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 자니? - 동식물의 겨울나기 어린이 산살림 5
도토리 기획, 문병두 그림 / 보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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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에서 가끔씩 볼 수 있는 부분 펼침이 아닌 전체를 병풍처럼 펼쳐 볼 수 있는 책은 처음 본 순간 참 특히 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제 1학년과 3학년이 되는 아들들은 처음 책이 도착하면 먼저 자신의 몫의 책을 고르고 의식을 치르듯이 속지에 이름을 적는 다.

나중에는 같이 보는 게 대부분이지만 처음엔 철저하게 내 책, 네 책 구분 짓는 아들들이 이 책에 속지에는 작은 아이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아이는 거실 바닥에 길게 펼쳐보며 겨울잠 자는 동물 친구들이야기를 읽기도 하고 뒤집어서는 숨은 있는 작은  동물들을 찾아본다.

처음엔 거들떠보지 않던 큰 아이가 어느새 동생 곁에 붙어서 겨울 잠자는 동물들에 대해 아는 척을 하고 서로 먼저 찾으려고 소란을 피우기도 한다.

꽁꽁 언 땅속과 물속에서 쿨쿨 자고 있는 동식물의 겨울나기를 들여다보면 아무리 추워도 언젠가는 오는 따뜻한 봄에는 모두 힘찬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말했듯이 이 책은 병풍처럼 쫙 펼쳐보는 책이다.

그러니 이 책에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바른 자세로 점잖게 책상에 앉아 절대로 볼 수 없는 책이다.

처음 그림을 펼치면 크고 넓은 겨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썩은 나무 둥치의 곤충들 세상과 흰 눈 속을 먹이를 찾아 헤매는 노루, 고라니도 보이고 먹이를 찾아 자맥질하는 철새들도 보인다.

겨울 추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씽씽 썰매도 타고, 연도 날리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딱히 앞뒤를 구별 지을 수는 없지만 일곱 폭의 그림은 우리가 잘 아는 짐승들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춥고 긴 겨울이 오기 전에 먹이를 잔뜩 먹어 두고, 털갈이도 하는 동물들은 가끔씩 깨어나 먹이를 먹는 다람쥐를 비롯해 고슴도치며 오소리를 만날 수 있다.

다음 장에는 변온동물인 파충류와 양서류가 등장한다.

털이 있는 짐승들은 겨울잠을 자다가도 가끔 깨어나기도 하지만 뱀이나 개구리 등은 한 번도 깨지 않는다고 한다.

겨울잠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물속 동물들도 강물이 얼어붙는 겨울이 오면 물풀 사이나 진흙 속이나 돌 틈에 들어가서 겨울잠을 자기도 한단다.

그리고 겨울이면 먼 곳에서 찾아오는 겨울 철새들과 우리나라의 텃새들도 소개된다.

때로는 좋은 음악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시끄럽고 징그러운 벌레들도  겨울잠을 잔다.

사마귀나 하늘소나 메뚜기처럼 알로 겨울을 나기도 하고, 주머니나방 애벌레처럼 번데기로 추위를 이기기도 하고, 달팽이나 무당벌레는 어른벌레인 채로 추운 겨울을 보내기도 한다.

뭐 겨울잠을 자는 게 동물들뿐이겠는가?

겨울이 오면 잎을 다 떨어뜨린 나무들과 누렇게 마른 풀들도 제 나름대로 겨울을 이기고 있다.

나무들은 보송보송한 겨울눈을 숨기고 있다 봄이 오는 소리에 잎과 꽃으로 세상에 나올 것이고 냉이나 달맞이꽃도 땅바닥에 잎을 펼치고 봄을 기다린다.

물론 딱딱한 씨앗으로 겨울을 나는 식물들도 많다.


아이들에게 읽히기 어려운 책 중 하나가 자연관찰 책인데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깬 과감한 디자인이 아이들의 마음을 단번에 잡는다.

아이들은 며칠째 이 책을 펼쳐 놓고 있다.

작은 애에게 읽어주기에도 편하게 입말의 글들은 책을 읽어 준다기보다 엄마가 이야기해주는 느낌이라 더 좋다.

