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혼자인 사람들의 일하기 - 비대면 시대에 우리가 일하는 방법
김개미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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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들어 이미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앞으로는 그 변화가 더더욱 가속화될 것 같다. 직업의 양상, 인재상은 물론이고 일 하는 방법까지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에 발맞춰 변화할 수 없다면 아마도 살아남기는 힘들지 않을까. 변화에 굴하지 않고 살아남고 싶은 사람으로서, 이 책 속에서 무언가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눈에 불을 켜고 읽었다. 바로 열 두명의 프리랜서가 ‘혼자 일하는 법‘에 대해 쓴 책, <매우 혼자인 사람들의 일하기>다.



나이도 직업도 성향도 제각각 다른 책 속 저자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각자만의 뚜렷한 루틴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글을 쓴다는 것. 열 두편의 글에서 예외없이 크고 작은 깨달음들을 얻을 수 있었는데, 내가 정리한 대략적인 것들은 다음과 같다. 일단 자기 자신을 잘 파악하고 자신에게 맞는 루틴과 보상을 설정할 것. 당연한 말이지만 남에게는 맞는 방법이 나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까지 성공했다면 성실할 것 그리고 꾸준히 성실하기 위해 체력을 관리할 것. 기본이라고? 언제나 가장 어려운게 기본 아니던가.



이 책은 프리랜서들에게는 물론이고 비대면 시대에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혼자 일하는 이들에게도 꽤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실 별 생각 없이 그냥 읽어도 재미있을 책이긴 하다. ‘남들은 어떻게 일하는가‘에 대해서는 대체로 누구나 궁금해하기 마련이니까.



‘이 극단적인 변화의 시기를 잘 버티며 스스로 자신을 변화시킨 사람들만이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질을 갖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63p, 김광혁 디자이너)



+ 함께 보면 좋을 영상: 신예희 작가 인터뷰 ‘삼성-LG를 혼자 상대하는 22년차의 생존노하우‘ (유튜브 EO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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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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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들 사이에 격렬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었다는 화제의 작품, 제163회 아쿠타가와 수상작 <파국>. 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시대의 광기를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을까? 소설의 내용은 간단하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주인공 유스케가 아카리라는 여성을 만나 파국에 이르는 이야기다. 별거 없어 보이는 이 이야기의 어떤 점이 신선하다는 걸까?



건조하고 간결한 문장과 빠른 전개 덕에 쉽게 읽히지만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만한 소설이다. 일단 주인공 유스케는 본인만의 주관이나 감정이 전혀 없는 인물이다. 그는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만 정작 그의 행동들에는 감정이랄 것이 없다. 그는 끔찍할 정도로 기계적으로 생각한다. 마치 자기 인생의 주체가 아닌 꼭두각시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소설을 읽을수록 주인공에게 공감하게 되기는커녕 위화감이 든다. 또한 이러한 인물이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 소설 전체에 불안감을 조성한다.



나로서는 유스케라는 인물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가 대표하는 ‘시스템에 순응하는 인간 군상‘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곱씹어 보게 되었다. 규범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더욱 이중적으로 될 수밖에 없는 인간들 말이다. 사회의 규범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으려 애쓰지만 행동은 부자연스럽고 내면은 텅 비어있는 ‘좀비‘. 어쩌면 이 책이 그토록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외면하고 싶은 우리의 모습을 비춰주기 때문이 아닐까. 간결한 문장과 속도감 있는 전개로 쉽게 읽히지만 어딘가 기묘하고 조금은 불쾌하기까지 했던 소설 <파국>. 다른 이들의 평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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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 마녀 또는 아그네스
해나 켄트 지음, 고정아 옮김 / 엘릭시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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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 마녀 또는 아그네스>는 19세기 아이슬란드에서 마지막으로 사형당한 아그네스라는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한 역사소설이다. 아그네스는 두 사람을 살해한 죄목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여자,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교구 난민이 되어 아이슬란드 곳곳을 떠돌았던 여자, 글을 읽을 줄 알았고 시를 쓸 줄 알았던 여자, 한 남자를 사랑했던 여자, 비극적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져 사형으로 생을 마감한 여자.



