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와 손톱 국시꼬랭이 동네 12
이춘희 지음, 이웅기 그림,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문지방 밟지 마라. 다리 떨면 복 달아난다. 밤에 휘파람 불면 뱀 나온다. 누워서 밥 먹으면 죽어서 소가 된다.” 등은 어린 시절 할머니께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듣던 말이다.

그때는 우리 할머니 또 잔소리 시작이라고 귓등으로 듣곤 했는데 내가 어른이 되고 보니 할머니의 말씀이 얼마나 옳은 말씀이었고 자손들을 염려하는 마음에서 하신 말씀이었는지를 새삼 느낀다.

사실 문지방이라는 것이 하루에도 몇 번씩 넘나들어야 하는 곳인데 어린 아이가 조심성 없이 넘다가는 문지방에 걸려 넘어지기 일쑤였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떠들썩한 밤과는 다른 고요하기만 한 옛 시골의 밤에 누군가 휘파람을 분다면 그 소리는 괴기스러웠을 것이다.

이렇듯 금기시했던 행동들은 일상생활에서 마땅히 지켜야할 예의나 바른 행동들을 이야기한 내용이 많다.

밥을 먹던 아이가 제자리에서 얌전하게 먹는 게 아니라 돌아다니거나 누워서 먹을 때 제자리에 앉아 먹으라는 말보다는 돌아다니면서 먹으면 거지가 된다든가 죽어서 소가 된다는 말은 예의바른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경우의 결과를 나쁘게 말해 더 큰 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다.


잊고 있었던 우리의 옛이야기를 다시 한 번 생각나게 하는 국시꼬랭이 동네의 12번째 이야기는 바로 이런 금기를 다룬 이야기이다.

예전에는 소풍갈 때나 오빠 도시락 밑바닥에 아무도 모르게 곱게 숨어 있던 귀한 달걀을 낳던 그 암탉은 소중한 재산 목록 중 하나였다.

그 보물 같은 닭이 죽어 여우 귀신이 된다면 그 공포는 이루말로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손톱을 먹으면 닭이 죽어 여우귀신이 된다는 오빠의 이야기를 들은 영미는 자기 손톱을 먹은 암탉 달구가 죽게 될게 전전긍긍하며 들기름을 먹이기도 하고 땅거미가 내린 뒤에도 닭장 앞을 지키기도 한다.

어린 시절 금기시 되는 행동을 하고나서 설마 진짜는 아니겠지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 한쪽이 불편하고 무서움증이 드는 경험은 모두에게 있을 것이다.

영미도 정말 암탉이 죽어 여우 귀신이 될까 불안에 떨고 걱정대로 여우 귀신이 영미를 찾아온다.

옛이야기에 자주 나오는 사악한 존재인 여우에 등장으로 아이들은 숨을 죽였지만 과장된 몸짓과 목소리로 읽어주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신이 났다.

엄마아빠가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말씀을 하실 때면 거짓말인줄 짐작을 하면서도 울고불고 보따리를 싸고는 했는데 내가 어른이 되어 아이들 놀리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아니지, 아니지 하면서도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아이들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ㅋㅋ난 못된 엄마가 분명한 듯)

경호가 영미를 놀리는 것도 바로 이런 마음이 아니었나 싶다.

조금 과장된 그림이 공포를 고조시키지만 급하게 떨어뜨리고 간 새총은 여우 귀신의 정체를 밝혀주어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어쩌다 밤에 손톱을 깎으면 할머니는 “아가, 한밤중에 손톱 깎다가 그 손톱 쥐가 주워 먹으면 그 쥐가 사람으로 둔갑 한단다.”하셨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낮도 아닌 어둠침침한 등불 아래 깎은 손톱은 어디로 튈지 모르니 그렇게 말씀하신 듯하다. 

손톱이라는 게 결코 깨끗한 것이 못되는데 그 손톱을 아무렇게나 버리면 보기도 싫고  위생상으로도 좋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말 안 듣는 아이들에게 손톱을 짐승이 먹으면 사람으로 둔갑을 한다거나 여우 귀신이 된다는 말은 그 어떤 말보다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아침 일찍 작은 아이가 외할머니께 “할머니, 손톱 깎아서 종이에 잘 싸서 버리세요. 꼬꼬가 먹고 죽으면 여우 귀신이 된대요“ 하고 전화를 한다.

외할머니 집에서 키우고 있는 닭이 걱정이 된 모양이다.

작은 책 한 권 때문에 우리 아이는 아침 일찍부터 할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렸고, 귀여운 외손자의 반가운 전화에 우리 엄마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셨다.

잃어버린 자투리 문화를 찾아내어 옛 아이들과 오늘의 아이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는 국시꼬랭이의 다음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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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6-01-20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이주의 마이리뷰 당선뽑히셨네요,
그러지 않아도 이책 눈독들이고 있는책인데,,,잘 읽고 갑니다,

초록콩 2006-01-20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연사랑 2006-01-21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축하~!^^

아영엄마 2006-01-24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연두빛 나무님, 또다시 리뷰 당선되셨군요. 추카추카~

초록콩 2006-01-24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연사랑님.아영엄마님.........탱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