거기다 큰애는 뭔가 부족했던지 안 보던 도감들도 꺼내 와서 보곤 한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쌓인 눈 아래에도 끈질긴 생명이 꿈틀거리고 자심만의 방법으로 겨울을 보내는 동식물들을 보며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생명의 기운을 간직하고 차가운 땅속, 얼음물 속에서 봄을 기다리는 생명들의 위대함을 절절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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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주머니랑 그네랑 신나는 명절 이야기 (양장) - 명절 옛 물건으로 만나는 우리 문화 2
햇살과나무꾼 지음, 조은희 그림 / 해와나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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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의 명절은 말 그대로 축제였다.

특히나 설은 한해를 시작하는 첫날로 온 나라가 들썩였었다.

자가용은 꿈도 못 꾸고 입석이어도 행복했던 기차, 콩나물시루 같았던 버스가 교통편의 대부분이던 시절이었지만 내 고향 내 부모형제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몇 시간의 고통은 즐거움으로 받아들였다.

고향에서는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식구를 기다리느라 목이 빠졌고 설 며칠 전부터 온 집안은 먹을거리가 넘쳤다.

먼저 술항아리는 아랫목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고, 쑥떡에 찍어 먹을 엿 고고, 유과 만들고, 뽑아 온 가래떡은 꾸덕꾸덕 굳으면 아버지까지 합세해서 밤늦도록  썰곤 하셨다.

마지막으로 여자들은 식혜며 전을 부치고 힘 좋은 남자들은 찰떡이며 쑥떡을 떡메로 치는 걸로 음식 장만은 대충 마무리되었다.

김 모락모락 나는 떡에 고소한 콩고물 묻혀 내놓으면 다디단 엿에 꼭 찍어 입에 넣으면  달착지근하게 착 감기는 맛이 꿀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달큰하고 정감 있는 맛이었다.

하지만 요즘의 설은 음식도 단출해 전이나 부치고, 나물 몇 가지해서 그저 떡국이나 한 그릇 먹고 세배 드리는 걸로 끝이다.

며느리 된 입장으로 지금처럼 간소해진 명절이 좋기만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엔 소중한 것을 자꾸 놓쳐버린 느낌이 드는 걸 보면 그 시절 그 북적거림이야 말로 사람 사는 참맛이 아니었나 싶다.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는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쉬고 즐기는 명절이 잘 발달되어 왔다.

설날을 시작으로 입춘을 지나 새해에 처음으로 보름달이 뜨는 정월 대보름을 비롯해 사시사철 일이 힘들고 지칠 때마다 한숨 돌릴 수 있는 휴식의 한마당으로 명절을 즐겼으니 그 또한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였다.

이제는 도시화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챙기지 않는 명절이야기는 어른에게는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지식을 전달해 준다.

<복주머니랑 그네랑 신나는 명절이야기>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우리 고유의 명절이야기를 손때 묻은 옛 물건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야기마당과 정보마당, 배움마당,  익힘마당으로 이루어져 단순한 지식이 나열이 아닌 옛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다.

떡 욕심 많은 부부가 떡 하나 때문에 눈뜨고 도둑맞은 이야기로 이야기마당을 열어 놓는다.

다음으로 정보마당에서는 복주머니, 색동옷과 떡판과 떡메를 비롯해 야광귀를 혼란스럽게 했던 체에 이르기까지 지금은 낯 설기만한 물건들은 통해 설에 뜻과 전해 내려오는 놀이를 설명하고 있다.

봄을 알리는 입춘을 지나 지금은 쇠는 사람이 드문 정원대보름의 풍습도 어린 시절 기억을 새롭게 떠오르게 한다.

온 동네 장정들이 나서서 하던 줄다리기며 연날리기, 널뛰기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달집태우기이다.

새벽녘에 할머니는 오곡밥에 묵은 나물로 따로 상을 봐서는 우물가, 장독대, 외양간에도 한상씩 차려 놓았고, 아버지는 마당 한가운데 커다란 달집을 만들어 불은 부치셨다.

거기에 생대를 넣어두어 불이 붙기 시작하면 온 집안이 떠나갈 듯 대 튀는 소리가 펑펑 귀청을 흔들었다.

