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러운 세계와 그 적들
한나 렌 지음, 이영미 옮김 / 엘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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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무한대의 현실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살 수 있다면 어떨까? 뇌에 임플랜트를 심어 누군가를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면? 달리던 열차의 시간이 2600만배정도 느리게 흐른다면? 일본에서 가장 핫한 SF작가라는 한나 렌의 첫 소설집 <매끄러운 세계와 그 적들>에는 각양각색의 소설 여섯 편이 실려있다.



수록된 소설들이 제각기 뚜렷한 색을 가지고 있어 한 편 한 편 읽어나가는 재미가 있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표제작 ‘매끄러운 세계와 그 적들‘이다. 이 소설 속에서는 누구나 무한대의 현실을 넘나들며 산다. 생각하는 것만으로 현실을 휙휙 바꿀 수 있다니 설정부터 얼마나 매력적인지. 게다가 당찬 소녀들이 등장한다는 점, ‘나로부터 우리까지‘를 말하고 있는 이야기라는 점도 좋았다. 그 외에 기억에 남는 작품은 사랑 이야기 아닌 사랑 이야기 ‘미아하에게 건네는 권총‘, 저속화를 소재로한 ‘빛보다 빠르게, 느리게‘가 있다.



책 전반적으로는 ‘감성SF‘라는 말에 걸맞게 어딘가 몽글몽글하고 말랑거리는 느낌도 있다. 묘한 지점에서 감정을 건드리는 매력이 있달까. 때문에 정통 SF 팬이 아니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저자가 작가이기 이전에 SF소설을 사랑한 덕후였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많이 읽는 사람은 결국 쓰게 되는 걸까.) 일 년에 한 두편 쓰는 작가라 이번 책도 데뷔 후 9년만에 나왔다고. ‘옆 나라에 사는 천재‘(정세랑 소설가의 추천사에서)여 얼른 다음 책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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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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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소설이다. <니클의 소년들>은 인간의 인간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고발하며 동시에 인간의 숭고함과 용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눈앞에 보이는 빛을 마주하게 하는 이 소설은 바로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의 저자 콜슨 화이트헤드의 신작이다.



1960년대 미국,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났으나 대학 진학의 꿈을 꾸는 소년 엘우드는 누명을 쓰고 니클 소년 감화원에 가게 된다. 이 감화원은 온갖 폭력과 학대가 자행되는 끔찍한 곳이다. 원칙도 정의도 없는, 그야말로 ‘영구적인 불행 기계‘같은 곳. 엘우드는 지옥 속에서도 마틴 루터 킹의 말을 되새긴다. ‘우리는 고통을 견디는 능력으로 당신들을 지치게 해서 언젠가는 자유를 얻어낼 겁니다.‘ 맞다. 엘우드가 겪는 불운과 고통과 차별은 그가 흑인인 것과 관련이 있다. 절망과 희망이 계속해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 과연 그는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묵직하고 강렬하지만 비관적이지만은 않은 소설이다.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고발 소설이지만 동시에 성장 소설이기 때문.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치밀한 구성과 3부에서의 반전도 놀라웠다. 하지만 결국 내게 남은 것은 마틴 루터 킹의 말이다. ‘반드시 우리의 영혼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는 중요한 사람입니다. 매일 삶의 여로를 걸을 때 이런 품위와 자존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어쩌면 저자는 이 소설을 빌어 독자들에게 차별과 혐오와 폭력 속에서 어떻게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것인지 묻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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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살아보는 중입니다
임현주 지음 / 유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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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로, 칼럼니스트로, 최근에는 북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임현주 아나운서의 첫 에세이 <아낌없이 살아보는 중입니다>. 맞다. 2018년 뉴스 투데이에서 안경을 쓰고 나와 화제가 되었던 바로 그 임현주 아나운서다. 당시에도 그리고 이후에도 꾸준히 다양한 분야에서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는 저자의 모습은 그 자체로 내게 큰 위안이자 용기였다. 그런데 첫 에세이 소식이라니. 집필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얼른 읽어보고 싶었다.



책을 읽는 동안 씩씩하고 야무진 저자의 목소리가 페이지 너머로 함께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진정한 자기 자신의 모습대로 살고자 차근차근 쉬지 않고 노력해온 저자의 모습은 그 자체로 큰 영감이 되어준다.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설령 상황이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갈지라도 그에 굴하지 말고,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기회가 오지 않으면 만들면 된다.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이라 하더라도 하지 않아도 될 이유가 생각나지 않으면 슬쩍 시도해보자. 그리하여 나에게 좋은 것을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사람이 되자. 이 좋은 말들이 날아가 버릴까 봐 허겁지겁 눈으로 손으로 담아두었다.