저자의 첫번째 작품인 이 소설은 19세기 아이슬란드의 문화 역사적 배경과 아이슬란드만의 자연 풍광, 아그네스 내면의 심리가 두드러지는 훌륭한 소설이다. 소설이 진행되는 내내 아그네스의 고독과 슬픔이 계속해서 일렁거린다. 사형 집행 전 어느 농가에 머무르게 된 아그네스는 마을 사람들의 멸시와 두려움을 동시에 받는다. 처음에는 그녀 자신을 영적으로 인도하기 위해 찾아온 부목사 토티와의 대화에서 ‘진실은 없다‘고 단언했던 그녀지만, 점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소설은 여러 사람의 시점으로 구성되어있지만, 역시 아그네스 본인의 심리를 서술한 장면이 가장 매력적이다.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 아그네스,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아그네스.



그녀는 잔혹한 살인마일까, 누명을 쓴 피해자일까? 사건의 전말은 후반부에 밝혀지지만 그럼에도 아그네스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한 인간의 역사를 전부 알게 되면, 그 이야기가 도저히 한 가지 방법으로 풀어낼 수 없는 실타래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하여 연민의 마음을 품을 수밖에 없게 된다. ‘아그네스는 그저 죽고 싶지 않은 인간이었을 뿐이다. 거기에 그녀 인생의 비극성과 고통이 모두 있다.‘(530p)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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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 / 마음의숲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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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다는 말>은 소설가 김연수가 달리기를 주제로 지금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에세이다. 뜬금없이 이 책을 왜 집어들었더라. 어디선가 스치듯 본 어느 문장 때문에, ‘지지 않는다는 말’이라는 제목 때문에, 그리고 달리기 때문에.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못하겠을 때, 내가 나로 살아가는 것에 자신이 없어질 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과거의 나라면 침대에 쓰러지듯 눕거나 아무 생각 없이 영화관 또는 공연장으로 향했겠지만 요즘 나는 일단 밖으로 나간다. 자꾸만 안으로 파고들기만 하는 마음을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몸이라도 바꿔보기로 했다. 이 책의 저자처럼 달리는 것은 아니고 힘이 빠질 때까지 걷는다. 육신의 피로가 정신의 우울을 이길때까지. 이 책을 읽고 나니 다소 가학적인 면이 없지 않았던 걷기를 달리기로 바꿔볼까 싶다.

여름에 좀 더 어울리는 책이다. 책을 읽을수록 누군가가 햇살을 받으며 무아지경의 상태로 달리고 있는 모습이 계속해서 생각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달리는 그 모습이 저자인가 싶지만 책을 덮을 즈음엔 내 마음 속의 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이 달리기를 주제로 하고있다고 해서 ‘모두 달립시다! 달려야만 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지금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달리기를 함께 언급하고 있는 것에 가깝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달리는 것과 지금을 살아간다는 것은 동의어다. 현재에 집중하고 싶다면 달려봐야 한다는 말이다. ‘아무에게도 이기지 않았건만, 누구에게도 지지 않은’ 달리기를, 삶을 위해서. 나는 내 삶이라는 경주 속에서 누군가를 이기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저 내 속도대로 완주하고 싶은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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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신작. <올리브 키터리지>의 올리브가 돌아왔다. 그동안 저자의 다른 작품들이 쓰이고 또 읽히는 동안 올리브의 시간도 유유히 흐른 모양이다. <다시, 올리브>에서 우리는 노년의 올리브를 만나게 된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가 왜 이토록 큰 울림으로 다가올까. 아마도 평범함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것이어서겠지. <다시, 올리브>속 인물들은 모두 세월에 조금씩 마모된, 나름대로 행복하며 또 나름대로 불행한 이들이다. 그래서 자꾸만 마음이 가고, 자꾸만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실수하고 후회하면서도 ‘지금‘을 살아가는 그들은 인간답다. 우리의 곁에 살아 숨 쉬는 이들같다.

책 속에서 올리브와 주변 인물들의 생의 후반기를 다루며 자연스럽게 노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숨 가쁘게 흘러가는 날들 속에서, 삶이 20대에, 30대에, 40대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결국 우리가 이루어가야 할 것은 누구보다 빠른 성공이 아니라 의미 있는 생의 마무리가 아닐까. 미루지 말고 바로 지금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돌보는 것, 그리하여 매일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끊임없이 불완전하고 그렇기에 계속해서 성장하는 올리브의 노년을 함께하며, 나는 이 소설이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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