그렇게 큰 소리가 나야 잡귀가 물러간다고 항상 보름쯤이면 아무리 추워도 아버지는 대나무를 준비하셨다.

거기에 무병무탈 하려면 나이만큼 불을 넘어야 한다는 말씀에 오빠나 언니는 불길이 잦아들면 풀쩍풀쩍 잘도 넘었지만 동생과 나는 아버지가 안아서 넘겨주시곤 하셨다.

이제는 나 혼자서도 자신 있게 넘을 수 있는 데 더 이상 달집도 없고 다리 밟기도 없는 보름을 보내곤 한다.

지금은 조상님께 성묘 하는 날로 알고 있는 한식은 조선시대에는 조정에서 새 불을 일으켜 백성들에게 나누어주는 날이었다고 한다.

강남 같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월삼짇날에는 무쇠 솥뚜껑에 화전을 부쳐 먹으며 아름다운 봄날을 만끽했고, 4월이면 초파일이 기다리고 있고, 오월이면 여름 농사 시작할 힘을 북돋아주는 단오가 기다리고 있었다.

찌는 듯 한 더위에 지칠 때쯤이면 펄펄 끓는 국물로 더위를 물리치던 삼복이 있었다.

견우와 직녀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로 더 많이 기억되는 칠월칠석도 북두칠성에 제사를 지내고 성균관에서는 칠석맞이 특별과거를 치루기도 했다.

음력 8월이면 수확을 앞두고 큰 잔치를 벌이던 추석에는 송편을 만들어 먹고 달을 보며 풍년을 기원했다.

동지는 새해 채비를 하며 책력을 선물하고 악귀를 물리친다는 붉은 팥으로 팥죽을 끓여 먹었다.

배움마당에서는 “24절기란 무엇일까?” “명절에는 왜 떡을 해 먹었을까?”등 우리가 궁금해 할 만 한 명절에 궁금증을 짧은 질문과 답변으로 친절하게 해소해 준다.

마지막으로 익힘마당에서는 옛날물건과 요즘물건을 알기 쉽게 비교해 주기도 했다.


일가친척이 모여 명절을 쇠기보다는 여행을 가는 가족도 많아졌고, 자식들이 고향을 찾는 것보다 부모가 자식을 찾아가는 경우도 흔해졌다.

그래서인지 명절이면 고샅마다 몰려다니던 아이들의 모습도 찾아 볼 수 없고, 온 동네가 떠들썩하던 놀이판 소리도 들을 수 없다.

명절이 아니라도 마음만 먹으면 쉬 오고 갈수 있는 고향이고, 친척보다는 우리 식구끼리 지내는 게 익숙하다보니 아이들도 북적거리는 명절을 힘들어한다.

머지않아 우리의 다른 명절처럼 세배하고 떡국 먹는 설도, 송편 빚고 달 보며 소원 빌던 추석도 책에서나 볼 수 있는 명절로 전락해 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된다.

자주 만나지 못했던 가족을 만나 즐겁고 행복해 한다면 좀 힘들고 어려워도 일 년에 한두 번하는 고생이 결코 헛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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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 나이트 - 클래식 도서관 01
호스트 퀸네만 지음, 배수아 옮김, 마리오 그라소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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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출판사의 10권으로 번역출간 된 아라비안나이트를 접했던 건 지금으로부터 십년이 훨씬 넘은 일인 것 같다

완역본이라는 사실에 겁도 없이 권당 400페이지가 넘었고 활자도 지금보다 훨씬 작았던 그 책을 읽기 시작했다.

램프의 요정 지니가 등장하던 <알라딘의 마법의 램프>나 열려라 참깨를 외치던 <알리바바와 사십 명의 도둑>을 기대하고 읽기 시작하던 책은 놀라움과 낯 뜨거움의 연속이었다.

그 보기에도 민망한 그림과 외설스러운 내용에 혹시나 누가 볼까 두려워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읽지도 못하고 집에서만 읽었었다.

지금 다시 읽어보면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인데도 그 시절에는 뭐가 그리 부끄럽고 쑥스러웠는지.......

사실 그 책들은 다 읽지 못하고 우리 집 책꽂이 한 면을 차지하고 있다.

