없이 어느 날 문득 우리 곁에 왔다 어느 새 사라져버리는 계절입니다.
과연 봄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요?
 
세상이 시작되는 곳의 야몽숲에서 계절을 만드는 이가 야몽꽃을 따, 후~우 불면 야몽이들이 세상으로 퍼지면서 봄이구나 알아차리게 된답니다.
야몽이는 봄을 만드는 아주 작은 고양이로 보송보송한 털이 봄볕에 반짝반짝 빛나지요.
 
만약 사람들이 야몽이를 본다 해도 대부분은 민들레 씨앗처럼 보여 무심히 지나쳐버리지요.
때로 야몽이는 사람들을 나른하고 둔하게 만들기도 하고 사람들의 콧속에 들어가 장난을 치다 재치기가 나오게도 한답니다.
 
이 그림책은 1923년 이장희 시인이 쓴 <봄은 고양이로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고양이의 특징을 봄과 연결하여 쓴 시를 모티브로 한 까닭에 그림책 역시 나른하고 따듯한 봄날의 햇살 같은 느낌입니다.
 
과하지 않은 색을 사용한 그림은 살짝 야몽이의 입김이 쓰치고 지나간 듯 따스하고 편안합니다.
봄이면 곤란하기만 하던 춘곤증도 꽃가루 때문에 나던 재치기도 모두 야몽이의 장난이라는 생각에 하니 그것마저 사랑스러워집니다.
 
벌써 세상은 야몽이들이 봄비에 녹아들어 완연한 봄이 되었습니다.
오래 된 짧은 시에서 나른하고 포근한 야몽이를 깨워낸 그림책을 보며 깊어가는 봄을 만끽해봅니다.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香氣)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生氣)가 뛰놀아라.
 
 
 
<길벗어린이 서포터즈 벗뜨리1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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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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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나는왜죽지않았는가 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절판된 후 다시 새로운 이름 원도로 출간된 소설이다.

원도는 주인공의 이름으로 어린 시절 아버지의 자살을 목격했고 경찰인 엄한 산 아버지(새 아빠)와 봉사하러 다닌다는 명목으로 원도를 외롭게 둔 엄마와 살았다.

그리고 엄마가 돌보던 정민석이 집으로 들어와 함께 살며 엄마의 사랑을 두고 경쟁했다.

 

한때 원도는 아내와 딸과 큰 집에서 살며 크게 사업을 하며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그 모든 것이 다니던 은행의 돈을 횡령하고 사기를 치고 탈세해서 이룬 것이었지만 원도는 그렇게 자신의 인생이 성공적일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의 원도는 병들고 가진 것들은 모두 사라져버리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원도는 자신의 인생을 곱씹으며 무엇이 자신을 낡은 여관방으로 몰았는지 생각한다.

자신 앞에서 죽은 아버지 때문인지 아니면 산 아버지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어머니 때문인지 함께 살며 어머니의 사랑을 가져가고 여자 친구까지 뺏은 정민석 때문인지......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원도의 선택에 의한 것이었다.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소설을 꽤나 오래 잡고 있었다.

원도를 사랑할 수는 없었지만 모든 결과는 나의 선택의 의한 것이라는 사실 앞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원도가 소설과 전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그의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싶어 마음이 짠해진다.

 

어리석은 독자인 탓에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의미를 얼마만큼 이해하고 읽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나 역시 엄마로 오랜 시간을 산 탓에 만약 원도의 엄마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원도의 인생도 지금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원도의 엄마를 원망해 본다.

마음이 편치 않았던 이야기지만 작가의 글은 빛이 난다.

 

엄마.

원도가 어머니의 몸을 매만지며 말한다.

안아주세요.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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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너머 인생그림책 32
오소리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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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함께 읽는 인생 그림책 서른두번 째입니다.
온통 초록으로 가득찬 표지 그림 속에 작은 곰이 보입니다.
1장과 2장으로 이루어진 그림책은 늘 보아오던 귀여운 곰이 등장하는 그림책들과는 사뭇 느낌이 다릅니다.

🐻곰 세마리가 한 숲에 살았습니다.
그중 고깔 곰과 투구 곰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정말이지 대화가 안 통해!”
늘 다투던 두 곰은 하나의 숲을
반으로 나누어 따로 살게 되었습니다.

따로 살게 된 뒤에도 두 곰은 서로를 감시하느라 불안감만 쌓여갑니다.
두 곰은 만나 대화도 나누어 보았지만 어느 한쪽도 물러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두 곰은 자신의 편을 들어줄 다른 곰을 찾아갔습니다.

자신만의 생각에 빠진 투구 곰과 언제나 행동이 앞서는 고깔곰은 사사건건 상대를 깍아내립니다.
자기말만 앞세우던 두 곰은 서로 상대탓만 합니다.
그러고도 다른 곰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숲은 불길에 휩싸여 사라져 갔습니다.

