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 자니? - 동식물의 겨울나기 어린이 산살림 5
도토리 기획, 문병두 그림 / 보리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책에서 가끔씩 볼 수 있는 부분 펼침이 아닌 전체를 병풍처럼 펼쳐 볼 수 있는 책은 처음 본 순간 참 특히 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제 1학년과 3학년이 되는 아들들은 처음 책이 도착하면 먼저 자신의 몫의 책을 고르고 의식을 치르듯이 속지에 이름을 적는 다.

나중에는 같이 보는 게 대부분이지만 처음엔 철저하게 내 책, 네 책 구분 짓는 아들들이 이 책에 속지에는 작은 아이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아이는 거실 바닥에 길게 펼쳐보며 겨울잠 자는 동물 친구들이야기를 읽기도 하고 뒤집어서는 숨은 있는 작은  동물들을 찾아본다.

처음엔 거들떠보지 않던 큰 아이가 어느새 동생 곁에 붙어서 겨울 잠자는 동물들에 대해 아는 척을 하고 서로 먼저 찾으려고 소란을 피우기도 한다.

꽁꽁 언 땅속과 물속에서 쿨쿨 자고 있는 동식물의 겨울나기를 들여다보면 아무리 추워도 언젠가는 오는 따뜻한 봄에는 모두 힘찬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말했듯이 이 책은 병풍처럼 쫙 펼쳐보는 책이다.

그러니 이 책에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바른 자세로 점잖게 책상에 앉아 절대로 볼 수 없는 책이다.

처음 그림을 펼치면 크고 넓은 겨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썩은 나무 둥치의 곤충들 세상과 흰 눈 속을 먹이를 찾아 헤매는 노루, 고라니도 보이고 먹이를 찾아 자맥질하는 철새들도 보인다.

겨울 추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씽씽 썰매도 타고, 연도 날리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딱히 앞뒤를 구별 지을 수는 없지만 일곱 폭의 그림은 우리가 잘 아는 짐승들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춥고 긴 겨울이 오기 전에 먹이를 잔뜩 먹어 두고, 털갈이도 하는 동물들은 가끔씩 깨어나 먹이를 먹는 다람쥐를 비롯해 고슴도치며 오소리를 만날 수 있다.

다음 장에는 변온동물인 파충류와 양서류가 등장한다.

털이 있는 짐승들은 겨울잠을 자다가도 가끔 깨어나기도 하지만 뱀이나 개구리 등은 한 번도 깨지 않는다고 한다.

겨울잠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물속 동물들도 강물이 얼어붙는 겨울이 오면 물풀 사이나 진흙 속이나 돌 틈에 들어가서 겨울잠을 자기도 한단다.

그리고 겨울이면 먼 곳에서 찾아오는 겨울 철새들과 우리나라의 텃새들도 소개된다.

때로는 좋은 음악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시끄럽고 징그러운 벌레들도  겨울잠을 잔다.

사마귀나 하늘소나 메뚜기처럼 알로 겨울을 나기도 하고, 주머니나방 애벌레처럼 번데기로 추위를 이기기도 하고, 달팽이나 무당벌레는 어른벌레인 채로 추운 겨울을 보내기도 한다.

뭐 겨울잠을 자는 게 동물들뿐이겠는가?

겨울이 오면 잎을 다 떨어뜨린 나무들과 누렇게 마른 풀들도 제 나름대로 겨울을 이기고 있다.

나무들은 보송보송한 겨울눈을 숨기고 있다 봄이 오는 소리에 잎과 꽃으로 세상에 나올 것이고 냉이나 달맞이꽃도 땅바닥에 잎을 펼치고 봄을 기다린다.

물론 딱딱한 씨앗으로 겨울을 나는 식물들도 많다.


아이들에게 읽히기 어려운 책 중 하나가 자연관찰 책인데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깬 과감한 디자인이 아이들의 마음을 단번에 잡는다.

아이들은 며칠째 이 책을 펼쳐 놓고 있다.

작은 애에게 읽어주기에도 편하게 입말의 글들은 책을 읽어 준다기보다 엄마가 이야기해주는 느낌이라 더 좋다.

거기다 큰애는 뭔가 부족했던지 안 보던 도감들도 꺼내 와서 보곤 한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쌓인 눈 아래에도 끈질긴 생명이 꿈틀거리고 자심만의 방법으로 겨울을 보내는 동식물들을 보며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생명의 기운을 간직하고 차가운 땅속, 얼음물 속에서 봄을 기다리는 생명들의 위대함을 절절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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