숨어서 읽던 책은 세헤르반처럼 천 하루 동안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닌 그 이야기를 읽는 것이 지루하고 어려워 10권 모두를 읽는 걸 중도에 포기했었다.


아라비아나이트는 이슬람교를 칭송하는 내용과 권선징악을 다루고 있는 게 대부분이지만 이야기가 시작된 계기는 참으로 잔인하다.

세헤르반의 광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작된 세헤라자데의 이야기는 천일야화로 이어지게 되니 자신의 목숨뿐만이 아니라  나라 안 모든 여인들의 목숨이 자신의 이야기에 달려 있었으니 그녀에게 매일 밤은 피를 말리는 시간들이지 않았을까?

우리가 읽고 있는 아라비아나이트는 디즈니 만화나 앞뒤 다 잘린 단행본으로 나와 본디 천일야화 시작 배경은 빼고 각각의 이야기로 읽혀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은 작가인 호스트 퀸네만의 말처럼 4,857페이지에 달하는 원본을 요약해 놓은 가족 모두를 위한 책이다.

이국적인 풍경과 괴물들이 가득한 그림, 두께에 비해 가볍고 예쁜 옷을 입은 듯한 책은 잡는 순간부터 단박에 마음을 빼앗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뱃사람 신밧드>등의 모험이야기를 비롯해 <아지즈와 아지자> 같은 슬픔 사랑이야기 그리고 재미있는 동물이야기, 지혜로운 소년의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소년 재판관”이야기는 이웃의 재물을 훔쳐낸 사내의 잘못을 재판한 소년을 칭찬하는 위대한 왕 칼리프 알 라시드를 보며 작은 아이에 말에도 귀기우리는 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 아닌가 싶었다.

끝없이 욕심을 부리다 비둘기에 꾀에 넘어간 고슴도치 이야기는 이솝우화에 자주 등장하던 동물들의 이야기를 읽는 듯 하다.

그리고  중동의 어느 한 나라가 배경인줄 알았던 <알라딘과 마법의 램프>의 주인공인 알라딘은 중국의 소년이었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꼭 아이들에게 아라비안나이트를 읽혀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본디 어른을 위한 책인데 그중에 가려 뽑아 아이들이 읽어도 될만한 이야기를 각색한 이야기가 대부분인데 필독서처럼 굳이 익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가 그림책을 읽기에는 너무 자라 버렸고 완역본을 읽기에는 아직 어린 친구들을 위해서는 안성맞춤인 것 같다.

신나는 모험과 사랑과 지혜가 담겨 있는 한 권의 책을 가족 모두가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그 것만으로도 이 책은 그 가치를 충분히 하고도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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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의 비밀 미라 어린이 디스커버리 10
필립 스틸 지음, 이충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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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은 방학이라고 해 봤자 예전의 어린이들처럼 친척집을 가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숙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학원을 여러 곳 다니는 것도 아니기에 거의 집에서 하루 종일 빈둥거리고 있다.

TV좀 그만 보라고 하면 슬그머니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그것도 못하게 하면 으레 하는 말인 심심해를 연발한다.

책 좀 읽으라는 말에 책장 앞에서 한참 머뭇거리다가 읽을 게 없다는 말로 속을 뒤집어 논다.

될 수 있으면 침착하고 차분한 어조로 이것도 재미있고 저것도 재미있다고 하지만 이 건 이래서 재미없을 것 같고 저 건 저래서 재미없을 것 같다는 말로 엄마의 한계를 시험하려 든다.

그러던 그 녀석이 요즘 달라졌다.

입에 달고 살던 심심해 대신 “엄마, 그 것 알아요?”라는 질문으로 곤란하게 만든다.

바로 시공주니어의 ‘어린이 디스커버리’ 때문이다.

자연 과학, 지구 과학, 우주 과학, 세계사, 고고학 등의 다채로운 분야의 기초 지식을 담은 이 시리즈는 지식을 쌓게 하려는 의도로 나온 책들의 단점을 보완한 책이다.

책을 권하는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이 읽어주기를 바라는 게 지식 책이지만  그 책을 읽는 독자인 어린이는 딱딱하고 어렵고 재미없는 게 바로 지식 책이다.

