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의 비밀 미라 어린이 디스커버리 10
필립 스틸 지음, 이충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아들은 방학이라고 해 봤자 예전의 어린이들처럼 친척집을 가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숙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학원을 여러 곳 다니는 것도 아니기에 거의 집에서 하루 종일 빈둥거리고 있다.

TV좀 그만 보라고 하면 슬그머니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그것도 못하게 하면 으레 하는 말인 심심해를 연발한다.

책 좀 읽으라는 말에 책장 앞에서 한참 머뭇거리다가 읽을 게 없다는 말로 속을 뒤집어 논다.

될 수 있으면 침착하고 차분한 어조로 이것도 재미있고 저것도 재미있다고 하지만 이 건 이래서 재미없을 것 같고 저 건 저래서 재미없을 것 같다는 말로 엄마의 한계를 시험하려 든다.

그러던 그 녀석이 요즘 달라졌다.

입에 달고 살던 심심해 대신 “엄마, 그 것 알아요?”라는 질문으로 곤란하게 만든다.

바로 시공주니어의 ‘어린이 디스커버리’ 때문이다.

자연 과학, 지구 과학, 우주 과학, 세계사, 고고학 등의 다채로운 분야의 기초 지식을 담은 이 시리즈는 지식을 쌓게 하려는 의도로 나온 책들의 단점을 보완한 책이다.

책을 권하는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이 읽어주기를 바라는 게 지식 책이지만  그 책을 읽는 독자인 어린이는 딱딱하고 어렵고 재미없는 게 바로 지식 책이다.

그런데 이 시리즈는 사실적인 생생한 그림과 아이가 혼자 읽기에도 적당한 크기에 글자와 짧으면서도 명확한 설명으로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특히 뒷면에 나오는 <용어 설명>은 본문에 나오는 어려운 단어를 풀이해 주어 따로 다른 책을 참고하지 않아도 될 만큼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10번째 권인 <고대 이집트의 비밀 미라>이다.

“수천 년 전에 죽은 어떤 사람의 비밀 무덤 속에 들어간다고 상상해 보세요.”라고 시작되는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신기한 파라오의 무덤을 탐험하는 기분을 들게 한다.

으스스하고 신기한 무덤 속을 촛불하나에 의지에 떠나는 모험은 죽은 사람이 사후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썩지 않은 몸이 필요했기에 미라로 만들었다는 설명으로부터 시작해 고대 이집트인들의 사회생활까지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태양신 라, 죽음과 부활의 신 오시리스, 장래의 신이자 미라를 만드는 사람들의 신인 아누비스등의 익숙한 이름의 이집트 신들을 만나는 보는 것도 재미있다.

으스스하고 오싹하기만 한 미라 만드는 과정과 장례식 행렬의 세밀한 표현은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에는 관을 나르는 상여가 있다면 오시리스를 만나기 위해 물을 건너가는 여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이집트인들이 미라를 모형 배에 실어 옮겼다는 사실도 새로웠다.

미라를 넣는 관의 변천과정과 무덤 속의 부장품들의 대한 이야기는 이집트인들이 사후 세계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도 알게 해 준다.

오늘날  과학자들의 의해 미라에서 떼어낸 작은 조직세포로부터 미라의 가족과 친척은 물론 어떤 병에 걸렸는지까지 알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도굴꾼이나 연구라는 이름으로 무덤을 파헤치는 과학자들의 모습에서는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다.

진정으로 사후세계를 믿었던 고대 이집트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도굴꾼이나 과학자 두 부류 모두 자신들의 믿음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파괴자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막연하기만 했던 이집트의 매장 풍습을 아이 눈높이에서 설명해 준 것 같아 고고학의 기초를 세운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글을 제대로 못 읽는 아이에게 가장 읽어주기 힘든 책은 지식을 전달해 주는 책이다.

한 페이지를 채 읽기도 전부에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질문을 받아주다 보면 아이도 지치고 읽어주는 어른도 치솟아 오르는 짜증쯤은 감수하고 읽기를 시도해야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딱딱한 설명글이 아니라서 읽어주기에도 편하고 자세하고 쉬운 설명 때문에 받아들이는 아이도 한결 편안해 한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읽어주는 걸 좋아하는 둘째도 곧잘 이 시리즈를 골라온다.
사실 이 책 한권을 통해 고대 이집트의 미라와 이집트의 사회상을 모두 접하는 데는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아이에게 어려운 고고학 책을 안겨줄 수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처음 시작하는 고고학의 입문서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아이에게 학습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읽다보면 저절로 지식이 쌓이기를 바란다면 주저 없이 권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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