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축제자랑 - 이상한데 진심인 K-축제 탐험기
김혼비.박태하 지음 / 민음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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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 이토록 즐겁게 책을 읽은 적이 언제였던가. 반쯤 혼이 나간 상태로 읽었다. 아, 내 안의 K-스러움이 자랑스럽게 솟아오르는 경험을 책을 읽다가 하게 될 줄이야. 그러나 바로 다음 페이지에서 그 K-스러움은 쥐구멍으로 기어들어가기도 했다. 나를 한국인이라 불러주.. 아니 부르지 말아 줘. 이 책은 한국인이라면 심장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는, K-스러움의 모든 것, K-스러움의 기쁨과 슬픔.. 김혼비, 박태하의 <전국축제자랑>이다.



이 책은 기획부터 번뜩인다. 김혼비, 박태하 두 분이 ‘K-스러움‘의 기원을 찾아 ‘정념과 관성이 교차하는 한국의 지역 축제‘를 다녀온 이야기. 의좋은형제축제, 영산포홍어축제, 완주와일드푸드축제 등등 제목만 듣고는 도무지 어떤 정경이 펼쳐질지 상상되지 않는 각양 각색의 축제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저자들의 기깔나는 설명을 듣다 보면 새로운 챕터를 시작할 때마다 이번엔 또 어떤 기상천외하고 감동적인 축제를 만나게 될지 두근거리는 마음이 된다. 특히, 절로 눈가가 뜨거워진다는 의병제전의 의병 출정 퍼레이드와 든든한 환대로 가득한 강릉단오제는 꼭 가보고싶을 정도였다. 산청곶감축제 이야기를 읽고는 곧바로 곶감 쇼핑을 시작했는데.. 이건 저자들이 축제에 너무나 진심이기 때문이다.



<전국축제자랑>은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드립에 깔깔거리며 읽게 되는 책이지만, 어쩔 수 없이 슬픔을 마주하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축제장에서 ‘움직이는 장난감‘처럼 다뤄지는 연어 이야기라든지. 마냥 축제의 좋은 부분만을 집어내는 것이 아니라 꼭 논의되어야할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짚고 있다는 점에서 축제를 대하는 저자들의 애정 어리고도 진지한 마음이 엿보였다. 이도 저도 아닌 혼종 퍼포먼스에 기겁하고, 유야무야식으로 흘러가는 진행에 황당해하면서도 뜻밖의 아름다운 순간들로 기억되는 K-축제. 정말, 너무 싫고 너무 좋은 K-스러움이 아닐 수 없다.



의뭉스럽고 납작하게만 느껴졌던 지역 축제가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경험을 하게 하는, 그야말로 엄청난 책이다. 어서 직접 두 발로 축제 현장을 누빌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두 분은 영원히 글을 써달라..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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