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그녀, 그 이상도 아닌..

 

몇 해 동안 고집스럽게 길렀던 머리를 잘라버렸다.

이렇게 시원하고 가벼울 수가 없다.

자르기 전까지 꽤나 무거운 마음으로 고민 했었는데, 꼭 그만큼 가벼워진 것 같다.

 

무엇이 두려웠던 걸까..?

 

내 어깨와 내 등을 휘감고 있던 머리결의 감촉, 그 빈자리가 그리워서 였을까?

 

어렵고 무거운 문제일수록 생각하는 시간은 짧아야 한다.

막상 풀어서 이야기해 버리면, 그 문제가 그렇게 어렵거나 무겁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그녀가 돌아왔다.

오랜 기다림은 아니였지만, 신작 소식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내겐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그녀 이야기..

그녀도 가벼워 지고 싶은 걸까.. 이야기들이 점점 가벼워진다. 힘을 잃어버린 것 처럼..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것은 그녀 답지 못하지만,

이 책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해도]는 가볍다 가볍다해도 너무 가볍다.

조금은 생뚱 맞은 소재 여고생들의 이야기.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로 돌아가 그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p.80 모두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따돌릴 때 외에는

 

많이 외로워보인다. 예전 그녀의 소설보다 더 많이 외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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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6-11-20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을 벌써 읽으셨군요. 게다가 벌써 리뷰까지.
멋진데요, 레와님 ^^

레와 2006-11-21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한숨에 읽어버릴만큼, 딱 그만큼이였어요..

비로그인 2007-05-05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읽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북리뷰에 댓글을 단다면, 어쩜 표지가 이럴 수가 있답니까. 정말,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의 그 느낌입니다. 요즘 일본 번역서들의 표지는 상당히 진화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아참, 저 이제 돌아왔답니다. 반가워해주실거죠? 안그럼 상당히 민망해질 거에요. 후훗^^
 

'다음에 보자',  '연락할께',  '그래, 다음에 차 한잔하자'..

이런식의 맺음 인사만 주고 받던 사람이 어느 날 '술 한잔해요.'라고 이야기 한다면... 나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술 한잔, 원한다면 밤새워 곁에 있어주고 싶다.

나긋나긋한 ㅇㅁ씨가 잠수를 탄 건 지난주 쯤..  주변 정리라는 이름으로 잠수를 타는 사람중에 한 사람이 바로 나긋나긋한 ㅇㅁ씨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ㅇㅁ씨는 항상 돌아왔다. 몇주가 걸리거나, 몇달이 걸리거나.. 그런 사람에게 오늘 아침, 한통을 문자를 받았다. 올해가 가기전에 술 한잔 하자는.. 내가 아는 바로는 나긋나긋한ㅇㅁ씨는 술을 거의 못한다. 그런 사람에게 그 동안 무슨일이 있었을까.

내 주변 사람들은 힘들때마다 나를 찾곤한다.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나에게 그네들의 고민보따리를 턱..하고 안겨버린다. 나에게 던져버려 그네들은 가벼워졌겠지만 (물론 내 생각이나, 맺음 인사로 꼭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둥, 속이 시원하다는 둥.. 이야기를 하니깐  그렇게 믿는다) 난, 정말 무거워진다. 내가 원해서, 짊을 들어주고 싶은 이들도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은 막무가네 식이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이런 인간 관계를 정리하고 있다. 이기적이고, 모질다 할 수 도 있겠지만, 나도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한때 이야기가 가장 잘 통했던 이성친구와도 소원해졌고, 나를 찾거나 내가 찾을 수 있는 인간 관계의 폭도 좁아졌지만 그래도 난, 요즘이 좋다. 만나고 싶고 보고싶은 사람만을 만나기에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요즘!.

나긋나긋한 ㅇㅁ씨를 내일이라도 당장 달려가 만나고 싶다. 그리고 그 사람을 힘들게 하는것이 무엇인지 원한다면 같이 고민해주고 싶다. 내가 곁에 있어 조금이라도 마음이 가벼워진다는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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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운
         
        [명사]
        1 아직 가시지 않고 남아 있는 운치.
        • 감동의 여운을 남기다
        • 그녀는 가볍게 응수했지만 목소리에는 어딘가 어두운 여운이 서려 있었다.≪이문열, 그해 겨울≫
        2 떠난 사람이 남겨 놓은 좋은 영향.
        3 =여음().
        • 멀리서 기적 소리가 둔하게 울려왔다.그것은 곧 메아리가 되어 일순 머리 위 허공을 가득 채우고는 긴 여운을 남기면서 골짜기로 사라져 갔다.≪이동하, 우울한 귀향≫

       

      지 지난주 일요일엔 비가왔다. 억숙같이 퍼붙는 심술맞은 녀석이 아니라 한 우산속에 두명이 들어가도 옷깃이 젖지 않을만큼, 딱 그만큼의 비가왔다. 버스를 타고 다시 찾은 해운대, 빡빡한 시간에 쫒겨 멋찐 창밖 풍경 감상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식사 시간을 뒤로 하고 몇주전부터 예매하며 기다려온 공연을 보러갔다.

