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파티 드레스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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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빠져들지 않을 도리가 없는 에세이, 크리스티앙 보뱅의 <작은 파티 드레스>. 독서와 글쓰기, 신과 사랑에 대한 글 아홉 편이 실려있다. 명상 상태에 접어들었을 때, 깊은 몰입 속에 정신만 또렷해지는 바로 그 감각과 닮은 책이다. 적요 속에서 독대하기 좋은 책이기도 하고.



저자의 문장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면서도 고아하고 맑다. 그는 독서라는 무용하고 아름다운 행위를 놓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독을 가만히 들여다봐준다. 독서란 고독 속에서 영혼을 발견하기 위함이며, ‘삶의 반짝이는 고통을, 현실에서보다 더 잘 보기’(88p) 위함이고, ‘영혼에 살며시 물이 들게 하는’(77p) 위함이 아니겠냐고.



아홉 편의 글 중 가장 각별하게 읽었던 두 편은,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처럼 릴케에게 긴 편지를 쓰는 그녀(‘아무도 원치 않았던 이야기’)와 온갖 색깔의 노트에, 온갖 피로 만들어진 잉크로 글을 쓰는 그녀(‘숨겨진 삶’)의 이야기다. 아름답다. 그 이상으로 마음 속 무언가를 건드리는 번뜩임도 있었는데, 고민 끝에 내가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시작도 끝도 사랑이라는 것.



‘내가 책을 읽는 건, 고통이 제자리를 찾게 하려는 거예요.’(88p) 이 문장 앞에서는 얼마나 멈춰있었는지 모르겠다. 달려나가는 눈길을 잡아끄는 문장들 덕분에 길지 않은 글인데도 여러번 반복해서 읽게 된다. 시적인 언어로 쓰여진 사색으로의 초대장같달까.



아무도 없는 밤, 홀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바로 그 순간의 고독을 아는 이라면 이 책을 끝까지 읽고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렇게 몇 번을 읽고 나면 ‘더 많이 읽을수록 아는 건 점점 더 적어’지지만(15p), 독서와 글쓰기를, 시와 사랑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되리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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