‘아낌없이 살아보는 중‘인 저자의 이야기를 다 읽고 나니 마음이 두근거린다. 결국 우리는 다른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서 살아간다. 그러니 스스로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보자. 이해되지 않는 것들에 순응하기보다는 용기를 내어 행동해보자. 저자와 함께 아낌없는 삶으로 한 발자국씩 내딛어보자. 저자의 용기가 우리의 용기가 되었듯, 우리의 용기도 다른 누군가의 용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말고!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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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과한데 만족을 모르는 - 트럼프에 관한 가장 치명적이고 은밀한 정신분석 보고서
메리 트럼프 지음, 문수혜.조율리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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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책들 중 가장 흥미로웠던 책은 메리 트럼프의 <너무 과한데 만족을 모르는>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유일한 여조카이자 임상 심리학자인 저자가 가족사를 파헤치며 도널드 트럼프라는 사람에 대해 분석해낸 글이다. 가족이기에 가까이에서 보고 듣고 겪었던 일화들이 다수 소개되어 있는 점, 임상심리학자로서 도널드 트럼프라는 한 인간에 대해 가감 없이 분석해낸 점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트럼프 가문에 적응하지 못하고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에 이른 도널드의 형 프레디의 딸이다. 책의 시작은 도널드 트럼프의 아버지이자 저자의 할아버지인 프레드 트럼프의 이야기로 거슬러올라간다. 프레드 트럼프의 방치와 학대가 어떻게 두 아들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망가뜨렸는지 읽고 있노라면 유년시절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큰 아들 프레디는 아버지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벼랑 끝으로 내몰렸고 도널드는 그런 형을 반면교사 삼아 잔인하고 이기적인 인물로 자라났다. ‘어떤 의미에서 아동 학대는 ‘너무 많은 것‘ 혹은 ‘충분하지 않은 것‘을 경험하게 하는 일이다‘(48p)라는 문장이 핵심이다. 아버지와 삼촌의 유년시절을 서술하는 저자의 문장은 이토록 거침없이 냉정하다.



미국 현지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가처분 금지 소송을 이기고 출간되어 출간 당일 10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책. 어쩌면 이 책이야말로 도널드 트럼프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더 나아가 이 책을 말미암아 가정환경과 유년시절이 한 사람의 자아 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도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우리 가족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다른 가족들과 굉장히 비슷하다. 책을 읽은 많은 이들이 내게 ‘책을 통해 부모와 형제자매와의 관계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결국 가족이란 보편적이다. 부모가 위험하고 병약하거나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다면 그 가정엔 재앙이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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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20-12-04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가 안 눌러지네요 ㅠㅠ 커피도 책도 눈길이 갑니다^^
 
일하는 사람의 생각 - 광고인 박웅현과 디자이너 오영식의 창작에 관한 대화
박웅현.오영식 지음, 김신 정리 / 세미콜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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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work life balance)‘의 시대는 가고 ‘워라클(work life cycle)‘의 시대가 왔다. ‘워라클‘은 최근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일과 삶의 구분이 모호해졌기에 더욱 각광받고 있는 단어다. 이는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잘러‘가 되고 싶다면, 특히 창작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일하는 사람의 생각>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이 책은 바로 광고인 박웅현과 디자이너 오영식의 대담집이다.



책 속에는 두 사람이 어떻게 광고인과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는지부터 브랜딩이란 무엇인지, 영감은 어디서 오는지, 클라이언트와 직장 생활에 대한 조언까지 총 열 번의 대담이 실려있다. 트렌드의 최전선을 달리는 광고와 디자인이라는 직업군에서 수십 년간 롱런하고 있는 ‘일잘러‘ 선배들의 이야기인 만큼 꼭꼭 새겨야 할 구절들이 많다. 아무리 급변하는 세상이라지만 수십 년의 세월을 담은 노하우는 어디 가지 않는다.



많은 문장들에 밑줄을 그으며 읽었지만 ‘세월이 지나도 결코 지나지 않는 가치는 진정성‘이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진정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는 SNS 시대의 진정성은 생존 포인트라고. 우리가 겉과 속이 같은 사람, 매일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을 지향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다. 또한 책을 읽을수록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먼저 수신(修身)이 되어야 함을 절감했다. 창의력을 기르고 싶다면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볼 줄 아는 힘이 있어야 한다니 말이다. 결국 일을 잘 하고 싶다는 소망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과 다름 아니다. 나에게 ‘일잘러‘의 길은 멀고도 먼듯하지만 끊임없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조금은 그 경지에 닿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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