      비올리스트 리차드 용재 오닐의 콘서트 . Richard Yongjae O’Neill  <Lachrymae, 눈물>

      공연장엔 특유의 냄새가 있다. 오래된 곳일수록 그 냄새는 더욱 짙은데, 그 중 비오는 날은 제대로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느긋한 휴일 저녁, 내리는 비와 오래된 공연장, 그리고 구슬픈 비올라, 그것으로 연주될 "눈물"..할 '한 恨'이라는 한국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그와의 만남은 한곡 한곡 음악이 끝날때 마다 남겨진 여운 때문에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그리고 오늘, 우연히 방문한 어떤 분의 서재에서 그 여운을 또 만났다. 페이퍼가 끝나는 곳에 남겨진 짧지 않은 여운..

      여운을 주기 위해 사용하는 기호로 마침표를 쓰지만, 그 마침표 대신 흰색의 공간만 덩그러니 남겨진 그 페이퍼를 보니, 곡이 끝나도 쉬이 활을 내려놓지 못하는 그의 얼굴이 떠올랐고, 그날 그곳의 냄새와 분위기 이젠 멀리서 꺼내야하는 내 느낌까지 고스란히 생각났다. 내가 보낸 메세지에 축쳐진 그 사람 마음이 조금은 풀렸다곤 하지만, 그래도 부족한 그 몇%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허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모습이 또렷이 보였다.

      내가 알고 있는 '여운'이라는 단어는 이렇게 우울하고 축축 쳐지는 단어인데, 실상 그뜻은 위와 같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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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크스

      아침 눈썹 화장이 한번에 안 되거나, 장지로 향하는 상여차를 보거나, 이유없이 기분이 안 좋으면 그날 일진은 별루 혹은 그 이하이다. 반면 알람 라디오에서 내가 좋아는 하는 곡들만 나오거나, 이유없이 기분이 좋거나 하는 날은 온 세상이 다 내것인냥 마음도 들뜨고 운도 좋거나 그 이상이다.

      징크스에 얽매이지 말자고, 그 징크스라는 것도 내가 만드는 것이라고 한 동안은 이 모든걸 무시한 적도 있었으나, 어느틈엔가 이 녀석은 은근슬쩍 내 곁에 꼭 붙어 버린다. 지금처럼..

      어제도 말했지만, 난 단지 지금,을 사는 사람인데.. 바로 앞에 일어날 일도 지금일이 아니라 다음 일이거든!! 체면이 안 걸리는건지.. 머리가 나쁜건지..

       

      그날의 기분은 그날의 날씨를 닮는다.

      덕분에 오늘 내 기분은 축.. 가라앉았다.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햇살이 보이는 것도 같은데, 따뜻한 생강차도 머그컵에 가득마시고, 훈기있는 히터까지 키고 앉아서는, 기분 탓만 날씨 탓만 하고 있다. 못난이..

      이번주내내 그동안 못다본 영화를 챙겨 본다는 핑계로 매일 극장으로 향했던 생활이 몸에 부치나 보다. 입안은 다 헐어버리고, 조그만 지루하면 졸립고.. 그래도 잃어버린 내 모습이 돌아오는 것 같아 기분이 살짝 좋아지기도 한다. 푸힛~

       

      맑은 하늘 만큼이나 해사하게 웃는 ㅇㅎ'얼굴이 많이 보고싶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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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단지 지금, 현재를 살고 있을 뿐이다. >

      절대, 영원, ...

      언제부터 이 따위 말들을  믿지 않게 되었다. 난..

      누군가, '아니야. 그렇지 않아.. 어딘가에 절대적이고 영원한 운명같은 일들이 있을 수 있어. 단지 네가 모르는 것 뿐이지..'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만은.. 

      연애 초, 매순간  매시간 매일을 맹세로 시작해서 맹세로 끝나는 그 시기가 지나면 대체 내가 무슨 맹세를 했는지조차 모를때도 있을 것이다. 숨쉬는 것 만큼 내뱉어버린 수 많은 맹세들..

      의식적으로 그런 말들을 피하고 있는데.. 상대방은 오히려 이런 내 반응이 조금은 시큰둥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문자가 오거나 전화가 오거나, 혹은 누굴 만나거나..상대방이 궁금해 하기전에 누구에게 왔거나, 어떤 내용이였다..라는 간단한 설명 정도는 해준다. 그리고 조잘조잘 옆에서 쉼없이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오늘 하루 나를 둘러싼 세상에서는 이런 일들이 있었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그렇다.

      나 또한 알고 싶은 거다. ㅇㅎ를 둘러싼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누굴 만났는지.. 어떤 전화를 받았는지..

       

      말도 생각도 마음도 잘 통하는 사람이였기에 막연히 알꺼란 생각을 했는데..아무래도 이 사람은 모르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해야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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