그런데 이 시리즈는 사실적인 생생한 그림과 아이가 혼자 읽기에도 적당한 크기에 글자와 짧으면서도 명확한 설명으로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특히 뒷면에 나오는 <용어 설명>은 본문에 나오는 어려운 단어를 풀이해 주어 따로 다른 책을 참고하지 않아도 될 만큼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10번째 권인 <고대 이집트의 비밀 미라>이다.

“수천 년 전에 죽은 어떤 사람의 비밀 무덤 속에 들어간다고 상상해 보세요.”라고 시작되는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신기한 파라오의 무덤을 탐험하는 기분을 들게 한다.

으스스하고 신기한 무덤 속을 촛불하나에 의지에 떠나는 모험은 죽은 사람이 사후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썩지 않은 몸이 필요했기에 미라로 만들었다는 설명으로부터 시작해 고대 이집트인들의 사회생활까지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태양신 라, 죽음과 부활의 신 오시리스, 장래의 신이자 미라를 만드는 사람들의 신인 아누비스등의 익숙한 이름의 이집트 신들을 만나는 보는 것도 재미있다.

으스스하고 오싹하기만 한 미라 만드는 과정과 장례식 행렬의 세밀한 표현은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에는 관을 나르는 상여가 있다면 오시리스를 만나기 위해 물을 건너가는 여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이집트인들이 미라를 모형 배에 실어 옮겼다는 사실도 새로웠다.

미라를 넣는 관의 변천과정과 무덤 속의 부장품들의 대한 이야기는 이집트인들이 사후 세계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도 알게 해 준다.

오늘날  과학자들의 의해 미라에서 떼어낸 작은 조직세포로부터 미라의 가족과 친척은 물론 어떤 병에 걸렸는지까지 알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도굴꾼이나 연구라는 이름으로 무덤을 파헤치는 과학자들의 모습에서는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다.

진정으로 사후세계를 믿었던 고대 이집트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도굴꾼이나 과학자 두 부류 모두 자신들의 믿음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파괴자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막연하기만 했던 이집트의 매장 풍습을 아이 눈높이에서 설명해 준 것 같아 고고학의 기초를 세운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글을 제대로 못 읽는 아이에게 가장 읽어주기 힘든 책은 지식을 전달해 주는 책이다.

한 페이지를 채 읽기도 전부에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질문을 받아주다 보면 아이도 지치고 읽어주는 어른도 치솟아 오르는 짜증쯤은 감수하고 읽기를 시도해야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딱딱한 설명글이 아니라서 읽어주기에도 편하고 자세하고 쉬운 설명 때문에 받아들이는 아이도 한결 편안해 한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읽어주는 걸 좋아하는 둘째도 곧잘 이 시리즈를 골라온다.
사실 이 책 한권을 통해 고대 이집트의 미라와 이집트의 사회상을 모두 접하는 데는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아이에게 어려운 고고학 책을 안겨줄 수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처음 시작하는 고고학의 입문서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아이에게 학습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읽다보면 저절로 지식이 쌓이기를 바란다면 주저 없이 권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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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와 손톱 국시꼬랭이 동네 12
이춘희 지음, 이웅기 그림,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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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지방 밟지 마라. 다리 떨면 복 달아난다. 밤에 휘파람 불면 뱀 나온다. 누워서 밥 먹으면 죽어서 소가 된다.” 등은 어린 시절 할머니께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듣던 말이다.

그때는 우리 할머니 또 잔소리 시작이라고 귓등으로 듣곤 했는데 내가 어른이 되고 보니 할머니의 말씀이 얼마나 옳은 말씀이었고 자손들을 염려하는 마음에서 하신 말씀이었는지를 새삼 느낀다.

사실 문지방이라는 것이 하루에도 몇 번씩 넘나들어야 하는 곳인데 어린 아이가 조심성 없이 넘다가는 문지방에 걸려 넘어지기 일쑤였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떠들썩한 밤과는 다른 고요하기만 한 옛 시골의 밤에 누군가 휘파람을 분다면 그 소리는 괴기스러웠을 것이다.

