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그 자리에 의자를 두기로 했다 - 집에 가고 싶지만 집에 있기 싫은 나를 위한 공간심리 수업
윤주희 지음, 박상희 감수 / 필름(Feelm)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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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이 여전히 대세다. 빈 공간의 매력을 한껏 뽐내는 인테리어 사진을 하도 많이 봤더니 나도 집 안의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공간 정리와 마음 정리는 같다고, ‘적당히 비우고 느리게 행복을 찾아가는’ 미니멀 라이프를 제안하는 책을 만났다. 공간컨설팅 공간치유 윤주희 대표의 <오늘부터 그 자리에 의자를 두기로 했다>다.



‘공간심리 수업’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정리된 집을 필요로하는 이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는 저자의 태도다. 집이 정돈되어있지 않으니 ‘집에 가고 싶지만 집에 있기 싫은’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 우울한 마음에 자꾸만 물건들을 사들여 집안에 발 디딜 틈이 없어지기도 한다. 저자는 그럴 때일수록 집과 감정의 연관성을 살펴볼 것을 제안한다. 매일 의식하지는 못해도 우리의 마음은 분명 공간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공간은 삶을 바꾸는 첫번째 조건’이라고.



다양한 정리컨설팅 사례를 읽으면서는 남 일같지 않아 무척 공감했다. 깜짝 놀란 사연들도 있었지만, 일 년에 한 번 사용할까말까하는 소형가전, 사도사도 또 사게되어 기어이 옷장에서 흘러넘치는 옷들은 꽤 많은 이들이 가진 문제가 아니던가. 우리는 왜 그것들을 과감하게 버리지 못하는 걸까? 저자는 버려야 할 물건들과 대면하고 작별하는 과정은 곧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과 같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세심하고도 과감해져야한다고 말이다.



상황별, 공간별 정리 팁과 더불어 공간이 주는 치유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오늘부터 그 자리에 의자를 두기로 했다>. 페이지 곳곳마다 많은 이들이 공간이 주는 기쁨을 누리게 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따뜻한 마음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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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축제자랑 - 이상한데 진심인 K-축제 탐험기
김혼비.박태하 지음 / 민음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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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 이토록 즐겁게 책을 읽은 적이 언제였던가. 반쯤 혼이 나간 상태로 읽었다. 아, 내 안의 K-스러움이 자랑스럽게 솟아오르는 경험을 책을 읽다가 하게 될 줄이야. 그러나 바로 다음 페이지에서 그 K-스러움은 쥐구멍으로 기어들어가기도 했다. 나를 한국인이라 불러주.. 아니 부르지 말아 줘. 이 책은 한국인이라면 심장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는, K-스러움의 모든 것, K-스러움의 기쁨과 슬픔.. 김혼비, 박태하의 <전국축제자랑>이다.



이 책은 기획부터 번뜩인다. 김혼비, 박태하 두 분이 ‘K-스러움‘의 기원을 찾아 ‘정념과 관성이 교차하는 한국의 지역 축제‘를 다녀온 이야기. 의좋은형제축제, 영산포홍어축제, 완주와일드푸드축제 등등 제목만 듣고는 도무지 어떤 정경이 펼쳐질지 상상되지 않는 각양 각색의 축제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저자들의 기깔나는 설명을 듣다 보면 새로운 챕터를 시작할 때마다 이번엔 또 어떤 기상천외하고 감동적인 축제를 만나게 될지 두근거리는 마음이 된다. 특히, 절로 눈가가 뜨거워진다는 의병제전의 의병 출정 퍼레이드와 든든한 환대로 가득한 강릉단오제는 꼭 가보고싶을 정도였다. 산청곶감축제 이야기를 읽고는 곧바로 곶감 쇼핑을 시작했는데.. 이건 저자들이 축제에 너무나 진심이기 때문이다.



