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여 모독의 무지개여 - 상
마루야마 겐지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7월
절판


풍성한 색감의 봄밤이 제 마음 가는 대로 한없이 펼쳐저 있다.
이제 막 싹을 틔운 연둣빛 풀에는 넓고 큰 사랑이 담겨 있다.
광대한 유채꽃밭의 노란빛에는 쉽사리 발길을 돌릴 수 없는 유혹이 있다.
황야에 흩어져 핀 산벚꽃은 천차만별의 행복을 하나로 뭉뚱그리고 있다.-38쪽

긴지는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기막힌 밤을 누리고 있다.
이토록 치유력이 풍부한 밤을 독차지하는 행복한 사람이 과연 이 지구상에 몇이나 될까. 천국에도 뒤지지 않을 이런 아름다운 밤을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도록 허락받은 행운아가 긴지 외에 또 있을까.
가늘게 빛나는 은하수는 바다와 들판 모두를 아름답게 꾸며준다.
달은 마음속의 구름을 맑게 거둬줄 만큼 비추고, 별들은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허식을 벗어던질 수 있게 도와준다.
살과 영혼에 더할 나위없이 부드럽게 엉겨드는 바람이 대지의 자전을 따라 살랑살랑 불어온다.
하얀 모래를 하염없이 닦아주는 파도 소리. 그 소리는 낡은 과거의 추억 속에 잠들었던 상큼한 일들만을 골라서 떠올리게 한다.
마음에 걸릴 일 하나 없는 이 밤, 가까이 있으면서도 항상 먼 정신계와의 교감이 부쩍 가깝게 다가온다.-3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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