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 나이트 - 클래식 도서관 01
호스트 퀸네만 지음, 배수아 옮김, 마리오 그라소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ㅂ출판사의 10권으로 번역출간 된 아라비안나이트를 접했던 건 지금으로부터 십년이 훨씬 넘은 일인 것 같다

완역본이라는 사실에 겁도 없이 권당 400페이지가 넘었고 활자도 지금보다 훨씬 작았던 그 책을 읽기 시작했다.

램프의 요정 지니가 등장하던 <알라딘의 마법의 램프>나 열려라 참깨를 외치던 <알리바바와 사십 명의 도둑>을 기대하고 읽기 시작하던 책은 놀라움과 낯 뜨거움의 연속이었다.

그 보기에도 민망한 그림과 외설스러운 내용에 혹시나 누가 볼까 두려워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읽지도 못하고 집에서만 읽었었다.

지금 다시 읽어보면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인데도 그 시절에는 뭐가 그리 부끄럽고 쑥스러웠는지.......

사실 그 책들은 다 읽지 못하고 우리 집 책꽂이 한 면을 차지하고 있다.

숨어서 읽던 책은 세헤르반처럼 천 하루 동안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닌 그 이야기를 읽는 것이 지루하고 어려워 10권 모두를 읽는 걸 중도에 포기했었다.


아라비아나이트는 이슬람교를 칭송하는 내용과 권선징악을 다루고 있는 게 대부분이지만 이야기가 시작된 계기는 참으로 잔인하다.

세헤르반의 광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작된 세헤라자데의 이야기는 천일야화로 이어지게 되니 자신의 목숨뿐만이 아니라  나라 안 모든 여인들의 목숨이 자신의 이야기에 달려 있었으니 그녀에게 매일 밤은 피를 말리는 시간들이지 않았을까?

우리가 읽고 있는 아라비아나이트는 디즈니 만화나 앞뒤 다 잘린 단행본으로 나와 본디 천일야화 시작 배경은 빼고 각각의 이야기로 읽혀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은 작가인 호스트 퀸네만의 말처럼 4,857페이지에 달하는 원본을 요약해 놓은 가족 모두를 위한 책이다.

이국적인 풍경과 괴물들이 가득한 그림, 두께에 비해 가볍고 예쁜 옷을 입은 듯한 책은 잡는 순간부터 단박에 마음을 빼앗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뱃사람 신밧드>등의 모험이야기를 비롯해 <아지즈와 아지자> 같은 슬픔 사랑이야기 그리고 재미있는 동물이야기, 지혜로운 소년의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소년 재판관”이야기는 이웃의 재물을 훔쳐낸 사내의 잘못을 재판한 소년을 칭찬하는 위대한 왕 칼리프 알 라시드를 보며 작은 아이에 말에도 귀기우리는 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 아닌가 싶었다.

끝없이 욕심을 부리다 비둘기에 꾀에 넘어간 고슴도치 이야기는 이솝우화에 자주 등장하던 동물들의 이야기를 읽는 듯 하다.

그리고  중동의 어느 한 나라가 배경인줄 알았던 <알라딘과 마법의 램프>의 주인공인 알라딘은 중국의 소년이었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꼭 아이들에게 아라비안나이트를 읽혀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본디 어른을 위한 책인데 그중에 가려 뽑아 아이들이 읽어도 될만한 이야기를 각색한 이야기가 대부분인데 필독서처럼 굳이 익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가 그림책을 읽기에는 너무 자라 버렸고 완역본을 읽기에는 아직 어린 친구들을 위해서는 안성맞춤인 것 같다.

신나는 모험과 사랑과 지혜가 담겨 있는 한 권의 책을 가족 모두가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그 것만으로도 이 책은 그 가치를 충분히 하고도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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