<전국축제자랑>은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드립에 깔깔거리며 읽게 되는 책이지만, 어쩔 수 없이 슬픔을 마주하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축제장에서 ‘움직이는 장난감‘처럼 다뤄지는 연어 이야기라든지. 마냥 축제의 좋은 부분만을 집어내는 것이 아니라 꼭 논의되어야할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짚고 있다는 점에서 축제를 대하는 저자들의 애정 어리고도 진지한 마음이 엿보였다. 이도 저도 아닌 혼종 퍼포먼스에 기겁하고, 유야무야식으로 흘러가는 진행에 황당해하면서도 뜻밖의 아름다운 순간들로 기억되는 K-축제. 정말, 너무 싫고 너무 좋은 K-스러움이 아닐 수 없다.



의뭉스럽고 납작하게만 느껴졌던 지역 축제가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경험을 하게 하는, 그야말로 엄청난 책이다. 어서 직접 두 발로 축제 현장을 누빌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두 분은 영원히 글을 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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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파티 드레스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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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빠져들지 않을 도리가 없는 에세이, 크리스티앙 보뱅의 <작은 파티 드레스>. 독서와 글쓰기, 신과 사랑에 대한 글 아홉 편이 실려있다. 명상 상태에 접어들었을 때, 깊은 몰입 속에 정신만 또렷해지는 바로 그 감각과 닮은 책이다. 적요 속에서 독대하기 좋은 책이기도 하고.



저자의 문장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면서도 고아하고 맑다. 그는 독서라는 무용하고 아름다운 행위를 놓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독을 가만히 들여다봐준다. 독서란 고독 속에서 영혼을 발견하기 위함이며, ‘삶의 반짝이는 고통을, 현실에서보다 더 잘 보기’(88p) 위함이고, ‘영혼에 살며시 물이 들게 하는’(77p) 위함이 아니겠냐고.



아홉 편의 글 중 가장 각별하게 읽었던 두 편은,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처럼 릴케에게 긴 편지를 쓰는 그녀(‘아무도 원치 않았던 이야기’)와 온갖 색깔의 노트에, 온갖 피로 만들어진 잉크로 글을 쓰는 그녀(‘숨겨진 삶’)의 이야기다. 아름답다. 그 이상으로 마음 속 무언가를 건드리는 번뜩임도 있었는데, 고민 끝에 내가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시작도 끝도 사랑이라는 것.



‘내가 책을 읽는 건, 고통이 제자리를 찾게 하려는 거예요.’(88p) 이 문장 앞에서는 얼마나 멈춰있었는지 모르겠다. 달려나가는 눈길을 잡아끄는 문장들 덕분에 길지 않은 글인데도 여러번 반복해서 읽게 된다. 시적인 언어로 쓰여진 사색으로의 초대장같달까.



아무도 없는 밤, 홀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바로 그 순간의 고독을 아는 이라면 이 책을 끝까지 읽고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렇게 몇 번을 읽고 나면 ‘더 많이 읽을수록 아는 건 점점 더 적어’지지만(15p), 독서와 글쓰기를, 시와 사랑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되리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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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만드는 법 - 더 많은 독자를 상상하는 편집자의 모험 땅콩문고
이연실 지음 / 유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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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차 에세이 편집자의 <에세이 만드는 법>은 결국 좋아하는 마음에 대한 책이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가 이야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열렬한 마음이 배어들어있다. ‘덕심’이라는 단어가 아니면 설명하기 어려운 엄청난 에너지!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을 좋아한다는 건 바로 이런 마음이구나 절절히 느꼈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야하는, ‘애매한 중간성, 경계 없음, 체계 없음, 막연함과 자유로움’으로 정의되는 에세이. 이 책에서는 한 권의 에세이가 만들어지기까지 편집자가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유명인이라고 그가 쓴 책이 전부 잘 되는 건 아니라는 것, 제목으로 좌우되는 책의 운명, 어떻게든 팔리게끔 쓰는 띠지 문안 등등 현직자의 팁도 가득하다. 내가 느낀 것은 두 가지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는 내가 막연히 생각했던 것 이상의 정성이 들어가는구나, 잘 팔리는 책을 만드는 공식은 없지만 ‘한 끗’의 정성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구나.



