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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신나래 학생을 죽음으로 내몰
았는가?
[기고] 근조 - 어느 촛불소녀의 죽음
김병인 liebe_kim@hanmail.net / 2008년08월01일 15시16분
'촛불소녀' 신나래 학생의 죽음
2008년 7월 5일 서울시청에서 '미친소 수입반대! 고시철회! 백만 촛불대행진'이 있던 날이었다. 안양 A여자정보고등학교를 다니는 신나래 학생은 백만 촛불문화제에 참가하고 귀가하던 중, 안양에 위치한 모 아파트 15층에서 투신자살하였다. 그녀의 가방에는 손 피켓 뒷면에 적힌 유서가 남아있었다. 신나래 학생의 자살이 알려졌을 때, 많은 시민들은 '촛불소녀의 죽음'이라며 애도하였다.
고 신나래 학생의 유서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과 담임 선생님에 대한 원망 등 개인의 복잡한 심정이 드러나 있었다. 유족 측이 조사한 바이 따르면, 신나래 학생의 죽음은 광우병 시위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평소 신나래 학생은 친구들에게 자주 "광우병 반대 촛불문화제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래 학생의 부모는 강남에서 떡볶이, 순대를 팔며 생계를 이어가는 노점상이며, 아버지 신동직 씨는 1급 장애인이다. 또한 나래 학생의 가족은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이다. 가족은 10년째 지하 단칸방에서 살다가 얼마 전 임대아파트를 얻어 이사하였다. 나래 학생은 죽기 전 임대아파트에 살게 된 것을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나래 학생은 집안의 첫째 딸이고, 밑에는 중학교 다니는 남동생과 초등학교 다니는 여동생이 있다. 부모는 오후에 장사를 나가면 새벽 늦게 들어오기 때문에, 나래 학생이 집안일이며 동생들 돌보는 것을 도맡아서 해왔다고 한다. 그녀는 대학 진학이 예정되어 있었고, 대학 진학 후 인터넷 쇼핑몰사업 구상을 계획하고 있었다. 나래 학생은 비록 가난하였지만 꿈 많고 행복했던 소녀였다.
누가 나래 학생을 죽음으로 내몰았나?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나래, 하지만 그녀는 죽음을 선택했다. 누가 그녀를 죽음으로 내 몰았나? 유족 측 조사에 따르면, 나래 학생이 다니는 학교는 상습적인 체벌, 성추행, 가난한 학생에게 가해지는 인격모독이 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그녀도 억압적인 학교 분위기와 일부 교사의 폭력으로 인해 많은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2008년 4월경, 나래 학생의 담임교사는 학급 학생들에게 '기초생활수급자들은 일어나라'고 강요했다. 그 학급의 6명의 기초생활수급자 중 5명이 일어났는데 나래 학생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다시금 담임이 호통을 쳐도 그녀는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담임은 기초생활수급자 자녀 명단을 불러버렸다. 그 날, 나래는 집에 와서 내내 울었다고 한다. 그 교사는 수업료를 내지 못한 학생들을 낼 때까지 자주 학교에 남겼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나래 학생의 담임교사는 소지품 검사를 한다며, 반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여러 차례 여학생들의 가방을 뒤지고, 가방 속 생리대를 빼내 낱개 포장된 생리대 패드를 직접 뜯어보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또 그녀의 담임교사는 매사 학생들에게 "너희는 상품이고 상품으로서 가치가 없어지면 너희는 끝이다"는 내용을 수시로 말하며 인격적으로 모독을 주었다.
수학 교사 K씨는 여학생 체벌 시 치마를 양손으로 잡아서 앞으로 당기게 한 후 엉덩이를 체벌하는데 이 때, 여학생의 속옷이 보이기도 해 학생들에게 수치심을 주고, 발로 차기도 하고, 욕설도 하면서 '교육청에 신고하려면 해보라'는 식으로 학생들을 윽박질렀다고 한다.
또 수학교사 K씨는 수학시간에 문제를 못 푼다는 이유로 잦은 체벌을 했는데, 일례로 딴 짓을 한 여학생을 엎드려뻗쳐 시킨 후 빗자루로 엉덩이를 38대나 때리는 등 과잉체벌을 했고, 문제를 못 풀면 풀 때까지 체벌을 하는 등 학생들을 비인격적으로 대우하고 과잉 체벌을 일삼아 왔다고 한다.
나래는 자살하기 전, 강압적인 수업 분위기와 친구들에 대한 공개적인 체벌장면을 자주 목격하면서 심리적인 압박과 걱정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많이 표현하였다고 한다. 아무래도 어린 나래가 혼자 감당하기에는 잘못된 학교교육 현실이 너무 버거웠던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제2, 제3의 나래를 만들지 마라
경기도교육청은 유족의 처절한 외침을 외면하였고 책임회피에 급급하였다. 7월 10일, 유족측은 책임자 징계와 자살예방대책 등을 요구하며 경기도교육청에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경기도교육청은 생활 장학사 2명을 파견하여 책임교사를 조사하고 답변서를 보내왔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은 단 한차례 해당교사와 면담하고 모르쇠로 일관, "자신들에게는 조사권한이 없다"며 "사법기관에서 조사해야한다"며 책임회피에 급급하였다. 이에 분노한 유족측은 경기도교육감과의 면담요청서를 제출하였지만 경기도교육청은 유족 측과의 면담을 거부하였다.
한편 신나래 학생의 모교인 안양 A여자정보고등학교는 학생들에게 '신문사나 TV와 인터뷰를 절대 하지 말라', '누가 신나래 관련 이야기를 물어보면 응하지 말라'라는 식으로 학생들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7월 24일, 빈민, 진보정당, 인권단체, 청소년단체를 중심으로 '촛불소녀 고 신나래 양 사건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구성하였다. 공대위는 26일 청소년단체 주관으로 추모제를 개최하였고, 28일부터 학교 앞에서 1인시위에 들어갔다. 매주 화, 수요일에는 범계역과 수 수원역에서 각각 촛불문화제를 개최한다.
청소년 자살로 공대위가 꾸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해 109명에 이르는 청소년들이 자살을 하지만 언제나 그들의 죽음은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어 왔다. 많은 청소년들이 입시, 체벌, 성추행, 차별교육 등의 문제로 죽음을 선택하지만, 교육당국은 '신변비관', '가정환경' 때문이라며 구체적인 청소년자살 예방대책을 내놓지 않고 책임회피에만 급급해 왔다. 더욱이 우려스러운 것은 이명박 정부의 시장화 교육정책으로 인해 더 많은 청소년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공대위는 신나래 학생의 죽음이 '사회적 타살'이며 교육당국과 학교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공대위는 신나래 양의 죽음뿐만 아니라, 청소년을 자살로 내모는 교육현실을 고발하고자 한다. 교육당국은 더 이상 제2, 제3의 나래 학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화 교육정책을 중단하고 청소년들을 살리는 교육정책을 입안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