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되는 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3
최진영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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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태어나 죽는 순간까지의 모든 나와 함께하고 있다고. 내가 감각하고 있는 순간은 과거,현재,미래 모든 순간의 내가 함께 겪고 있는 거라고. 어떤 일이 닥쳐도 모든 순간의 나를 떠올리면 나는 곧바로 무적이 된다. 과거 내가 해결하지 못한 일들이 빚더미가 되어 와르르 쏟아질 때는 허클베리 핀처럼 ‘지옥은 내가 간다!‘를 외친다. 그렇게 외치고 나면 모든 순간의 내가 벼랑에 매달려있는 어린애의 손을 꽉 잡아 끌어올려주는 기분이 된다.



최진영의 소설은 과거의 나를 자꾸만 만나게 한다. 발문에서처럼 읽혀지는 소설이 아니라 체험되는 소설. 그의 소설을 읽노라면 미숙하고 무력해서 밀려오는 상황들을 어쩌지 못하고 고스란히 다 받아낸 그때의 내가 자꾸만 되살아난다.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처럼 아슬아슬했던 과거의 나를 되돌아보는 일은 꼭 필요하지만 버겁다. 그래서 이 책 또한 읽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오래 망설였다. 결국 읽게 된 이유는 하나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만날 수 있을 만큼 자랐을지 궁금했다. 이 질문에 모든 순간의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내가 되는 꿈>은 과거의 태희와 지금의 태희의 이야기다. ‘내가 되는 꿈‘을 꾸는 어린 태희와 ‘아무도 내가 될 수 없고 나도 남이 될 수 없다. 내가 될 수 있는 건 나 뿐이다. 자칫하면 나조차 될 수 없다.‘고 말하는 지금의 태희는 꼭 같은 사람, 함께 존재하는 사람, 그러니까 모든 순간의 태희. 이들은 각각의 시간선상에서 정면을 똑바로 응시한 채 나아간다. 슬픔, 분노, 모멸감, 수치심 이 모든 것들을 단 한 톨도 흘리지 않고 전부 그대로 느끼면서. 이들은 같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같다. 이들은 ‘나‘가 되기 위해 나아가지만 이미 ‘나‘다. 과거에도 지금도 이미 모든 순간의 태희가 함께한다.



저자의 문장은 간결하지만 그 안에는 진실의 힘이 꽉 들어차있다. 그래서 저자의 소설을 읽을 때는 내가 미처 마주하지 못하는 내 진실과 정면승부를 벌이는 기분이다. 그러니까 저자의 소설은 읽기 전에는 두렵지만 읽고 나면 위로받은 듯 개운한 소설. 너무나 소중하고 너무나 아끼기 때문에 함부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나를 보는 것 같은 소설. 저자의 모든 작품을 따라읽으며 계속해서 걷는 이 길이 어딘가 더 나은길로 향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느끼고 있다. 이제는 모든 순간의 내가 같이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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