좋아하는 마음을 잃고 싶지 않다. 세상을, 사람들을, 나 자신을, 나의 일을, 책을, 그리고 그 외 수많은 것들을. ‘좋아하는 마음이 많아서 자주 복받치는’ 저자의 마음을 닮고 싶다. 책 속에서 저자가 그러한 마음을 유지하는 비법으로 소개한 것은 바로 잡지! 오늘은 서점에 들러 잡지 분야를 어슬렁거려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사그러들때도 <에세이 만드는 법>은 훌륭한 부스터다. 어째서 며칠 전의 나는 ‘예전처럼 독서를 즐기지 못하게 된 것 같다’ 어리석은 생각을 했던가. 수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깃든, 그 많은 책들 중에서도 내 손에 들린 단 한 권의 책을 사랑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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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되는 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3
최진영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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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태어나 죽는 순간까지의 모든 나와 함께하고 있다고. 내가 감각하고 있는 순간은 과거,현재,미래 모든 순간의 내가 함께 겪고 있는 거라고. 어떤 일이 닥쳐도 모든 순간의 나를 떠올리면 나는 곧바로 무적이 된다. 과거 내가 해결하지 못한 일들이 빚더미가 되어 와르르 쏟아질 때는 허클베리 핀처럼 ‘지옥은 내가 간다!‘를 외친다. 그렇게 외치고 나면 모든 순간의 내가 벼랑에 매달려있는 어린애의 손을 꽉 잡아 끌어올려주는 기분이 된다.



최진영의 소설은 과거의 나를 자꾸만 만나게 한다. 발문에서처럼 읽혀지는 소설이 아니라 체험되는 소설. 그의 소설을 읽노라면 미숙하고 무력해서 밀려오는 상황들을 어쩌지 못하고 고스란히 다 받아낸 그때의 내가 자꾸만 되살아난다.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처럼 아슬아슬했던 과거의 나를 되돌아보는 일은 꼭 필요하지만 버겁다. 그래서 이 책 또한 읽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오래 망설였다. 결국 읽게 된 이유는 하나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만날 수 있을 만큼 자랐을지 궁금했다. 이 질문에 모든 순간의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내가 되는 꿈>은 과거의 태희와 지금의 태희의 이야기다. ‘내가 되는 꿈‘을 꾸는 어린 태희와 ‘아무도 내가 될 수 없고 나도 남이 될 수 없다. 내가 될 수 있는 건 나 뿐이다. 자칫하면 나조차 될 수 없다.‘고 말하는 지금의 태희는 꼭 같은 사람, 함께 존재하는 사람, 그러니까 모든 순간의 태희. 이들은 각각의 시간선상에서 정면을 똑바로 응시한 채 나아간다. 슬픔, 분노, 모멸감, 수치심 이 모든 것들을 단 한 톨도 흘리지 않고 전부 그대로 느끼면서. 이들은 같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같다. 이들은 ‘나‘가 되기 위해 나아가지만 이미 ‘나‘다. 과거에도 지금도 이미 모든 순간의 태희가 함께한다.



저자의 문장은 간결하지만 그 안에는 진실의 힘이 꽉 들어차있다. 그래서 저자의 소설을 읽을 때는 내가 미처 마주하지 못하는 내 진실과 정면승부를 벌이는 기분이다. 그러니까 저자의 소설은 읽기 전에는 두렵지만 읽고 나면 위로받은 듯 개운한 소설. 너무나 소중하고 너무나 아끼기 때문에 함부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나를 보는 것 같은 소설. 저자의 모든 작품을 따라읽으며 계속해서 걷는 이 길이 어딘가 더 나은길로 향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느끼고 있다. 이제는 모든 순간의 내가 같이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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