처음 알게 된 오소리 작가의 그림책은 강력한 색상의 그림으로 이야기를 더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그림책은 두 곰이 선택을 강요할 때 꼬마 곰이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선택한 길로 나아가며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여러 날에 걸쳐 여러 번 반복해서 그림책을 봤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너무나도 많이 닮은 두 곰을 찬찬히 살피게 됩니다.
우리는 자신의 판단만으로 상대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곤 합니다.
만약 상대가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아는 순간 다른 사람의 다른 생각을 인정하기 보다 화를 먼저 냅니다.

두 곰의 모습을 보며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소리 높이지 않았나 반성하게 됩니다.
다행이라면 꼬마곰이 누구의 말에도 휘둘리지않고 새로운 길을 떠나는 모습이 희망차 보여 참 좋습니다.
머지않은 날 고깔과 투구의 장점을 살린 모자를 쓰고 훌쩍 자란 꼬마 곰이 다시 숲을 찾아와 두 곰과 나무 심든 방법을 이야기할 날이 오리라 믿어봅니다.


<길벗어린이 서포터즈 벗뜨리1기 활동 중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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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양들의 축연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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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뢰성으로 처음 알게 된 작가로 ”덧없는 양들의 축연“은 모두 다섯 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이다.
모든 소설에 “바벨의 모임”이라는 독서 모임이 등장해 연작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각 단편의 이야기는 강한 연관성은 없는 이야기들이다.

무라사토 유히의 수기로 시작하는 ‘집안의 변고가 생겨서’는 오랫동안 성심을 다해 모신 아가씨를 위해 무엇이든 하고자 했던 몸종의 비극적인 최후를 그리고 있다.
‘북관의 죄인’은 부유한 집안의 장남이지만 별채에 위폐된 이복 오빠의 하녀이자 간수가 된 동생의 이야기로 오빠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그림에 남기는 이야기다.

‘산장비문’은 외딴 산속에 별장지기인 여자가 겨울 등반 중 조난당한 남자를 구하게 되지만 어찌된 일인지 남자를 찾으러 온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다마노 이스즈의 명예’는 충성스러운 여종이 우정을 나눈 아가씨를 위해 오싹한 일을 실행에 옮긴다.
마지막 이야기 표제작 ‘덧없는 양들의 축연’은 ‘바벨의 모임’의 회원의 일기로 시작하는 이야기로 모임이 사라질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이 실려있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여성으로 정확한 시대를 알 수는 없지만 몸종이나 하인, 아가씨가 등장하고
등장인물이 읽은 책 중에 요코미조 세이시의 밤산책(1948년)이 있으니 내략 짐작할 수는 있다.
시대 배경탓인지 기담집에서 느끼는 괴이하고 기괴함이 있다.

하인은 주인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하지만 주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하인을 이용하고 목숨까지 앗아가는 모습은 참혹하기만 하다.
하인과 주인이라는 명칭만 사라졌을 뿐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현실이라 옛이야기로만 읽을 수 없어 오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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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술래잡기 스토리콜렉터 111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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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앞으로 10분만 더 있으면 자정이 되는 시각에 생명의 전화 상담원인 누마타 야에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다~레마가 죽~였다…….
수화기에서는 어린 아이가 부르는 듯한 음침한 노래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전화를 건 남자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을 결심했다고 말하며 마지막으로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던 곳에 와서 매일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가 되면 자살을 미루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오늘은 함께 놀던 다섯 명의 친구에게 차례로 통화가 됐지만 더 이상 전화할 친구가 없어 생명의 전화에 전화를 했다고 말한다.

야에는 대화를 통해 남자가 있는 장소가 표주박산임을 알게 되고 일요일 밤 그를 구하기 위해 정신보건 복지센터의 직원들이 출동하게 된다.
하지만 전화를 건 남자는 찾을 수 없고 절벽 아래서 누군가의 혈흔이 발견된다.

실종된 남자의 이름이 밝혀지고 남자가 전화를 걸었던 친구들이 하나둘 누군가에게 등이 떠밀려 살해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친구 중 한 명인 호러 미스터리 작가인 하야미 고이치가 사건 해결을 위해 표주박산으로 향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은 일본의 “다루마가 굴렀다”라는 놀이가 이야기의 주요 모티브로 등장한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해 봤을 놀이와 사고인지 살인인지 알 수 없는 사건들이 절묘하게 연결되어 읽는내내 오싹하다.

호러 미스터리 작가가 전면에 등장하는 소설이라 어쩜 미쓰다 신조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가 아닌가 착각하게 한다.
오랜 시간 기억을 봉인할 만큼 큰 공포를 겪은 아이들의 마음과 아무리 긴 시간이 지나도 절대 잊을 수 없는 자식에 대한 그리움이 이해가 되기에 더 슬프고도 오싹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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