이렇듯 금기시했던 행동들은 일상생활에서 마땅히 지켜야할 예의나 바른 행동들을 이야기한 내용이 많다.

밥을 먹던 아이가 제자리에서 얌전하게 먹는 게 아니라 돌아다니거나 누워서 먹을 때 제자리에 앉아 먹으라는 말보다는 돌아다니면서 먹으면 거지가 된다든가 죽어서 소가 된다는 말은 예의바른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경우의 결과를 나쁘게 말해 더 큰 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다.


잊고 있었던 우리의 옛이야기를 다시 한 번 생각나게 하는 국시꼬랭이 동네의 12번째 이야기는 바로 이런 금기를 다룬 이야기이다.

예전에는 소풍갈 때나 오빠 도시락 밑바닥에 아무도 모르게 곱게 숨어 있던 귀한 달걀을 낳던 그 암탉은 소중한 재산 목록 중 하나였다.

그 보물 같은 닭이 죽어 여우 귀신이 된다면 그 공포는 이루말로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손톱을 먹으면 닭이 죽어 여우귀신이 된다는 오빠의 이야기를 들은 영미는 자기 손톱을 먹은 암탉 달구가 죽게 될게 전전긍긍하며 들기름을 먹이기도 하고 땅거미가 내린 뒤에도 닭장 앞을 지키기도 한다.

어린 시절 금기시 되는 행동을 하고나서 설마 진짜는 아니겠지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 한쪽이 불편하고 무서움증이 드는 경험은 모두에게 있을 것이다.

영미도 정말 암탉이 죽어 여우 귀신이 될까 불안에 떨고 걱정대로 여우 귀신이 영미를 찾아온다.

옛이야기에 자주 나오는 사악한 존재인 여우에 등장으로 아이들은 숨을 죽였지만 과장된 몸짓과 목소리로 읽어주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신이 났다.

엄마아빠가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말씀을 하실 때면 거짓말인줄 짐작을 하면서도 울고불고 보따리를 싸고는 했는데 내가 어른이 되어 아이들 놀리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아니지, 아니지 하면서도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아이들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ㅋㅋ난 못된 엄마가 분명한 듯)

경호가 영미를 놀리는 것도 바로 이런 마음이 아니었나 싶다.

조금 과장된 그림이 공포를 고조시키지만 급하게 떨어뜨리고 간 새총은 여우 귀신의 정체를 밝혀주어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어쩌다 밤에 손톱을 깎으면 할머니는 “아가, 한밤중에 손톱 깎다가 그 손톱 쥐가 주워 먹으면 그 쥐가 사람으로 둔갑 한단다.”하셨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낮도 아닌 어둠침침한 등불 아래 깎은 손톱은 어디로 튈지 모르니 그렇게 말씀하신 듯하다. 

손톱이라는 게 결코 깨끗한 것이 못되는데 그 손톱을 아무렇게나 버리면 보기도 싫고  위생상으로도 좋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말 안 듣는 아이들에게 손톱을 짐승이 먹으면 사람으로 둔갑을 한다거나 여우 귀신이 된다는 말은 그 어떤 말보다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아침 일찍 작은 아이가 외할머니께 “할머니, 손톱 깎아서 종이에 잘 싸서 버리세요. 꼬꼬가 먹고 죽으면 여우 귀신이 된대요“ 하고 전화를 한다.

외할머니 집에서 키우고 있는 닭이 걱정이 된 모양이다.

작은 책 한 권 때문에 우리 아이는 아침 일찍부터 할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렸고, 귀여운 외손자의 반가운 전화에 우리 엄마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셨다.

잃어버린 자투리 문화를 찾아내어 옛 아이들과 오늘의 아이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는 국시꼬랭이의 다음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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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6-01-20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이주의 마이리뷰 당선뽑히셨네요,
그러지 않아도 이책 눈독들이고 있는책인데,,,잘 읽고 갑니다,

초록콩 2006-01-20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연사랑 2006-01-21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축하~!^^

아영엄마 2006-01-24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연두빛 나무님, 또다시 리뷰 당선되셨군요. 추카추카~

초록콩 2006-01-24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연사랑님.아영엄마님.........탱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